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길주 기자] “한번 만져보세요. 이게 친환경 업사이클링 가죽이죠.”

인터뷰 시작부터 가죽 원단을 내민다. 업사이클링은 흔히 ‘재활용’을 뜻하기에 가죽의 깨끗한 외관이 의외였다. 이 가죽을 만들고 활용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력, 친환경 철학 등은 그에게 자부심였다.

주인공은 패션구두 브랜드 ‘레더리스’의 김기범 대표. 레더리스 브랜드만 보면 창업 초기이지만, 10년 이상의 구두사업 경력을 갖췄다.

그가 설명한 ‘업사이클링 소가죽’은 말 그대로 재활용 소재인데,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치밀함의 연속이다.

김기범 레더리스 대표가 가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시트와 공방의 가죽 자투리 등을 전문 수거하는 협력 업체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렇게 수거한 가죽들을 분쇄한 후 무독성, 친환경 공법으로 원단화시킨다. 이 경우 일반 가죽보다 가볍고 내구성은 높아진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협력 업체는 수거한 가죽의 정제에 엄청난 공을 들여요. 예를 들어 종이가 붙어있는 등 오염된 부분을 모조리 골라내죠. 보통 가방 제작에 사용하지만, 제가 구두에 넣어보겠다니 주위 우려가 컸습니다.”

업계 통념상 업사이클링 가죽으로는 구두를 못 만든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면 ‘팽팽함’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 보통 가죽구두의 팽팽함은 ‘불(火)’을 이용한 마감처리에서 나오는데, 업사이클링 가죽에는 여러 특성상 잘 통하지 않았다.

“창업 전부터 믿는 대목이 있었어요. 생산라인들과 수없이 테스트를 거쳐 일종의 새로운 열 성형 방식을 찾아냈죠. 자세히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업사이클링 소가죽으로 제작한 레더리스 제품들의 우수한 품질이 기술 성공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00% 국내 생산입니다”

레더리스 쇼핑몰 홈페이지 이미지

타깃은 20~30대 남녀이고, 창업 초기인 현재 남성화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으나 여성화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레더리스 창업 전 구두사업 10년의 노하우를 디자인에도 쏟아냈다. 지나친 화려함은 지양하고 정제된 모던 스타일이 디자인 특징이다. 여기에 편안함 착화감을 더해 전력은 배가됐다.

협력 생산라인과의 실시간 디자인 논의도 관전 포인트. 트렌드와 고객 동향에 맞춰 수시로 수정안이 오간다. 고탄성 깔창과 KC인증을 받은 무독성 원단, 상세페이지 그대로의 키높이 기능을 갖췄으면서 10만원 미만의 가격을 내세웠다. 생산 기술 노하우가 고품질 대비 낮은 가격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김 대표는 내달부터 월마다 매출의 3%를 사회에 기부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순익이 아니라 매출의 3%여서 만만치 않음 금액이다. 구매 고객들의 성명을 쇼핑몰에 공개한다는 대목도 의미 있다. 사회적 약자와의 상생 추구에 고객을 동참시키는 구조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구축한 쇼핑몰에 자세히 설명해 뒀다.

“100% 국내 생산과 기부, 고객소통 등의 요소들을 모아 더 큰 상생을 이뤄가고 싶습니다. 차후에는 실력을 갖췄으나 인디에 위치한 예술작가들과의 협업도 모색할 계획입니다. 물론 기업이기에 수익이 목적이지만 그 과정을 올바르고 정직한 방향으로 이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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