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유료방송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셋톱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가 지난해 1월 IPTV에 AI 음성인식 서비스를 결합한 기가지니를 출시한 이후 IPTV 뿐만 아니라 케이블TV와 위성방송사로도 이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케이블TV와 위성방송사는 방송 셋톱박스에 AI 엔진을 탑재해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헬로는 오는 6월 SK텔레콤의 AI 엔진 ‘누구’를 적용한다. 케이블TV업계에서 AI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SK텔레콤과 실무 논의 중이며, 고가 셋톱 위주로만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오는 6월 중에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케이블TV 4위 사업자 CMB는 지난해부터 자사의 셋톱 제조사인 LG CNS와 네이버 ‘클로바’를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클로바는 네이버가 개발한 AI 플랫폼으로, 지난해 5월 공개됐다. CMB는 LG CNS와 클로바의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진행해왔다.

CMB 측은 “지난해 협의 이후 현재까지 실제 셋톱 적용 일정은 계획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위성방송사 KT스카이라이프는 구글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글화 버전이 올해 6월 경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개발 일정도 최소 이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사 KT의 기가지니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는 카드다.

티브로드 또한 차기 셋톱박스를 출시할 때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KT 기가지니의 성공 이후 후발주자들 속속 등장

유료방송업계가 앞다퉈 셋톱에 AI를 적용하는 배경에는 KT 기가지니의 성공과 연관이 있다. 기가지니는 IPTV 셋톱과 AI 음성인식 스피커를 결합한 제품으로, KT가 지난해 1월 출시한 이후 1년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방송서비스에 AI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서비스였다. 금융과 교육, 뉴스브리핑 등의 신규 서비스가 지속 출시하면서 가입자도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KT의 지난해 미디어‧콘텐츠사업 매출은 기가지니를 기반으로 한 IPTV 우량 가입자 확대로, 전 사업을 통틀어 2016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세(16.3%)를 기록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7년 1등 KT인상’에서 최고의 성과로 기가지니를 선정하기도 했다.

KT의 ‘IPTV+AI’ 융합서비스는 가입자가 정체된 유료방송시장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SK브로드밴드도 지난 1월 SK텔레콤의 누구를 얹은 셋톱 ‘Btv 누구’를 출시했다. 그동안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와 SK브로드밴드의 셋톱을 연동하는 방식이었으나, 기가지니와 같이 하나의 셋톱으로 제작했다.

LG유플러스 또한 지난해 12월 자사의 IPTV 서비스에 네이버 클로바를 접목한 인공지능 스마트홈 플랫폼 U+우리집AI를 출시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사들은 AI 적용이 현재의 트렌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며 “전체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이같은 신기술 적용은 타 사와 구별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가 방송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셋톱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가 지난해 1월 IPTV에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를 결합한 기가지니를 출시한 이후 IPTV 뿐만 아니라 케이블TV와 위성방송사로도 이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