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우리는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에 대해 여전히 반대다. 우리에게 악조건이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의 유료 서비스를 내놓은지 20여일이 지났으나 택시업계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 10일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유료 서비스 스마트 호출을 시작했다. 사용자가 1000원의 비용만 더 내면 과거 운행패턴과 교통상황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응답 확률이 높은 택시를 호출해주는 방식이다.

당초 카카오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택시 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비공개했으나 이같은 방침을 사흘만에 철회했다. 각계에서는 승객 골라 태우기를 막지 못하면서 웃돈 1000원만 받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시연 모습 (사진=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으나 스마트호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서비스 안정화 단계로 이용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향후 스마트호출에 대해 사용자, 택시업계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택시업계에서는 스마트호출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송파지부 운전기사 A씨는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에 대해 묻자 “너무 문제점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스마트호출은 주로 단거리 승객들이 이용하는데 이게 더욱 까탈스럽다“면서 ”대부분 짧은 거리지만 골목 깊은 곳에 모셔다 드려야 해서 비용은 적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인데, 이 돈 받자고 포인트 400원 더 받는 것을 누가하겠냐.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는 우리에게 악조건”이라면서 “이 때문에 주변 기사들도 그렇고 스마트호출을 잘 받지 않는다. 승객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받지만 우리가 봉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라고 털어놨다.

카카오모빌리티-택시업계 갈등 근본적 원인...'택시 기본요금'

사실 택시업계가 가진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은 ‘요금’이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기본요금이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적은 인센티브 때문에 단거리, 오지 등으로 가야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 리 없다.

상황이 이런 탓에 카카오모빌리티 측도 머리가 아프다. 단순히 플랫폼 역할을 하는 카카오가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카카오택시는 이미 국내 대부분의 택시기사님이 쓰고 있는 터라, 수요가 증가한다고 더 이상의 공급을 증대할 수 있는 방법이 뾰족하게는 없다"면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길에서 집에 갈 방법을 찾는 분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본질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택시업계에서는 터무니 없이 낮은 기본요금을 지목한다. 현재 서울택시의 기본요금은 3000원이다. 매년 물가는 오르지만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약 5년간 멈춰있다. 휘발유 차 기준으로 유류비는 1L당 900원이다. 1L로는 5~6km 정도밖에 이동할 수 없다. 때문에 단거리나 또 다른 승객을 태워올 수 없는 오지는 수익이 얼마 남지 않는다.

A택시기사는 “서울시에서 금년에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해주겠다고 했는데 지방선거도 있고 이런 저런 일이 있어 미뤄졌다. 선거 끝나고 올려주겠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냐”면서 “우리나라 택시 업계가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서울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택시비 기본 요금 인상 등을 포함해 일방적인 다산콜센터(120번) 항의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A기사는 취재 내내 손님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카카오 유료 서비스와 기본 요금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을 내뱉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끝나지 않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조만간 또다른 유료 서비스 즉시배차(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며, 연내 카풀 서비스도 연계할 계획이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키를 가진 정부가 직접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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