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 및 일자리를 막기 위해 국내 가상화폐 공개(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유사수신 사기 위험 증가, 투기 수요 증가 등 소비자 피해 확대 우려’를 이유로 ICO 전면 금지를 발표한 이후 국내 블록체인 기업은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ICO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KAIST가 주관한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정호 KAIST 연구처장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일자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ICO 금지 등 규제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블록체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ICO 투자규모가 벤처캐피털(VC) 등 비(非)ICO 투자규모를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는 ICO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서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쓰고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서 해외 ICO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이뤄진 ICO는 약 5억5000만달러(한화 약 5870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ICO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시장이 있으면 기술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새로운 매커니즘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내놓을지, 아니면 기존 체제 안에서 수용할지를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전 위원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면서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고, 그 국가의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한국을 블록체인 리딩 국가로 보고 있는데, ICO가 허용되지 못하면 블록체인 기업들이 해외로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도 전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이사장은 “해외에서 ICO를 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크다”며 “스위스 기준으로 법인 설립 2억, 고문단 1억, 현지 마케팅 5억, 현지 사무실 이용 3억, 세율 10% 등의 비용을 해외에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ICO를 진행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세금제외)만 최소 11억인 셈이다.

ICO는 허용해야 하지만 원천기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용대 KAIST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ICO는 허용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하지만 스캠(사기)을 걸러낼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ICO의 옥석을 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KAIST는 국회에서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블록체인 인력양성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 상무는 “블록체인 전문가를 채용하는 데 29명의 전문가가 지원했지만 5명밖에 뽑지 못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신산업과 과장은 “정부도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6월에 공공서비스‧생태계‧인력양성‧법제도에 관련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사례를 선보이고, 표준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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