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2019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망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이통사가 망중립성 원칙을 다시 정립 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네트워크사업자(ISP)가 망을 이용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망중립성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면 인터넷 업계는 망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망중립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자율주행차 등 전송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망중립성 예외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즉, 반드시 속도가 보장돼야 하는 서비스에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망중립성에 예외를 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2013년, 2015년 개정이 조금씩 이뤄져 현재의 ‘망중립성 및 인터넷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송 품질 보장에 따라 망중립성이 다르게 적용됐었다. 최선형 인터넷(일반적인 인터넷)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망중립성을 적용했지만, 전송품질을 보장해야 하는 VoIP(인터넷전화) 및 IPTV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전송 품질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예외를 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5G 시대 역시 전송 품질 보장 기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미지=픽사베이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5G 시대에서 자율주행차 등 품질보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산업의 경우 상용화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구급차의 경우 예외를 둘 수 있지만, 이를 소방차까지 범위를 넓힐 지 또는 경찰차까지 예외를 둘 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망중립성을 법 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했다. 당시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출신인 아짓 파이 위원장은 “통신 사업자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따라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과도한 망중립성 규제가 망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FCC는 망중립성 폐기로 미국 ISP들이 네트워크 투자를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5G 시대, 이통사 망중립성 폐지 혹은 완화 vs 인터넷 업계 가이드라인 법제화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이통사 역시 5G 시대를 앞두고 미국처럼 망중립성이 폐지되거나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경우 망중립성에 대한 생각이 이통사와 전혀 달라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송품질 보장에 대한 얘기를 정부가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네트워크 기금을 분담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용자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명성, 차단금지는 유지하되 5G 시대 상황을 반영해 차등서비스는 허용하는 망중립성 원칙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통3사 중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이통사의 품질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포털 등 콘텐츠 사업자보다 이통사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통신사들의 품질이 차이가 없고 상향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미국과 반대로 콘텐츠 사업자가 협상력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콘텐츠 사업자들은 대용량 트래픽을 사용하는 대신 일종의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며 “5G 시대에는 이들도 망투자에 대한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업계는 망중립성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망중립성 원칙은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스타트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이끌 기반”이라며 “오히려 현재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예외범위가 크고,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법제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망중립성이 폐지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포털 사업자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망중립성이 폐지된 미국이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형 사업자들은 이통사에게 돈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망중립성 폐지를 더 반길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새로 시작하는 인터넷 기업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방통위는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망중립성 정책은 그동안 인터넷 생태계, 혁신적 서비스 발전에 기여해왔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정책이 변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대체할 새로운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망중립성에 대한 여야간 의견이 강경하게 대립하고 있다.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현재 과방위 ICT 법안소위 구성이 어려운 상황이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4월 임시국회에서도 논의가 되기 어렵다”며 “설사 법안소위가 구성된다고 하다라도 여야간 의견이 대립되는 법안은 단기간에 통과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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