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물이었고, 나는 물고기였다.
너는 나 없이 흐르지만
나는 너 없이 숨을 쉴 수 없다.

작자 미상의 짧은 고백문은 사랑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사에도 적용된다. 와이파이 없는 세상에서 기자가 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영화 <1987>를 보면 원고지에 기사를 쓰고, 먼저 특종을 전달하려고 기자들끼리 공중전화를 다투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치열한 낭만이다. 지금은 잘 터지는 와이파이 없이 글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물고기고, 와이파이는 물이다.

물이 달라지고 있다

세상은 물처럼 흐른다. 물고기는 그저 열심히 헤엄칠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물이 조금 달라졌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물 밖으로 튀어 올라 물을 목격한 물고기의 이야기를 듣는다. 때로는 민감한 물고기들이 전해주기도 한다. 지금 그들이 말한다. 물이 달라졌다고!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물이 바뀌고 있다. 바로 ‘핀테크’가 우리 사는 물에 녹아들고 있다. 아니. 이전부터 아주 조금씩 녹아들었는데 이제야 물고기들은 알아채기 시작했다. 물이 변했다!

핀테크가 세상에 흐르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알면 은행갈 일이 없다. 은행에 가도 은행원이 해주는 건 스마트폰의 일이다. 더는 은행원의 일을 스마트폰이 하지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이 은행원의 일을 한다.

송금도 다 스마트폰으로 한다. 심지어 쉽다. 예를 들어, 핀테크 간편 송금 앱 ‘토스(Toss)’를 사용하면 1개의 비밀번호로 3단계만 거쳐도 송금 완료다. 토스 이전에 송금의 절차에는 평균적으로 5개의 암호와 약 37회의 클릭을 필요했다. 다 사라졌다. 이게 핀테크다.

핀테크 앱을 1개의 비밀번호로 3단계만 거치면 송금할 수 있다. (사진=플리커)

Find tech? Financial tech?

‘핀테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런던으로부터 시작한다. 미국의 시작도 영국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사는 정말 반복되는 걸까? 최초의 핀테크(FinTech)는 1985년 런던의 ‘더 선데이 타임스’ 뉴스레터 편집자였던 피터 나이트(Peter Knight)가 사용했다.

하지만 진짜 핀테크는 아니었다. 새로운 기술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편지함’에 붙인 이름이었다. 나이트의 핀테크(Fintech)는 ‘Financial Technology’가 아니라 ‘Find Technology’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는 진짜 핀테크는 2003년 업데이터 캐피탈(Updata capital)이 펴낸 파이낸셜 테크놀로지 모니터(Financial Technology Monitor)에서 처음 약어로 쓰였다. 그리고 2007년 금융위기에 이르러 세계적인 금융용어가 된다. 금융 위기 이후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한 벤처캐피탈 회사들 핀테크 사업을 새로운 투자처로 정했기 때문이다.

핀테크(FinTech)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결합을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핀테크는 언제부터 실제적으로 시작된 것일까?

크레딧 스위스의 글로벌 전략 팀장인 팔구미 데사이(Falguni Desai)는 포브스에서 미국을 들어 설명한다. 핀테크는 현대 금융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 금융의 역사는 미국 금융의 역사이기도 하다.

팔구미 데사이는 핀테크가 1950년대 현금을 가지고 다시는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들어진 신용카드에서 시작되었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에는 ATM이 등장하여 은행의 많은 출납원과 지점을 대체했고, 1970년에는 전자 거래소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후 1980년에는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다량의 데이터과 처리가 가능해졌다. 1990년에 이르러서는 인터넷과 전자 상거래 비즈니스 모델이 번창하게 된다. 비로소 핀테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물고기들이 물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핀테크 확산이 시작점이다. (사진=플리커)

핀테크 유형은 4개로 ▲결제 · 송금 ▲금융 소프트웨어 ▲금융 플랫폼  ▲금융데이터 분석으로 나눠진다.

사실 금융과 기술만 접목된다면 어느 것이라도 해도 핀테크라고 명명할 수 있다. 어쩌면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의 사고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이전에 우리는 전화기, 컴퓨터, TV를 다 따로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하나에서 작동한다.

사용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핀테크에 다가가기 쉽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 해도 일반 대중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라지고 만다. 발전의 성숙만큼이나 필요의 의지는 중요하다. 지금의 핀테크 물결은 발전과 필요가 아주 적절하게 만났다.

핀테크의 가장 강력한 장점, 지급과 결제의 간편성

그냥 앱을 열고 기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신용카드나 계좌정보가 NFC 결제 기기와 자연스럽게 반응하여 처리된다. 이러한 삼성 페이, 구글 월렛 등으로 상용화되었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는 전자기기의 근거리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송금 서비스는 더 쉽다. 곧 사라지겠지만 ‘공인인증서’가 당신에게 선사했던 절망의 시간을 떠올려 보라. 대한민국 국민이 공인인증서로 낭비된 시간만 더해도 목성까지는 족히 다녀올 수 있다. 핀테크의 물결 속에서 보수적이었던 금융권에서도 오픈 뱅킹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외환 송금 또한 무리 없다. 심지도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핀테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있다. 가입부터 개설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조만간 핀테크는 지갑 속 신분증과 카드까지도 담아낼 것이다. 100년 후에 지갑이라는 물건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지갑은 조선시대 상투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현대의 지갑처럼 상투도 조선시대에는 멋의 상징이었다.

리스크 관리 수준을 끌어올린 핀테크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 창구 방문은 필수였다. 신분증을 내밀고 본인 확인을 거쳐야만 했다. 지금은 어떤가? 비대면 실명 인증이라는 기술이 금융을 만나 핀테크로 완성되었다. 더이상 은행이 가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전문은행 또한 비대면 실명 인증을 통해 실현된 핀테크다.

물론 여전히 보안 문제가 걱정이긴 하다. 개인 정보를 캐내는 해킹 수법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는 기존의 방식조차 넘어 발전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에는 지문 인식, 안면 인식을 통한 본인 인증 기술이 쓰이고 있다. 조만간 핀테크는 간편성을 넘어 보이스 피싱과 같은 금융 범죄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핀테크 보안 기술 종류  (사진=KTB solution)

이상적 금융 플랫폼의 실현

수수료를 당연하게 여기던 때가 있었다. 마치 문자 하나 50원의 가격을 매기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거래에 있어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매개 비용은 당연한 대가였다. 이제 핀테크는 그 당연함을 지웠다.

핀테크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대출을 만들어냈다. 바로 Peer to Peer, P2P 대출이다. P2P대출은 공급자(투자)와 수요자(대출)가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도 직접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크라우드펀딩도 하나의 핀테크다. 크라우드 펀딩은 사업자 등이 익명의 다수(crowd)로부터 SNS를 통해 후원을 받거나 특정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이다. 실험적이고 번뜩이는 아이템을 가졌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투자받지 못했던 창업가에게는 기적 같은 통로였다.

핀테크, DT시대의 시작점

알라바바 회장 마윈은 DT(Data Technology)시대가 오고 있다고 예언했다. 핀테크는 DT시대의 토대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기에서 수집된 개인과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는 대중을 향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핀테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금융상품 추천은 물론 자산관리까지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있다. 로봇(Robot)과 조언자(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리 프로그램된 규칙으로 최적의 투자전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가격데이터 등을 자산관리는 방대한 데이터 마이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때 자본을 가진 거대 투자자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자동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불리오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전망(자료=KISTI Market peport, 단위: 억 원)

우리나라는 아직 핀테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핀테크 도입지수는 32%다. 세 명 중의 한 명이 핀테크를 사용하고 있다. 조사 대상인 20개국의 평균은 33%, 중간 정도의 수치다.

놀랍게도 중국이 세계적인 핀테크 강국이다. 중국의 핀테크 도입 지수는 약 69%. 중국 인구가 대략 14억이니 약 9억 7천 만 정도가 핀테크를 활용하고 있다. 거지도 QR코드로 적선을 받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 교통, 통신요금 납부, 대형마트 쇼핑, 재테크 등 생활의 전 영역에서 모바일 결제가 활용된다. 현재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이용하는 위챗페이가 추격하는 구도다.

물론 기존에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았던 상황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급결제 발전과정 <현금 -> 신용카드 -> 모바일 결제>의 3단계 진화 과정 중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뛴 핀테크 발전은 혁신적이다.

지갑이 사라진 시대를 상상하며

위에서 언급된 핀테크 기술은 모두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한 번쯤은 듣거나 경험해본 것들이다. 우리는 이미 핀테크라는 흐름을 타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핀테크의 흐름로 어디로 갈까? 상상력을 동원할 시간이다. 무엇이든 핀테크가 될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건 고인 물은 썩는다. 고인 물에 흘러들지 말자.

(본 기사는 금융감독원 핀테크지원실의 ‘핀테크 주요 트렌드 및 시사점’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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