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난 5월 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의 금융 체계와 제도가 신규 참가자의 진입을 막고, 절차적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번 개편방안의 전제다.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책이다.

개편방안의 골자는 3가지다. 금융당국은 1)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정하게 금융 진입 정책을 결정하고, 2) 전문·특화 금융회사 출현을 촉진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며, 3) 인가절차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진입과정의 투명성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 혁신을 위한 자유로운 진입환경 조성’는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이며,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도 개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개편방안은 향후 금융정책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향방은?

주목할만한 점은 ‘인터넷 전문은행 추가 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제3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다. 이번 개편방안 발표를 통해 금융당국이 의지를 밝힌 셈이다. 또 ‘진입 장벽 낮추기’를 위한 단기 추진 과제로 명시되어 있어 그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실제로 참여할 시장의 사업자들 생각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말 그대로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다. 말을 아끼면서도, 특별하게 달라진 건 없다는 말이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1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최종 예비인가를 권고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매력이 사라진 인터넷 전문은행

먼저 인터파크의 관계자에게 ‘인터넷 전문은행’ 추가 인가 적극 검토 결정에 따른 준비 상황을 물었다. 인터파크는 가장 유력한 제3 인터넷 전문은행 도전자로 꼽혀 왔다. 2015년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아이뱅크 컨소시엄’은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라 답했다.

게다가 조용히 지켜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규제는 신규 참여자에게 여전히 큰 벽”이며,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시장을 대부분 차지한 상태라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보수적 의견을 보탰다. 덧붙여 “금융위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개편 방안과 상관없이 결국, 금융당국의 손에 달렸다는 뜻이었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통해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은행의 산업자본 금고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최대 10%(의결권은 4% 제한)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규모의 경제가 주요한 금융시장에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쟁력 상실 요인이기도 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진할 것을 거론되었던 여타 기업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SK텔레콤은 인터파크와 함께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한 바 있다. 이후 KEB하나은행과 함께 모바일 핀테크 플랫폼인 ‘핀크’를 설립했다. 이에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핀크 관계자는 “향후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진과는 관계없이, 핀크의 고유 업무는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 핀크 출시 당시 ‘정부 정책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유력한 후보군이었던 LG유플러스와 신한금융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어떤 전략이나 의견도 들을 수 없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요금 실적을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인 ‘텔코스코어’를 개발했다. 게다가 ‘텔코스코어’는 주부, 노년층 또는 사회초년생 등이 금융 취약층이 받는 불이익을 해결하는 게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금융 접근성 확대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취지와도 맞아 LG유플러스의 인터넷 전문은행 도전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그룹과 제휴, KB국민카드 대출상품에 텔코스코어를 적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신한금융 역시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하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영서 본부장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반응이 뜨거울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랐다.

왜일까?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규모는 총 고객 수 약 660만 명, 수신 9조 원, 여신 7조 원(18년 4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성장세다.

또 금융 당국은 ‘메기 효과’를 달성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란,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 확대하면서 기존 은행 간의 가격경쟁 촉진 등 활성화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사진=기업 홈페이지)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

먼저 국회에 멈춰있는 ‘은산분리 완화’ 이슈다. 기존의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신규 시장 참여자는 그 구속이 더 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사업자 혼자서도 대규모 증자를 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케이티,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서는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증자를 시도했으나 일부 주주사가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 2017년 12월 발표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권고안을 보면 “현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적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라는 시장 지배자의 존재도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95%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케이뱅크는 모바일뱅킹 앱에 기반으로 편의점 (GS리테일), ATM(우리은행) 등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어 모델을 공고히 하고 있다.

- 은산분리 규제는 그대로
- 이미 시장 지배자가 존재 
- 디지털 서비스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

신규 고객 유치도 가능성도 희박하다.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에 계좌를 보유 비율 95.8%에 달한다.

게다가 핀크와 같이 금융권과 결합한 핀테크 추세도 주요한 이유다. 굳이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 이용자 편의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인인증서’가 폐지됨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의 이점은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가 나온 3년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지금 인터넷 전문은행을 둘러싼 상황은 ‘눈치싸움’이라기 보다 ‘동상이몽’에 가깝다.

포용적 금융의 시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 목적을 돌이켜 보면, ‘포용적 금융의 실현’이다. ‘포용금융’이란 모든 경제주체가 제도권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혁신 4대 전략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승곤 예금보험공사 실증연구팀장은 지금의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을 둘러싼 분위기가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본다. 오승곤 팀장은 “분명 인터넷 전문은행은 우리나라 포용금융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금융 접근성 강화, 거래 투명성 제고, 유지 비용 하락 등 장점은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장 사업자와 금융 당국의 관점이 다르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앞으로 발전 방향에 있어 “본디 목적에 따라 중금리 대출 확대, 금융 사각지대 최소화  등 서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겨우 1년, 속단은 이르다. 하지만 각각의 잇속만 따지다가 인터넷 전문은행마저 청산해야 할 금융적폐의 파편이 되진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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