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이번 행보에 대해 국내 통신사업자에 책임을 떠미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방통위가 이번 소송에서 지게 된다면 향후 국내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3월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여기에 금지행위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제재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표하는 등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당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없이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고의로 침해했다고 보면서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케빈 마틴 페이스북 수석 부사장(왼쪽)이 과천정부청사 방통위를 찾아 이효성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페이스북 "고의로 불편준 것 아니다"...무슨 일 있었길래

이번 소송에 대해 페이스북은 소명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이용자가 가장 중요한 저희 입장에서는 고의로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했다는 인식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 “사용자들의 불편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접속 경로변경에 대해선 고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SK브로드밴드 사용자분들이 겪으신 불편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지만 당시 네트워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 것은 절대 저희의 의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과징금 결정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하면서 발단이 됐다. 페이스북은 KT에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캐시서버를 운영해왔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통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용자도 KT 캐시서버를 통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다 페이스북의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페이스북에 망사용료를 내고 캐시서버를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한 사용자들의 접속 서버를 해외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하나의 역차별, 국내 통신사에 책임 떠넘기기 아닌가?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책임을 국내 통신사에 떠미루고 있다고 봤다. 특히 페이스북이 해외 사업자인만큼 현재로서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에는 사업자들이 고의로 소비자의 이용을 저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부가통신사업자도 라우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으나 이를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페이스북을 규제하기 위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으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부가통신사업자 규정과 역차별 근거 조항 등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만약 방통위가 이번 행정소송에서 지게 된다면 앞으로 해외사업자 역차별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이번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이 방문했을 때와 다른 모습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마틴 부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이효성 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그는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규제 역차별 및 망 이용료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면서 “규제기관의 규제방침을 존중하며 충실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세법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마틴 부사장은 "현지에 수익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기로 한 25개 국가에 한국도 포함된 만큼 앞으로도 한국의 조세법을 성실하게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방통위 행정소송과 별개로 조세납부는 계획했던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조세 납부는 이번과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