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세계 최대 포르노사이트가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둔 가상화폐를 받기 시작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이 나올 때 마다 '킬러 콘텐츠'로 떠올랐던 포르노가 가상화폐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7일 포르노사이트인 ‘폰OO’이 자사 프리미엄 콘텐츠를 구입하는 가입자의 결제수단으로 ‘버지’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이미 폰OO의 계열 사이트인 ‘브OOO’와 ‘누OO’도 버지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버지는 지난 2014년 ‘도지코인다크(DogeCoinDark)’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진 개인 정보 보호에 초점을 둔 디지털 통화다. (‘도지코인다크’는 이보다 1년 앞서 만들어진 도지코인(DogeCoin)과는 전혀 무관한 가상화폐다.)

폰OO가 왜 가상화폐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모호한 디지털화폐인 버지만 받는지에 대해 이 성인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대변인은 자사 “사용자들이 특별히 이 화폐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폰OO의 제안 페이지에서 약 6000표를 얻은 한 게시물은 버지 화폐로도 결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폰OO는 발표문에서 “사용자 익명성 제공에 초점을 둔 버지가 우리 사이트와 가상화폐 파트너십을 맺었을 때 분명한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발표문은 “버지는 안전한 익명의 가상화폐다. 이는 폰OO의 우리들에게 아주 가깝고 친근하다...버지는 특히 성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추가 보안 계층을 제공한다”는 내용 등으로 돼 있다.

세계최대의 포르노사이트 폰OO가 프라이버시 보호를 내세워 '버지'라는 가상화폐를 받기 시작했다. (사이트명은 청소년 등에 유해한 성인물이므로 노출되지 않도록 일부를 가려서 노출했다.)

버지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향상시키고” 토어(Tor)와 I2P 같은 익명을 보장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는 가상화폐로 언급되고 있다. 이 두 SW는 불법약물 및 밀수품 거래용 다크웹인 실크로드에서 사용돼 왔다. 지난 2월 말 핀란드의 헬싱긴 사노마트는 핀란드 재무부가 지난 2016년 마약 밀매 암시장 사이트 실크로드 단속으로 몰수한 비트코인 2000개를 경매 처분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 산하 기관 연방보안관은 지난 2014년 로스 울브리히트 실크로드 운영자가 보유한 비트코인 14만4336개(4800만 달러, 한화 514억원 상당)를 압수, 지난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공매 처분했다. 호주에서도 2016년 마약 밀매에 사용돼 압수된 비트코인 2만여개를 경매에 부친 바 있다.

폰OO의 발표문은 이 가상화폐가 익명의 거래에 대해 “IP주소 및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모호하게 만들어 추적할 수 없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폰OO의 수익 대부분은 동영상과 함께 게재되는 광고에서 발생하지만 이 사이트 수익의 일부는 광고없는 동영상 및 HD 콘텐츠에 대한 접속을 제공하는 이른바 ‘폰OO 프리미엄’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매하는 가입자에게서 나온다. 이 회사는 구매 가입자 기반 콘텐츠로 받는 수익을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지난 2015년 폰프리미엄이 출시된 이래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했고 구매 기반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폰OO 공식 웹 사이트가 가상화폐 사용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폰OO처럼 마인드 기크를 모회사로 둔 계열사들이 이미 가상화폐 지불을 받아들였다. 지난 달 마인드기크 소유의 플레이보이닷TV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를 받기 시작했다. 폰허브와 함께 마인트기크의 계열사인 브OO 및 성인게임 포털 누OO도 가상화폐 버지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의 일종인 버지 코인이 포르노 콘텐츠에 도입됐다. (이미지=버지코인, 픽사베이)

한편 이날 USA이커머스는 2가지 이유를 들어 이 파트너십의 이점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 간 협력관계는 진정한 것이 아니다. 단지 성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사이트에 결제 옵션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즉 사람들이 단순히 버지코인으로 지불을 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둘째로는 버지팬들이 이 파트너십에 돈을 지불했다는 점이 꼽혔다. 버지는 자사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팬에게 어떤 형태의 상환도 할 필요없이 크라우드펀드를 통해 기부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USA이커머스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 호소에 따라 크라우드펀드에 적어도 650만달러(약 69억5000만원)를 기부했다. 이에따라 마인트기크와 버지는 포르노사이트가 버지 코인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버지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힘들게 얻은 돈을 기본적으로 폰허브와 버지의 무료홍보를 하는데 허투루 써버린 셈이 됐다.

보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웹사이트 중 하나가 현재 이 개인정보 보호에 초점을 둔 코인을 받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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