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이후 최대 불법 페이백(보조금) 사기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이용자가 먼저 55만원을 입금하면 3개월 후에 전산상 남은 단말기 할부금을 모두 조정해주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55만원 이상을 받은 채 바로 잠적했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파악한 소비자 피해 규모는 784명 수준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1인당 소비자 피해 규모가 210여만원(선입금 55만원+아이폰X(256GB) 단말기 출고가 155만7600원)이라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약 16억4640만원 선입니다.

휴대폰 판매점을 관리하는 대리점 관계자 A씨가 기자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판매점에서도 이 피해 사건이 몇 십건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 규모가 부풀려져 있다고 기자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를 만나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대리점이나 이통사의 입장이 어떤지에 대해 듣고 싶었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H텔레콤과 B업체가 이 사건을 계획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습니다. 이들의 영업방법은 방통위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약식(내방)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대상 단말기는 아이폰X, 아이폰8, 갤럭시S9, 갤럭시노트8 등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었습니다. 번호이동의 경우 55만원, 기기변경의 경우 90여만원을 먼저 임급하면 3개월 후 남은 단말기 할부금을 모두 없애주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비싼 스마트폰인 아이폰X(256GB)을 기준으로 하면, 이용자는 번호이동 조건으로 이들 업체에 55만원을 먼저 입금합니다. 또한 155만7600원의 단말기에 대한 24개월 할부금(이하, 할부 이자 제외)도 전산 상에 남게 되는데 3개월 동안 납부합니다. 3개월이 지나면 남은 21개월의 단말기 할부금(136만2900원)을 이들 업체가 어떤 방법이든 없애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55만원과 3개월 할부금(19만4700원) 등 74만4700원만 지불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했을 때인 155만7600원과 비교하면 81만2900원의 이익이 생깁니다.

아이폰X (사진=폰아레나)

이에 대해 대리점 관계자 A씨는 소비자 피해 규모는 1인당 55만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차피 아이폰X 등 스마트폰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일반 이용자와 같은 할부금을 내고 있으니 선입금한 55만원만 손해를 본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만약 소비자들이 이들 업체가 약속한 조건을 유지해달라고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손해 금액은 81만2900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아이폰X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리점도 이들 업체의 불법 판매 행위를 모두 컨트롤(통제)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일종의 계약관계인데, 판매점이 계획적으로 작정하고 벌인 사기 행각을 미연에 어떻게 방지하느냐는 것입니다. 소비자 피해 규모가 적다면 일부 보상을 해주겠지만 이번 경우는 몇 백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신분증 스캐너의 단점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이번 페이백 사기 사건의 경우 온라인으로 이뤄졌는데 이용자가 신분증을 택배 방식으로 업체에게 보내고, 업체도 스마트폰 개통후 이용자에게 택배 방식으로 보낸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신분증 스캐너가 있어도 모든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없다고 관계자는 강조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점점 비싸지고, 소비자는 싸게 사고 싶어하는 욕구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현재 단통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소비자가 같은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해야 합니다. 수요는 있는데 이에 대한 공급을 차단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저에게 주장했습니다. 삼성전자·LG전자 대리점이나 양판점, 백화점의 경우 TV 가격이 다 다른데, 가격과 지원금을 공시하고 같은 가격으로만 구매하게 법으로 강제하는 제품은 스마트폰 뿐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건을 보면서 단통법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좋은 지, 아닌 지에 대해 잠시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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