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이 뜨겁다. 한국 거래소는 물론 중국계 거래소인 후오비, 오케이코인(OKCOIN)과 미국계 거래소인 플로닉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이 줄줄이 국내에 문을 열고 나섰다.

지난 2월 정부는 “실명 거래 시스템이 구축된 은행들과 더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를 하도록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해 독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신규 거래소들은 가상계좌 발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이들이 한국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이고, 국내 거래소들은 글로벌 거래소의 한국 진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알아봤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거래소 한국 러시…가상계좌는 발급 못 받아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한국 영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후오비는 지난달 30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후오비는 거래량 기준 세계 4위 거래소다.

후오비코리아는 코인 간 거래 마켓 서비스를 운영한다. 현재 비트코인마켓, 이더리움마켓, 테더(USDT)마켓을 오픈했다. 즉 가상화폐 간 거래만 가능하며, 원화 입금 서비스는 아직 제공하지 않는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는 “은행을 통해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거래소를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가상계좌 발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오픈을 목표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 비트코인마켓, 이더리움마켓 등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후오비코리아는 앞으로도 법인계좌 사용보다는 은행을 통한 가상계좌를 우선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케이코인은 지난 2일 밤 베타서비스 형식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케이코인은 거래량 기준 세계 3위 거래소다. 오케이코인코리아도 은행을 통한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현재 오케이코인코리아는 법인계좌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고객이 오케이코인코리아 법인계좌에 원화를 입금하면 오케이코인코리아에서 가상화폐 계정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문제는 법인계좌 방식이 불법자금 세탁경로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케이코인코리아는 이에 대해 자금세탁 및 불법자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힘쓰고, 문제가 발생하면 오케이코인코리아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한중 합작 가상화폐 거래소인 지닉스는 국내 시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지닉스는 당초 1월 말 오픈을 목표로 두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오픈 일정을 연기했다.

이밖에 미국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폴로닉스도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사진=픽사베이)

“장기적 상생구조” vs “거래시장 질서 흐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4월 현재 가상화폐 거래량은 지난 1월 대비 70% 이상 줄어들었다. 줄어든 거래량과 달리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한국 거래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규 거래소 관계자들은 “한국의 거래량은 전 세계적으로 따져봤을 때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당장은 수익이 안 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출해야 할 시장”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업계는 신규 거래소 중 글로벌 거래소들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거래소 외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은 글로벌 거래소의 한국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4월 현재 한국 가상화폐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보고 있다. 작년 한 해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 덕분에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알려지게 됐다면, 올해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초 연구,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생활에 적용될 것으로 바라봤다. 이 같은 미래가 오기 위해서 글로벌 거래소의 한국 진출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소 사업만 놓고 보면 기업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규모 거래소만 영업하는 기업도 글로벌 거래소 진출에 호의적이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 참여자가 많아야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거래소 진출에 긴장하는 거래소도 있다. 규제가 없는 틈새를 활용해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등 간접 규제는 있지만, 법적으로 명시된 직접 규제는 없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후오비코리아를 겨냥했다. 후오비코리아의 약관에 불공정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후오비코리아는 소비자가 해킹 당한 PC에서 후오비 사이트로 접속, 이로 인해 코인을 도난당한다면 소비자 귀책사유로 보고 있다. 다만 후비오코리아 측은 무조건적인 소비자 귀책사유가 아닌 사전에 잘잘못을 따져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후오비코리아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거래소가 비슷한 약관을 내걸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한 부분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후오비코리아는 정부가 거래소 등록제 등의 규제법안을 제정한다면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규제가 제정되면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회의 자율규제에도 적극 임할 예정”고 전했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국내든 글로벌이든 회원사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모든 거래소의 협회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며 “다만 국내든 글로벌이든 엄격한 자율규제심사를 통과해야만 회원사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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