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역사의 초창기에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주로 컴퓨터 업체의 당연한 의무 같은 일이었다. 점차로 사용자가 늘어나며 요구사항들이 다양해짐에 따라 대학을 중심으로 공동참여, 오픈교환, 투명성을 기치로 내건 오픈소스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 모질라, 파이썬, 구글, OSI(Open Source Initiative) 등의 기관들이 관련 단체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존재 한다. 공개 CPU 아키텍처인 SPARC와 RISC-V가 대표적이다(표 참조). 하드웨어는 X86 기반의 범용 컴퓨터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개발자와 판매자 그리고 사용자의 관점에서 복잡한 관계를 풀어보고자 한다.

오픈소스 HW와 SW의 종류

대학은 학문의 요람이고 도전의식이 풍부한 작은 사회이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대한 아이디어와 신기술들이 수시로 탄생하고 시험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져 개발생산성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은 인터넷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개발자 집단과 사용자 집단에 뿌려져서 수정되고, 튜닝되는 과정을 겪는다.

공개 소프트웨어이고, 다수의 손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진 이러한 공개 소프트웨어는 특정한 개인이 소유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오픈이라는 용어가 무상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어서 피라미드 영업 조직의 인센티브가 유혹적이듯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저절로 손이 가는 솔루션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MS-DOS를 만들어 IBM에 납품하는 것으로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다. 이와 동시에 개인용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윈도우 전용 드라이버를 개발하도록 유도하여 윈도우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구축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 사용자들에게는 마치 오픈 운영체제처럼 다가갔다. 다각적인 전략으로 실질적인 독점적 위치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로 비즈니스 전략을 확대하였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5년간이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 받고 있지만, 오픈소스의 개념이 널리 퍼지기도 전에 그러한 전략을 구사한 빌 게이츠는 천재적인 비즈니스맨이라 할 수 있다.

상당기간동안 IT의 기술과 시장을 선도해온 IBM은 인터넷 시대와 오픈소스에 대한 대비를 해야만 했다. 전통적으로 시스템의 신뢰성, 가용성, 서비스 역량을 신조로 표방해 왔던 IBM 개발 조직이 오픈소스 진영과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하고 아파치의 후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전략적 의사결정의 결과로 IBM 웹 어플리케이션 서버 프로그램인 웹스피어가 탄생하였다. 비교적 안정적인 아파치를 사용하고 있었던 사용자들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IBM의 고객이 되었다. 자사의 독립적인 소프트웨어를 고집하여 개발했다면 IBM은 하드웨어 업체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웹스피어는 IBM 유닉스 기종의 호황을 타고 상당기간 동안 IBM의 효자 소프트웨어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험적인 성공에 고무된 IBM은 자사의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기종의 운영체제로 오픈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회사 내부의 기득권 세력들의 반대가 있었겠지만 오늘날의 IBM은 이러한 과감한 혁신적인 변신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이사, 공학박사

공짜라는 강력한 무기 뒤에 가려져 있는 불편한 진실들도 있다. 개인들은 공짜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기업들이 상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지보수 명목으로 돈을 지불해야한다. 유지보수 비용을 낸다고 해도 오픈소스 프로그램의 특성상 근본적인 문제가 발견된다면 저자가 해결해야하는 의무가 없으므로 근본 원인의 파악과 수정이 어렵다고 본다.

경미한 문제의 경우는 피해갈 수는 있다. 대개의 오픈소스 프로그램은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상용 소프트웨어와 비교해보면 특정 기능만을 제공하는 단위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도입하다 보면 실제의 비용은 상용 소프트웨어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더구나 문제 발생시에 책임을 지는 대상이 없다는 것은 중요도가 높은 업무에 사용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앞에서 언급한 마이크로소프트사와 IBM의 사례도 있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이 오픈소스 관련업체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레드햇사가 JBoss를 인수하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는 등의 사례는 오픈소스 진영이 비영리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증명이다.

또한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재능기부 같은 방법으로 손쉽게 개발단계를 대체하고, 시장의 진입도 이미 어느 정도는 되어 있다는 장점을 취하는 고도로 계산된 대기업들의 전략도 숨어 있다고 봐야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지적 재산권의 문제가 프로페셔널하게 해결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전세계적으로 법적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클라우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오픈소스 프로그램의 매력은 상당하다. 여기에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보자는 조급증이 더해져서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오픈소스의 식민지화가 되어가는 곳에서는 포장 기술만 늘게 되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원천기술을 축적하려는 의지는 꺾이게 마련이다.

최근의 클라우드 추세에서 보면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문제의 여지가 상당한 이러한 클라우드에 들어가는 것은 진정한 클라우드의 혜택을 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눈에 보이는 비용적인 측면만으로 시류를 따라간다면 상당한 위험에 직면 할 수 있으며, 계산하기 어려운 비용을 치룰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아주 중요하고, 아끼는 것을 공짜로 주지는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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