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 주연의 SF영화 ‘엘리시움’에 등장한 것 같은 스스로 진단하고 수술까지 해 주는 상상속 인공지능(AI)의사 진료 시대가 아주 천천히 눈앞에 다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수술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갈길이 멀어 보이지만 최소한 당뇨로 인한 실명위기를 진찰하고 진단결과까지 제시하는 AI의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식품의약국(FDA)은 11일(현지시각) 의사의 도움없이 사람의 질병(당뇨성 망막증)을 진단해 주는 AI 기반 의료기기에 대해 첫 승인을 내주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IDx닥터’(IDx-DR)로 불리는 이 의료기기는 미국내 3000만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흔히 발견되는 시력상실 징후를 조기에 찾아주도록 설계됐다. 연간 1만2000~2만4000명의 미국인이 당뇨성 망막증으로 인해 실명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질환은 조기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FDA가 세계최초의 인공지능 안과의사 IDx닥터에 대한 사용승인을 내렸다. 당뇨성 망막증 환자의 실명 징후를 진단해 주며 안과의사가 아닌 일반 의사들도 이 결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IDx)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치가 높아지면 망막 혈관 및 시력 손실로 이어지는 당뇨성 망막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IDx닥터에 내장된 카메라(Topcon NW400)는 환자의 눈(망막)을 촬영한 후 당뇨성 망막증 징후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으로 이미지를 해석해 낸다.  AI의사인 IRx닥터는 당뇨성 망막증세를 인식하기 위해 100만명의 망막이미지를 바탕으로 기계학습을 했다. 

이 AI의사의 SW는 의사에게 “경미한 정도보다 큰 당뇨성 망막증 이상을 보이는 환자이므로 가능한 치료를 위해 안과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한다”거나 “음성이므로 12개월 후에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진단결과를 알려준다.

이번 FDA 승인에 따라 IDx닥터는 진료를 위해 당뇨병 환자와 더 자주 접촉하는 일차진료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AI방식 의료기기가 됐다. IBM의 왓슨처럼 의사와의 협업을 통해 최종 진단을 내릴 필요없이 직접 진단결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맬비나 에델먼 FDA 안과·이비인후과 관련 기기 승인 감독관은 발표문에서 “FDA는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건강 기기의 이용을 계속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성 망막증에 대한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해 이들 가운데 약 50%가 매년 실명하게 된다”며 조기발견이 치료관리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의사 IDx닥터가 당뇨성 망막증을 진단중인 화면 모습(사진=사이언스뉴스)

임상실험결과 IDx닥터는 경미함을 넘어서는 환자의 경우 87.4%의 정확도로, 그렇지 않은 경우 89.5% 이상의 정확도로 실명 징후(당뇨성 망막증)를 식별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의 사항도 있다. IDx닥터는 당뇨성 망막증의 레이저 치료, 수술 또는 주사의 병력을 갖고 있거나 계속 시력을 잃고, 시력이 흐려지고, 비문증이 있고, 낭포 황반부종이 있거나 이 진단을 받았던 환자, 심한 비증식성 망막증, 증식성 망막 병증, 방사선 망막 병증, 또는 망막 정맥 폐쇄 환자 등에게 사용하면 안된다.

또한 임신중인 당뇨병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없다. FDA는 당뇨성 망막증은 임신 기간 동안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급속 진행성 당뇨 망막 병증 평가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황반부종을 비롯한 당뇨성 망막 병을 진단할 목적으로만 설계됐으며 다른 질병이나 상태를 감지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사이언스뉴스는 AI가 망막이미지를 이용한 다른 종류의 건강 문제 식별도 가능하다고 전햇다. 환자 28만4000명의 망막 이미지를 연구한 AI 알고리즘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71%의 정확도로 고혈압같은 심혈관 건강 위험 요소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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