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된다면 가상화폐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국제 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줄 이번 회담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은 벌써부터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주식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던 가상화폐 시장은 조용한 분위기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본격적으로 조성된다면 한국 경제에 훈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심스레 형성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요인이 걷히면서 그동안 한국 증시를 억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국외 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달리 정상회담 이슈가 당장 가상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가상화폐 시장은 각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유명인의 가상화폐투자 행보 등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이슈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가능할까

오늘(27일)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르면 북미 정상회담도 5월 중 열릴 예정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국내 증시를 억누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날 것.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북 정전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된 저평가의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국내 증시는 주식의 시장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 전 세계 주요 증시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PER는 저평가 정도를 판단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외신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중순 신흥국 평균 PER가 15배인 데 반해 코스피 PER는 11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배당 수익률,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로 3가지 요인에 기인한다”며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경우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예정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성과들을 면밀히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로 인한 원화 강세가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며 “이번 정상회담 이벤트가 국내 증시에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치를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정상회담, 가상화폐 시장에 영향 제한적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본격적으로 조성된다면 가상화폐 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업계는 정상회담 이슈가 당장 가상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각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토큰 버그, 유명인의 가상화폐 투자 행보, 거래소 해킹 등 가상화폐에 대한 직접적인 이벤트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정상회담 이슈가 가상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자료=빗썸)

실제로 코인들의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26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발표로 한 달 만에 66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해킹설에 휩싸이고, 미국‧일본 등 각국 정부가 규제 강도를 높이자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다시 하락 전환했다.

유명 투자기관과 투자자의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 표명도 비트코인 가격 등락을 좌우했다.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 등 유명 투자자의 가상화폐 투자 소식은 호재로 작용,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하지만 미국 월가 대표 투자은행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가상화폐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자 3일 만에 비트코인의 매도세가 증가했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정상회담이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산업에 당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부가 외교안보에 치중하고 있는데 정상회담, 지방선거 등이 끝나면 가상화폐‧블록체인 산업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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