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안에 자급제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대상 모델은 상반기에 출시될 G7이 될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갤럭시S9를 출시하며 삼성디지털프라자나 전자랜드 및 하이마트, 오픈마켓 등을 채널로 자급제 스마트폰을 내놓은 적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이어 자급제폰을 출시하는 이유는 시장의 흐름에 동참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통신비 정책 협의회에 같이 참여했지만 삼성전자 보다 먼저 자급제폰을 출시하지 않았던 것은 이통사와의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LG전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안에 출시될 예정인 차기 신제품 스마트폰을 자급제폰으로 내놓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급제폰(언락폰)이란 이통사향 스마트폰과 달리 이통3사 공통모델로 나오는 스마트폰으로, 구매시 반드시 통신 서비스(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중저가폰을 대상으로 자급제폰을 출시한적 있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자급제폰이 출시된 것은 갤럭시S9가 처음이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이 소개한 LG G7 네오 (사진=와이넷)

삼성전자는 왜 갤럭시S9 자급제 스마트폰을 출시했나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9에 자급제폰을 출시한 이유는 작년 하반기에 진행됐던 가계 통신비 정책 협의회 때문이다. 기본료 폐지나 보편 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 이슈와 맞물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비 인하 사회적 논의 기구인 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운영했다. 첫 주제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였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 자급제 법제화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이 나왔고, 자급제를 활성화할 현실적인 방안으로 자급제폰 출시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자급제폰이 많이 팔릴 경우 사실상 단말기 자급제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공단말기로 불리는 무약정형 스마트폰이 이통사향 약정형 스마트폰에 비해 10%가 더 비쌌는데, 이에 따라 이통사향 스마트폰 판매가 보편화된 측면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통사향 약정형 스마트폰과 같은 자급제폰을 갤럭시S9부터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자급제폰을 먼저 출시한 이유는 정부의 권유와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삼성전자 역시 자급제폰 출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두드려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통사를 통해서만 스마트폰을 공급할 경우 재고 문제를 신경 안쓰는 것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재고 떨이를 위한 공시지원금 인상이나 출고가 인하 등에 제조사가 부담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급제폰을 출시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에 한번 도전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왜 먼저 자급제폰을 내놓지 않았을까

삼성전자는 통신비 정책 협의회에서 자급제폰 출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결국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통신비 정책 협의회에서 자급제폰 출시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당시 LG전자는 그동안 (중저가폰 중심으로) 자급제폰을 출시해왔다”며 “자급제폰에 출시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와 같이 자급제폰 출시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아직까지 출시하지 못한 것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7의 출시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가장 큰 비중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동안 중저가폰을 대상으로 자급제 스마트폰을 출시해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협상력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이통3사보다 위에 있지만 LG전자는 그 반대”라며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가 먼저 자급제폰을 출시하기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와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자급제폰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이미 자급제폰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는 이통사향 스마트폰만 판매하기 때문에 약정형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온라인몰 사이트를 통해 자급제폰이 조용한 돌풍을 이끌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울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자급제폰을 먼저 출시하면 LG전자 등 나머지 업체들은 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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