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주식시장에 적용되면 어떨까. 우선 블록체인 기술이 증권거래 시스템에 적용된다면 지난달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와 같은 일들을 원천차단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에서는 합의 알고리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징으로 금융권의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인 인증 서비스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업계는 정부 정책 형성과 기술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블록체인 도입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투명성, 안전성, 효율성 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은 증권거래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을 내놓을 전망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금융투자업계가 블록체인 공동인증 플랫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삼성증권 우리사주를 가진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1000원의 배당이 1000주의 주식으로 잘못 입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에서 발행되지도 않은 ‘유령주식’ 28억1000여만주가 직원들에게 입고된 것이다. 이날 일부 직원들이 판 폭탄매물로 삼성증권 주가가 30분 만에 11.7% 급락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증권사 시스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일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블록체인 상에서 모든 거래 내역이 분산 저장되고, 따라서 모든 참여자들은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 거래 발생 시 전체 데이터의 50% 이상이 일치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즉 전체 서버의 50% 이상을 동시에 해킹해야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 중 하나는 전자증권화와 블록체인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블록체인 상에서도 주식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유령주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유령주식 사태 방지를 위해 유령주식을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블록체인 상에 올려야 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기존에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프로세스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 프로세스가 블록체인 상에 올라가면 합의 알고리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프로세스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주식시장에 적용되면 위변조가 불가능해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등 2016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 플랫폼 개발

미국과 호주는 지난 2016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 3대 증시인 나스닥을 운영하는 나스닥OMX그룹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 링크(Linq)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로 인해 매매시간이 단축되고, 거래 투명성은 제고됐다고 업계 측은 설명했다.

호주 증권거래소는 등록, 결제, 청산 시스템 등을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해 거래비용을 낮췄다. 분산 장부를 통해 시장 참여자 간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외 주식, 채권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국, 일본 등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증권거래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다만 현단계의 블록체인 기술은 속도에 한계가 있어, 현시점에서 실시간 거래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증권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인증 서비스 분야에 우선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 서비스 ‘체인아이디(CHAIN-ID)’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체인아이디는 온라인 주식거래와 자금이체 등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1개 증권사가 참여한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 시스템이다. 즉 한 증권사에서 인증 절차를 거치면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다른 증권사에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인증 서비스인 것이다.

김태룡 금투협 정보시스템실장은 “체인아이디는 올해 중 은행권 블록체인 공동인증 시스템과 연계해 금융소비자 편의성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투협은 PC에서도 액티브X 등의 추가 프로그램 설치 없이 체인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중 PC용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금융보안원과 협업해 블록체인 인증 연계 표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성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현재 주식거래 프로세스는 주식 거래 결제와 정산이 분리돼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예탁결제원이 필요 없어 정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주식거래 프로세스가 심플해져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 플랫폼 상에서 주식거래를 했을 때, 그 주식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속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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