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가짜뉴스(fake news)'는 신뢰성이 있는 뉴스의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은 거짓 정보를 담아 유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짜뉴스의 손쉬운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에 의한 여론 왜곡현상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조사(오하이오 주립대)에 따르면 미국의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그동안 우리나라도 주요 포털이나 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유통되면서 정치적․사회적 쟁점에 대한 혼란을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각 정당은 '가짜뉴스 대응팀'을 구성해 가짜뉴스에 의한 선거 방해에 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법학박사)

이런 상황에서 4월 2일 세계 최초의 가짜뉴스 금지법안(Anti-Fake News Act 2018)이 말레이시아 의회를 통과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 법안에서는 '영상이나 오디오 기록 등 말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형식과 관계없이 전부 또는 일부가 거짓인 뉴스, 정보, 데이터 및 보고서'를 가짜뉴스로 정의하면서 가짜뉴스나 가짜뉴스가 포함된 출판물을 생산․제공․출판․배포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 형사처벌하고 있다.

물론 당초 동 법안에서는 '고의로(knowingly)' 가짜뉴스를 생산․배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었지만 의회 심사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악의로(maliciously)' 행한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였고, 처벌수준도 10년 이하 징역에서 6년 이하 징역(또는 50만 링깃 이하 벌금, 약 1억 3천만원)으로 완화하였다.

하지만 동 법안에서는 범죄자의 국적과 관계없이 역외적용이 가능하도록 한다거나(제3조제1항) 가짜뉴스의 생산․배포자 이외에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자도 형사처벌(제5조)하여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하고 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의 가짜뉴스 금지법안 추진 과정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은 당시 가짜뉴스 유포자 처벌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동 법안이 정치적 반대자를 침묵시키게 하고, 가짜뉴스의 정의가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헌법상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폐기를 주장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헌법에 따라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항변하고는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한 가짜뉴스의 유통 확산과 이에 따른 여론 왜곡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법적인 제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가짜뉴스 유포자 처벌이나 가짜뉴스 삭제의무를 미이행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 근거를 반영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송희경의원 대표발의안, 김관영의원 대표발의안)', '공직선거법 개정안(주호영의원 대표발의안)' 등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 제재에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은 말레이시아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짜뉴스에 대한 유통방지 노력과 함께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상용어인 가짜뉴스에 대한 적절한 법적 제한과 처벌을 위해서는 그 대상과 범위가 명확히 특정되어야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을 막을 수 있다(명확한 개념정의 및 제재 범위 설정).

예를 들어 단순히 허위의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정한 개인, 단체 또는 정책 등에 관한 정상적 여론을 왜곡시킬 목적으로(목적범)' '신뢰성 있는 뉴스의 외관을 갖추어' '허위의 정보를 게시하는 행위'를 하거나 이를 지시 및 지원하는 행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위험성만큼이나 정부의 가짜뉴스 제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인권단체인 HRW(Human Rights Watch)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를 즉각 제거하도록 한 독일법을 비판하는가 하면, 지난 4월 터키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위키피디아를 차단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가짜뉴스의 위험성만을 강조하여 과도한 제재입법을 마련하게 되면 오히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류에 편승해 섣부른 제재에 나서기에 앞서 '가짜뉴스 방지'와 '기본권 보장'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있는 입법이 될 수 있도록 가짜뉴스 금지법안 마련에 있어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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