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4월 3일 문을 연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자 25년 만에 등장한 시중은행이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케이뱅크 등장 후 약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27일,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후광에 힘입어 케이뱅크와는 다른 관심을 받았다.

 ‘손 안에 은행’ 구현한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이 불러온 혁신은 은행 업무의 시간적, 공간적 장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오후 4시면 문을 닫아,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할애하거나 근무가 없는 날에 은행 업무를 몰아서 봐야만 했다. 다수의 직장인들의 여유 시간인 주말에 은행을 간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또한 은행 업무에 따라 지점을 두 번 이상 방문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365일 24시간 비대면으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어, 이같은 불편을 해소했다. 평일 저녁이든, 새벽이든, 주말‧공휴일이든 상관없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용평가에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 고객센터 또한 24시간 언제든 연결 가능하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문을 닫는 4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자사 앱으로 은행 일을 본 고객 비율은 70%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60%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물리적 제한이 없다는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지점을 최소 3~4번은 방문해야 한다는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100% 비대면으로 구현했다. 케이뱅크 또한 올해 2분기에 복잡한 대출 중에 하나인 아파트 담보대출을 전면 비대면화 해 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편의성 덕에 고객 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오픈 첫날 4만명의 고객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62만8190명까지 늘어났다. 월평균 7만명 꼴로 늘어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60여일 만인 올해 1월 7일 기준,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시중은행들도 앱을 통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케이뱅크 출범 후 연혁 (사진=케이뱅크)

중금리 대출 시장 개척

시중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어려운 4등급~8등급의 중신용자들에 대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년간 슬림K, 미니K, 소호대출 등 중금리 상품 출시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전체 대출 건수 중 4등급 이하 8등급 사이 고객의 대출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였고, 금액 비중으로는 40%를 차지했다.

케이뱅크는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CSS)를 기반으로, CB사로부터 얻는 금융정보 뿐만 아니라 통신비와 휴대폰 할부금 납부 실적 등도 반영해 상환 의지가 있는 고객들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케이뱅크는 향후에도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좀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은 “중금리 상품은 CB사 신용등급 기준 7등급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3등급 고객의 대출 한도가 다 차있더라도 우리는 금리를 올려서라도 대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도 중금리 대출 상품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계획이나 사업 안정성, 수익성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당장은 최근 출시한 전월세보증금 대출 판매 추이를 지켜본 후에 중금리 대출 확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4월 3일 문을 연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자 25년 만에 등장한 시중은행이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케이뱅크 등장 후 약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27일,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후광에 힘입어 케이뱅크와는 다른 관심을 받았다.

수익성 개선은 숙제, 은산분리 규제는 걸림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현재까지 금융사고 없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새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했다. 다만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하다. 먼저 수익성이다.

케이뱅크는 2019년까지 적자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건비와 IT시스템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순손실은 837억8717만원이다. 하드웨어를 포함한 IT 시스템 구축에 상당 부분을 지출한 영향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89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으나 영업비용이 1731억1913만원에 달해 당기순손실은 1044억91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순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 폭은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초기투자만큼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시기가 점차 지나고 있어 2020년에는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자금력 있는 대주주가 주도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없다는 점도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한다. 은산분리란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만 소유할 수 있고, 이 중 의결권은 4%로 제한하는 규제다. 이는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이후 자금력과 기술력 있는 I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제한하는 요소로 지목돼 왔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은산분리 원칙으로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면 유상증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상증자는 기존 상품의 안정적 판매와 신규 대출 상품 출시의 절대적 요소다. 아파트 담보대출의 경우 일반 신용대출보다 대출 규모가 크다. 대출액이 커지면 위험자산 대비 자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이 점차 줄어든다. BIS 비율은 은행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BIS 비율이 내려가면 그만큼 신규 서비스 확장이 지연된다. 즉, ‘은산분리 규제→유상증자 지연→사업 확장 지연’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이수영 카카오뱅크 전략파트장은 “기존 은행 고객은 은행 서비스를 받으면서 답답하고 불만족을 느끼고 있다. 기존 금융과 ICT의 시너지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은행법이 개정되거나 특례법이 발의돼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속도가 저하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5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에 계류된 은행법,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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