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페이스북에는 항상 하나의 무료 버전이 존재할 것입니다.(there will always be a version of Facebook that is free)”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0일 오후(현지시각) 열린 미 의회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해 이같은 말하면서 '페이스북 유료화'(적어도 광고보길 원치 않는 사용자 대상으로)가능성을 시사했다.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미 의회 법사위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비즈니스인사이더·데일리메일·USA투데이 등은 10일(현지시각) 마크 저커버그가 이같은 말로 페이스북 가입자들에 대한 유료화 버전, 또는 프리미엄 버전을 내놓을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의회 청문회에 출석,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페이스북 사용자데이터 추출 및 제 3자에 불법 제공한 프라이버시 스캔들에서 타깃 광고 문제에 이르는 광범위한 우려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유료화 문제를 함께 밝혔다.

이날 오린 해치 공화당 의원은 “고객들이 광고없는 페이스북 사용을 원할 경우 사용자들에게 과금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저커버그는 이에 대해 “그렇습니다. 페이스북에는 항상 ‘하나의 무료 버전’이 존재할 것입니다(there will always be a version of Facebook that is free)”라고 말했다. 

이 대답이 중요한 이유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한 개 버전(a version of Facebook)’은 항상 무료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는 “페이스북은 항상 무료일 것이다(Facebook will always be free)”라는 기존 페이스북의 주장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의 'Sign Up'글자 밑에 보이는 대로) 페이스북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프론트 페이지에서 “페이스북은 언제나 무료일 것(it's free and always will be)”이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저커버그의 말은 이와 배치된다.

페이스북에 가입할 때 나타나는 화면에는 항상 무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쓰여져 있다

저커버그 답변의 행간의 뜻을 보면 페이스북이 어느 시점엔가에는 (아마도 광고가 없는) 유료버전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페이스북이 광고 타깃이 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개인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이날 5시간 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서 이 주제가 불거지자 좀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광고 모델이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러나 확실히 우리는 충분히 생각해 볼 때 합리적인...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를 달리 말하면 페이스북 유료버전이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는 예상되지는 않지만 공식적으로는 처음 유료버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커버그의 발언은 앞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용자들이 광고없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 할 것”이라고 한 NBC뉴스 인터뷰 내용에 이어 등장했다. 마치 유튜브가 광고없는 유료 버전을 내놓은 것과 유사하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미의회 청문회에서 유료 페이스북을 언급하기에 앞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가 NBC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타깃으로 한 광고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유료서비스 같은 것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USA투데이 유튜브)

저커버그는 또한 기존 사용자들은 타깃 광고를 옵트 아웃(수신거부를 하면 광고를 안보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저커버그는 또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연결하도록 돕고 이들이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버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이것이 개인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지 않거나 타깃 광고 대상이 되길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받았다.

빌 넬슨 상원의원은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정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돈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빌 넬슨 미상원 의원이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광고주에 제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료 페이스북버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냐"고 질문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유튜브캡처)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이는 현재로선 회사의 계획이 아닙니다”라면서도 “우리는 하나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We want to offer a free service)”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현재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제 3자 정보를 끌 수 있는 옵션(옵트아웃)을 통해 자신의 정보가 사용되는 것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커뮤니티로부터의 압도적 피드백’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신과의 관련성이 높지 않은 광고보다 관련성이 높은 광고를 얻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셰릴 샌드버그가 말한 것은 페이스북에 전혀 광고를 싣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여전히 일종의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여 유료모델에 대한 강한 힌트를 제시했다.

이어 완전히 광고없는 시나리오에서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될지에 대해 질문받자 저커버그는 “이는 사용자들이 그 경험에 대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빌 넬슨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이 내 정보를 광고주들과 공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에 돈을 지불해야 하게 될 것이라는 거군요”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개인정보 유출사태는 실수였다며 사과하고 있다.(사진=데일리메일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분명하게 “예, 맞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는 광고를 안보기 위해 오늘 당장 돈내야 하는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해 유료화 버전 등장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밝혔다.

올린 해치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후 더 캐묻자 저커버그는 자신의 입장을 더 끈질지게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어떻게 무료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자 간명하게 “우리는 광고를 게재합니다”라고 답했다.

여러 시간에 걸친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용자의 개인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지난 2015년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행동에 대해 알았을 때 개인데이터가 훼손된 수백만 페이스북 고객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건의 경우 그들에게 처음으로 행동을 취한 후 이들과 앱 개발자들에게 고객데이터를 지우라고 요구한 후 이를 종료된 사안으로 여겼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사태는 지난 2016년 미대선판에 미묘한 개인정보를 추출해 넘긴 영국 데이터분석 및 정치 컨설팅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서부터 시작한다. CA가 미국유권자 5000만명의 개인성향 정보를 추출해 냈고 이를 불법적으로 미 트럼프대선진영에 넘겼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케임브리지 애털리틱스(CA)가 페이스북에서 고객데이터를 빼낸 사실을 폭로한 CA직원 크리스 와일리, CA의 알렉산더 닉스 CEO,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고문(대선당시 트럼프진영 핵심 참모), 헤럴드 머서 공화당 후원자(억만장자이자 인공지능과학자), 트럼프 미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자리한다. (사진=위키피디아,폴리티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의 써드파티앱으로서 페이스북에서 일명 퀴즈앱으로 고객의 정보를 추출해 이를 바탕으로 개인성향까지 캐내 이를 불법적으로 2016년 트럼프 후보 진영에 넘겼다. (사진=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저커버그는 이 문제에 대해 압박성 질문을 받자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했다(지웠다)고 말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그들을 감시하지 않은 게 실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나이답지 않게 비교적 노련하게 노회한 청문회 상원의원들의 질문을 받아 넘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을 불공정한 거래에 개입됐다는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만큼 저커버그가 넘어야 할 산은 이제 간신히 산 하나를 넘은 셈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써드파티 앱, 이른 바 퀴즈앱 사용으로 촉발된 페이스북 프라이버시 침해 관행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FTC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11년 양자간 합의인정판결(conscent decree)에 따른 FTC조사 완료에 이어 페이스북 활동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톰 팔 FTC 소비자 보호국장 대리는 FTC에 “페이스북이 어떻게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처리하는지에 대한 공개적 비밀조사를 하고 있다”고 충고해 앞서 나온 ”FTC가 페이스북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FTC는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관행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제기하는 최근 언론 보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앱을 설치해 사용자의 성향 정보를 빼낸 후 이를 2016년 미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에 제공했다고 폭로한 크리스토퍼 와일리 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엔지니어 (사진=CNN캡처)

10일 의회 청문회에서 저커버그가 사용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실책을 인정한 만큼 이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든 FTC의 조사결과와 맞물리면서 페이스북에 커다란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날 나온 페이스북 과금 전략은 이번 기회에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봉합하면서 동시에 페북탈퇴 및 광고보이콧 움직임과 엄청난 FTC 벌금 후폭풍 등에 대비하는 탈출구 전략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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