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주식회사 비즈니스 모델은 영원할까. 해외 온라인 쇼핑몰 오버스탁과 블록체인 기업 티제로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번에 따르면 밥 그레이펠드 전 나스닥 CEO는 5년 안에 모든 주식이 증권형 토큰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대 자본주의 발전의 근간이 된 주식회사 제도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했던 주식회사 모델이 언제부터 생겨났고 어떤 시스템인지 알아보고, 토큰 경제 시스템은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짚어보자.

400년 이상 이어져 온 주식회사 모델…주주만 이득

주식회사의 시초는 동인도회사로 알려졌다. 동인도회사는 17세기 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유럽인들이 동방 진출을 목적으로 세운 회사이다. 당시 대서양 항로가 발견돼 식민지 개발과 무역거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항해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왕복 항해에는 약 2년 반이 걸렸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성공하면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어 많은 상인들이 선단을 꾸려 항해에 나섰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항해를 개인이 혼자 부담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등장한 방식이 주식회사다.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주권을 발행해 지분을 판매했고, 암스테르담에서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주식회사 시스템은 17세기 초 동인도주식회사에서 시작한다.  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점이 한계로, 토큰 경제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주식회사란 회사의 자본금을 주식증서라는 지분증명을 발행해 조달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기업을 설립한 사람은 투자금 확보는 물론 기업 경영의 위험을 주주들과 분산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들은 해당 회사가 무역거래를 성공해 이익을 얻으면 지분만큼 배분받는다. 만약 실패하면 지분만큼만 책임을 지면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주식회사 모델의 문제점은 없을까. 블록체인 투자 기업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주식회사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한 시스템이지만 여러 한계점이 있다”며 “특히 기업의 성장 이익이 주주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이 한계다”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페이스북, 우버 등의 기업이 성장하면 주주는 이익을 배당받지만, 기업 성장에 기여한 참여자들(콘텐츠 생성자, 우버 운전자, 승객 등)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는 것이다.

참여자 모두 이익 얻는 토큰 경제

참여자들 모두 이익을 얻는 시스템은 어떤 세상일까. 예를 들어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벤처기업이 있다. 이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위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주식을 발행하고 상장도 한다. 주주들은 기업 성장에 대한 이익을 배분 받는다. 하지만 이 서비스 안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참여자들이 없으면 이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업 성장에 기여한 참여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

만약 이 서비스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움직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블록체인 기반의 SNS 상에서 콘텐츠를 올리고, 이용하는 참여자들은 토큰을 주고받게 된다. 이 토큰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실물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SNS 기업이 성장한다면 토큰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이때 참여자들은 기업 성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티제로는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형 토큰 발행‧거래 플랫폼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프로젝트 단위 토큰 발행…난제 많아 신중히 접근

주식회사 시스템과 토큰 경제 시스템 모두 투자할 동업자를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는 같다. 다만 주식회사 시스템은 법인이 조직의 지분을 나누는 것이고, 토큰 경제 시스템은 프로젝트 단위로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선박 제조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경영진이 자동차 제조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경우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경영진은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주주들이 승인을 얻지 못하면 별도 사업목적의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이 경우 회사를 설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반면 토큰 경제 시스템에서는 한 회사에서 여러 가지 목적의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 선박 제조 사업을 위해 선박토큰을 발행하거나, 자동차 제조 사업을 위해 자동차토큰을 만들어 투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을 모으기 용이하고,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차이점을 활용한 기업도 나왔다. 블록체인 기업 티제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증권형 토큰 발행‧거래 플랫폼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증권형 토큰은 기업 지분, 배당 등의 권리를 갖는 토큰을 뜻한다.

이더리움 가상화폐 공개(ICO)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스티븐 네라요프 티제로 고문은 “기존 상장기업들이 증권형 토큰으로 ICO를 한다면 전체 회사의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 아리나 진행되는 일부 사업에 대해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발행한 토큰을 일정 부분 보상하거나, 기존 주식과 토큰을 교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단위로 토큰을 발행하는 이점을 이용해 주주들의 저항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단편적인 이점만으로 기존 주식회사 시스템보다 토큰 경제 시스템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 토큰과 실물화폐 전환의 비율, 기술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기존 주식회사 시스템이 토큰 경제로 변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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