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KT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 역시 정상적인 주총이라고 보기 어려울 망큼 아수라장이었다. 오전부터 진을 친 KT민주화연대 측은 황창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주총이 끝나는 시간까지 이어갔다. KT가 준비하는 5G 상용화와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 없는' 정치적 이유로 민간기업 KT의 주총은 또 허무하게 마무리 됐다.

23일 오전 8시 KT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앞. KT연구개발센터 진입구부터 KT민주화연대와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가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이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를 이어나갔다. KT민주화연대는 KT 새노조 등을 포함한 다수의 노동단체를 포함한 조직이다.

KT민주화연대 등은 주주의 신원을 확인하고 총회 장소로 진입하는 입구에서도 농성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국정농단 연루, 노동탄압 등의 이유로 황 회장의 퇴진과 함께 검찰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다.

KT민주화연대와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는 23일 KT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주총이 끝나는 시간까지 시위는 계속됐다.
KT민주화연대와 KT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는 23일 KT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KT연구개발센터 안에서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총 현장은 시위를 벌이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측의 충돌로 아수라장이었다. 황 회장이 인사말과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도 이들은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은 원만한 진행을 위해 조용히 할 것을 요청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질서유지 발동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KT민주화연대는 더 큰 목소리로 반발했다.

첫 번째 안건인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서 주주들은 2016년 대비 영업이익 10% 감소와 주가 2만원대 후반 횡보, 현금배당 주당 1000원 등을 지적했다.

한 주주는 “과거에 현금배당으로 주당 2000원 받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1000원은 아쉬움이 크다”라며 “KT가 평창에서 보여준 5G 리더십은 매우 긍정적이다.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신성장사업 발굴을 통해 주가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주주 또한 현재 배당금에 불만이 많다며 이를 개선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두 번째로 ‘목적 사업 추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에서 노조 측은 비판의 목소리를 더 높였다.

KT는 정관의 목적사업 중 에너지 사업 부문에 ‘전기안전관리 대행업’을 추가하고, ‘종합건설업’, ‘전문디자인업’을 신설한다.

황 회장은 이번 목적 사업 추가로 신규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사업 영역 미보유로 인한 리스크를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KT는 또한 이번 정관 변경으로 회장후보 추천 권한을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넘긴다. 그동안 CEO추천위원회가 회장을 추천토록 했으나, CEO추천위원회를 회장심사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지배구조위원회와 권한을 분산한다.

기존 ‘CEO추천위원회→주총 의결’에서 ‘지배구조위원회의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 선정→회장후보심사위원회 심사→이사회 최종 후보 확정→주총 의결’로 회장선임 절차가 바뀐다. 최종 후보 추천 권한이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이관된 것이 특징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주주총회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에 대해 “2017년 초 이사회 내에서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고, 지난 1년 동안 국내외 선진사례에 대한 벤치마킹, 전문가 인터뷰, 컨설팅, 주주간담회 통해서 개선 방안을 도출해냈다”라며 “이번 변경안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라는 두 가지 방향 하에서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고, 회장과 사외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전문기관 ISS도 정관 변경에 대해서 찬성 의견 보냈다.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선논의에 대해서 항상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또한 별다른 이견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KT민주화연대, “황창규 물러가라"...5G, 인공지능 등 신사업 논의는 어디로

KT민주화연대와 KT 경비 인력은 주총장 곳곳에서 고성과 몸싸움을 벌였다.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측의 충돌이었다. 주총이 어느덧 중반에 다다랐을 때는 일부에서 험한 욕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황 회장은 다른 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총장 내 소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 주주는 황 회장에게 질서유지권을 사용하라고 황 회장에게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네 번째 안건이었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에서 KT민주화연대 측에서 발언권을 얻자 “황 회장의 박근혜 정권에서 불법 경영에 나섰고, 최근에는 잡범들이나 하는 카드깡까지 해서 기업 이미지를 실추했다”라며 “기업을 사랑하고 후배와 나라를 사랑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가라”고 주장했다.

KT 정기 주주총회 현장. 시위를 벌이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측의 충돌로 아수라장이었다.

이어 “황 회장의 불법을 견제하지 못한 감사위원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이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고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도 황 회장에 말에 이어 “황 회장은 본 안건하고 전혀 연관이 없는 질문은 의사진행권으로 엄격하게 마이크를 회수하라. 바쁜 시간 내서 참석한 주주들이다”라고 거들었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총이 끝나는 9시 40여분까지 KT가 준비하고 있는 5G와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대한 질문은 끝내 나오지 않았고,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장내에 울려퍼졌다.

황 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KT연구개발센터 정문을 빠져나가기 까지 KT민주화연대는 투쟁을 이어나갔고, 가까스로 차량이 나가자 현장은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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