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은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주선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관련 보험상품 가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보험은 보상한도액이 30억원~50억원 정도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보상한도액이 늘어날 지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10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관련 보험에 가입된 거래소는 빗썸, 코인원, 업비트, 고팍스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빗썸은 현대해상 뉴사이버종합보험과 흥국화재 개인정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보상한도액은 각각 30억원이다. 코인원도 30억원 규모의 현대해상 뉴사이버시큐리티 사이버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업비트는 50억원 규모의 삼성화재 개인정보유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고, 관련 보험 추가가입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투명성과 보안성 문제를 이유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보험 가입승인을 꺼리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DB손해보험의 사이버종합보험을 가입한 후 20여일 만에 해킹이슈가 발생,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손보업계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험 가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행법상 금융기관이 아닌 통신판매 분야로 구분되고 있어, 재보험사(일종의 보험을 위한 보험사)들이 거래소가 가입하는 보험에 대해 재보험 가입을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페 거래소에 대한 보험 가입이 추진중이다. 하지만 터무니 없이 적은 보험한도액으로 '가입자 모집용' 마케팅 수단에 그칠 수 있다는 비난도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 보험 주선...'마케팅 수단' 비난도

이 같은 상황으로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단체보험 형태로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 가입 추진에 나섰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이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주선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관련 보험 상품 가입을 개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당초 대형 손보사들과 거래소 단체보험 가입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개별 거래소마다 사정이 달라서 하나로 묶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협회의 자율규제 심사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며 “자율규제 심사를 통과한 거래소를 우선적으로 주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업계는 보상한도액이 늘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보험의 보상한도를 고려했을 때 1인당 받을 수 있는 피해 보상금 수준이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콜드월렛에 있는 자산만 수천 억원이고, 유빗의 경우 해킹으로 사라진 코인의 규모가 당시 기준으로 170억원에 달했다”며 “기존 보상금 수준에서의 보험 가입은 거래소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만을 위한 전문보험 '불가능'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전문 보험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의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가 명확하게 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가 주로 가입한 보험은 일반 기업들의 사이버 리스크를 보장하는 사이버 보험이다. 이 보험은 제 3자의 사이버 공격으로 기업이 재정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담보하는 보험으로, 사이버 위험이 있는 모든 기업이 가입 대상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규를 정비하기 이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전문 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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