[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최근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법안소위나 전체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27일 일몰 예정인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별다른 논의 없이 일몰될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기업계열(KT+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합산규제는 일몰법인데 재검토형 일몰이 아니라, 효력 상실형 일몰이기 때문에 별다른 논의가 없더라도 일몰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처음에 합산규제가 만들어진 이유는 KT스카이라이프와 KT의 OTS(IPTV와 위성방송의 결합상품)와 DCS(접시없는 위성방송) 등 두 회사의 결합상품이 케이블TV등 다른 사업자의 가입자를 뺏기 때문이었다. 양사가 OTS 등 결합 상품을 출시해 가입자를 늘려갔기 때문에 정부가 두 회사를 사실상 하나로 간주하고 합산규제를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모바일과 IPTV의 결합상품이 유료방송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OTS의 영향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KT와 KT스카이라이프 측은 양사가 서로 다른 회사라고 강조한다.

23일 국회 과방위에 따르면, 현재 과방위 법안소위뿐 만 아니라 과방위 전체회의 등 일정이 전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오는 29일 임시국회가 종료될 예정인데 다음달 13일 지방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합산규제 논의 시점은 29일이 마지막 시점이다.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현재 국회 과방위는 법안 소위나 전체회의 일정 논의에 대해 전혀 진전 기미가 안보이고 있다”며 “5월 임시국회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 왜 만들어졌나

지난 2010년 KT가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하면서 논쟁은 이미 시작됐다. 위성방송은 스카이라이프가 유일한데 위성방송의 경우 다른 방송과 달리 시장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케이블TV나 IPTV의 사업자는 전체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 1/3(33.33%)을 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위성방송도 시장 규제를 받아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케이블TV나 IPTV, 위성 간 시장점유율 더해 규제할 수 있는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위성)가 포함돼있는 KT계열만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당시는 기술적인 문제로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VOD 서비스가 안됐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은 위성, VOD는 KT의 IPTV를 사용하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 상품(OTS)이 출시됐다. 또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악천후 시 IPTV로 우회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유선전화, 인터넷, 모바일 등에서 상당한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는 KT와 통신요금 결합할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또한 접시 안테나의 설치가 어려운 곳이나 위성신호가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 위성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개발됐는데 이것이 바로 DCS다. 위성신호를 가까운 지사(KT 전화국)에서 공청 안테나로 수신한 뒤 각 가정으로 랜선망으로 쏴주는 방식이다. 가입자 입장에선 그냥 랜선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IPTV와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이처럼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다양한 결합상품을 만들어 한 회사인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자 케이블TV 사업자 등이 반발에 나섰고 결국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됐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반대했지만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합산규제를 3년 일몰 법안으로 정했다.

한상혁 케이블TV방송협회(KCTA) 미디어국장은 지난 17일 서울 충무로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 스터디에서 “합산규제가 사라질 경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인 KT가 독점사업자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합산규제를 대신할 사후규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합산규제가 일몰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합산 규제 일몰, 앞으로의 시장 변화는?

합산 규제 법안이 일몰될 경우 당장 일어나는 변화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규제가 풀린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의 유료방송점유율은 20.21%, KT스카이라이프는 10.33%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산할 경우 30.54%로 규제 상한선인 1/3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다.

합산 규제안이 오는 6월에 일몰될 경우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각각 독립적으로 규제 제한(1/3)을 받기 때문에 여유가 크게 생긴다. 합산 규제가 일몰되면 두 회사는 각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가능함은 물론, 시장 점유율만 볼 때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KT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두 회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33.31%로 규제 상한선이 33.33%이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이에 못 미친다. 만약 KT와 CJ헬로의 시장 점유율 합산 수치가 33.33%를 넘었어도 KT가 CJ헬로를 인수합병하는 것은 가능하다. 유료 방송 시장 규제(1/3)의 경우 IPTV와 케이블TV 영역이 각각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T가 CJ헬로를 인수합병할 경우는 IPTV 업체가 케이블TV를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종간 결합이 인정돼 시장 점유율이 33.33%를 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KT가 LG유플러스와 같은 다른 IPTV 사업자를 인수해 규제 제한인 33.33%를 넘길 경우에는 동종간 결합이라 인수합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KT를 포함한 IPTV를 서비스하는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다른 통신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낮고, 케이블 TV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료 방송 시장 규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협회 측은 합산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협회 미디어국장은 “합산규제가 일몰(폐지)되면 KT가 유료방송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며 “초고속 인터넷 없이는 IPTV가 안되기 때문에, IPTV 가입자 추이는 대체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따라 움직인다. 이통사가 결합상품으로 모바일과 초고속인터넷을 같이 끌어가면, SO의 점유율을 뺏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 점유율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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