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규모(1170억달러, 약 124조500억원)의 인수합병 건이 일순간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12일(현지시각) 드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의 명령서는 싱가포르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4개월 여에 걸쳐 시도했던 퀄컴 인수전을 싱겁게 끝내 버렸다. 이번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는 하이닉스를 제치고 삼성, 인텔에 이어 세계 3위 반도체 회사로 등극할 기회를 꿈꾼 브로드컴의 야심찬 행보였다. 인텔·구글·삼성·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보이지 않게 옥죄온 브로드컴의 각본없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미국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해외기업인 브로드컴의 미국기업 퀄컴 인수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미국가 안보라는 표면적 이해관계는 물론 표면아래 숨은 IT거인들의 거미줄처럼 얽힌 이해관계도 자리하고 있다.

브로드컴과 퀄컴 간의 숨가쁜 줄다리기와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IT거인들의 속셈을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롭다.

트럼프의 명령서로 브로드컴의 퀄컴에 대한 4개월여에 걸친 적대적 인수 시도는 한순간에 날아갔다. 하지만 각본없는 드라마로 인해 수많은 IT거인들이 숨죽이고 복잡한 계산을 하면서 이를 지켜봤다 .

 치고 받던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전 3대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11월 미국내 제조업부활과 해외기업 유치를 내세운 트럼프대통령에 보조를 맞춘 듯한 브로드컴의 적대적 퀄컴 인수 움직임 대공세 및 속셈 ▲느닷없이 일격을 맞았지만 통신칩 분야에서 세계 1위 독주시대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버텨온 퀄컴의 움직임과 향배 ▲사상 최대의 반도체업계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파급될 후폭풍을 둘러싸고 자사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전을 모색해 온 인텔, 그리고 뒷짐진 채 초조하게 합병과정을 예의 주시했을 구글·애플·MS·삼성 같은 업체들의 이해관계로 요약된다. 4개월여에 걸쳐 치러졌다가 결국 무위로 끝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전을 복기해 본다.

트럼프 만난 후 퀄컴인수 발표한 브로드컴 CEO, 안보물타기에 당근까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과 브로드컴이다.

지난해 11월 2일 드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혹 탄 브로드컴 CEO는 다음날 퀄컴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다. 당시 세계의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 간에 밀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난무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고 브로드컴이 미국적의 기업이 되면 미국 IT업게에 1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늘려주게 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브로드컴 매출은 154억달러였다.)

이후 싱가포르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은 강온 양면의 만만치 않은 반격으로 기필코 퀄컴을 인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브로드컴의 첫번째 장벽은 퀄컴으로부터 나온 미국안보였다. (이는 결국 퀄컴 인수를 가로막은 최종 장벽이 됐다.)

브로드컴은 퀄컴의 반대의사를 수용하면서 지금껏 세가지 커다란 회유책과 당근을 들고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 애써왔다.

브로드컴이 회사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면서까지 퀄컴을 인수하려 했지만 결국은 무위로 끝났다. (사진=위키피디아)

즉 본사를 미국으로 옮겨 미국기업이 되는 것, 미국엔지니어를 위한 통 큰 연구개발비(R&D)투자를 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퀄컴이 이미 중국기업과 커넥션이 있는데 무슨 안보문제냐는 식의 퀄컴 흠집내기, 또는 안보 물타기 등으로 요약된다.

싱가프로 국적의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3일 혹 탄 CEO의 말 그대로 올초부터 본사를 미국 델라웨어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일정을 5월 6일로 공식 천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22일 회사 본사를 퀄컴의 회사 등록지인 델라웨어로 옮기기 위해 사전 위임자료를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이에따라 올 5월 6일 회계 연도 2분기 말까지 자사 주주 및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렇게 해서 미국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퀄컴주총을 한달간 연기 명령을 내린 ‘외국기업에 퀄컴 매각시 미국가 보안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근거내용을 빛바래게 만들려고 했다.

두 번째 공세 역시 회유책이었다. 브로드컴은 7일(현지시각) 발표문을 통해 자사가 5G통신부문에서 미국을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브로드컴과 퀄컴의 결합이 혁신을 높여주고 더 강력한 미국회사로서 미래통신분야 리더십을 이어가게 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미래 무선통신기술에서의 리더십을 보장하기 위해 혁신에 초점을 두면서 차세대엔지니어들을 훈련하고 교육시키기 위해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12월 초 CNBC가 소식통을 인용, IT거인인 MS와 구글이 사석에서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5G투자를 줄일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한 내용과도 연장선 상에 있는 반응이었다. 특히 혹 탄 CEO가 이끄는 브로드컴은 업계에서 비용 및 R&D비를 줄이기로 악명이 높다는 업계의 평가도 이 발표와 무관하지 않다. 

이어 지난 9일에는 미의회 의원들에게 편지공세도 폈다. 그동안 미의회 의원들은 전세계 통신업계가 4G에서 5G통신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퀄컴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아왔다. 일부 의원들이 이 거래에 반대의견을 보인 이유다. 이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퀄컴 혼자 이끄는 것보다 한결더 집중되고 강력한 미국의 5G 리더십을 이끌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또한 퀄컴인수에 성공하면 이사진을 대부분 미국시민으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8일(현지시각)에 나온 브로드컴의 또다른 공세는 강공책이었다. 퀄컴에 대한 흠집내기 겸 안보 물타기 성격이 짙은 움직임이었다.

퀄컴 주총을 한달 연기하라고 명령한 CFIUS가 보라는 듯이 그동안 퀄컴이 어떻게 중국정부 및 중국의 통신기업들과 커넥션을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을 발표한 것이다.

8일 브로드컴이 퀄컴과 중국기업및 정부간 커넥션이 있어왔다며 제시한 인포그래픽 (사진=배런)

내용은 대부분 중국 기업과의 협력관계 및 공동기술 개발 계획이다. 뉴욕타임스 보도까지 인용해 가면서 퀄컴의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 칩셋 설계자가 중국정부와 일하고 있고 퀄컴이 장기적으로 중국 모바일 산업에 헌신하고 있다는 것까지 적시했다. 퀄컴이 중국정부 관리의 친척을 고용함으로써 외국부패행위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위반한 혐의를 해결하기 위해 7500만달러를 지불해야 했다는 미증권거래위(SEC)의 언급도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달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내놓은 경고가 무색한 흠집내기였다. 이들 미국가 안보담당 기관은 미국민들에게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中興통신)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 경고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퀄컴은 이처럼 진작부터 중국업체들과 커넥션을 갖고 있었다는 게 브로드컴의 헐뜯기식 주장이었다. 브로드컴의 작전은 일종의 물타기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퀄컴이 이미 중국과 할 것 다하고 있고 안보같은 것은 없다는 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안보 장벽은 그정도로 흠집나기에는 까딱도 하지 않을 만큼 견고했다.

퀄컴, 미국 안보문제 끌어들이며 버티기 성공...주주 대상 설득 노력 병행

두번째 관전포인트는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온 퀄컴이다.

공동창업자 어윈 제이콥스의 아들인 폴 제이콥스 이사회 의장(전 CEO)은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가 마뜩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열쇠는 그동안 보여준 다양한 모습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서가 나오게 된 시발점은 어찌보면 퀄컴이 내세운 국가안보 가치였다. 앞서 퀄컴은 자사가 브로드컴에 인수되면 위협이 된다는 의견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전했다. 그리고 이것이 통했다.

미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 위원회 (사진=US차이나닷오알지)

CFIUS는 3월5 일로 예정됐던 브로드컴 추천 이사 6인 선임건을 다룰 예정이었던 퀄컴 주총을 한달 늦춘 4월 5일에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CFIUS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에 인수되면 중국으로 미국의 첨단 기술이 넘어갈 수 있고 이는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란 점에 방점을 두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퀄컴은 지난달 자사를 인수하겠다는 브로드컴의 인수의지를 꺾겠다는 듯 그동안 진행해 오던 네덜란드 자동차전문 반도체 회사 NXP 인수가를 주당 110달러에서 127.50달러로 올렸다. 이에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 제안액을 1210억달러에서 1170억달러로 낮췄다. 이또한 퀄컴의 버티기 전략이 통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인수가격을 올려 매각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창업자 아버지 어윈 제이콥스에서 아들 폴 제이콥스로 이어져 왔던 기업의 주도권이 바뀌는 걸 반대하는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CNBC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퀄컴이 MS,구글같은 기업에게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반대한다는 언급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동시에 퀄컴은 브로드컴의 자사 인수가 반독점법에 저촉된다는 우려까지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또 당시까지만 해도 브로드컴이 60달러대였던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가를 70달러대로 크게 높여주길 바랬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혹 탄의 퀄컴인수 발표이후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의 크리스토퍼 롤란드 반도체 분석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퀄컴 인수 가치는 주당 85~90달러가 될 것이며 브로드컴은 90달러까지도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퀄컴의 기류가 바뀌었다는 신호가 감지됐다. CFIUS를 통해 정부에 어필하는 것은 물론 주주 설득에 나서는 듯한 공기가 감지됐다.

혹탄 브로드컴 CEO(왼쪽)의 공세에 폴 제이콥스 이사회 의장(중앙)은 자신의 자리를 중립인사인 제프리 헨더슨에게 내주면서 주주 설득을 위한 제스처까지 보였다.(사진=위키피디아)

지난 9일(현지시간) 퀄컴이사회는 폴 제이콥스 이사회 의장(창업자 어윈 제이콥스의 아들)을 교체했다. 퀄컴 이사회는 중립적 인물로 분류되는 제프리 헨더슨 이사를 비상임 이사회의장으로 내세웠다. 주주들에게 자사 이사회가 더 이상 창업자 아들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위임장 전쟁이 될 4월 5일 퀄컴 주총에서 브로드컴이 추천한 6인의 주주들에 대한 선임투표시 기존 퀄컴 주주들을 설득하려는 포석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어쨌든 이제 브로드컴의 인수가 불발된 만큼 퀄컴의 의중이 인수반대 쪽이었다면 향후 퀄컴의 과제는 주가를 올려 주주들을 만족시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했다면 애플과의 법적 문제를 끝내고 퀄컴의 매출부진을 해소할 수도 있었으리난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퀄컴의 올해 경영 전망은 암울하다.

퀄컴의 최근 매출추이(자료= Y차트)

월가 분석가들은 애플의 올해 매출이 4.5% 줄어들며 수익은 거의 20%나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과의 특허분쟁으로 받지 못한 10억달러의 로열티 손실도 크다. 지난해 퀄컴의 매출은 232억4000만달러였다. 분석가들은 올해 매출은 221억8000만달러, 내년에 228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퀄컴 매출이 피크였던 것은 264억달러를 기록한 지난 2014년이었다.

한편 퀄컴은 네덜란드의 자동차반도체 거인 NXP 주식 공개매수 입찰도 오는 16일까지로 연기했다. 퀄컴은 NXP반도체 인수를 마무리 하기 위해 1년이상 기다려 왔으며 여러나라의 승인을 받은 가운데 중국규제 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숨죽이며 브로드컴-퀄컴 합병과정 지켜봤을 인텔·구글·애플·삼성 등 IT거인 이해관계는

지난 주말(9일)에는 이른바 ‘인텔 변수’가 급부상하면서 통신업계는 물론 IT거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퀄컴을 인수한(성공할 경우) 브로드컴을 겨냥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이 세계 3위 반도체업체인 퀄컴이 브로드컴에 넘어가게 되면 자사이 입지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다. 

브로드컴의 퀄컴인수를 바라보는 IT거인들도 나름대로 치밀한 이해관계로 이를 지켜 볼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명령에 따른 두회사의 합병무산은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IT기엄들에게는 불만없는 결말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말부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전을 면밀히 주시해 왔으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실패를 열망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해 왔다.

그럴 만 했다.이미 오래전 PC시대가 가고 모바일시대가 도래했지만 미처 대응하지 못해 온 인텔은 PC칩에서 모바일칩 공급사로 변신중이지만 지난해에야 막 아이폰용 모뎀칩을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게다가 세계 서버칩 시장에서도 70%이상의 점유율을 위협당하고 있다. 퀄컴을 비롯한 많은 도전자들이 이 시장을 잠식하려고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이 무선통신분야에서 훨씬더 강력해질 브로드컴과 퀄컴 간 합병을 불안스럽게 볼 만한 이유가 충분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인텔은 지난해 11월 브로드컴의 퀄컴인수설이 튀어나오자 지난해 말부터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측은 이같은 보도와 분석이 나오는데 대해 “소문과 추측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지난 30년동안 모바일 아이와 알테라같은 중요한 회사를 인수했다. 우리의 초점은 이런 인수를 통합해 우리의 고객과 주주들에게 성공적으로 제공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애플에겐 어땠을까.

애플에게는 내심 기대했던 빅딜이 사라진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퀄컴과 달리 브로드컴이 애플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 주목해 왔다. 따라서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한다면 퀄컴-애플간의 관계가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해 왔다. 지난해 12월 CNBC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 혹 탄 브로드컴 CEO가 사적으로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애플과 퀄컴간 특허분쟁 건을 낙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했었다면 퀄컴과 애플의 10억달러짜리 특허분쟁을 매듭짓고 퀄컴의 매출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게 되면 현재진행중인 애플-퀄컴 간 10억달러짜리 특허소송을 원만히 해결하면서 애플-퀄컴 관계회복을 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퀄컴은 애플과 삼성을 포함, 연간 15억대를 쏟아내는 전세계 스마트폰 주요 제조업체들에게 칩을 공급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 분야의 출원 및 보유 특허가 13만개에 이른다. 

애플로선 이런 상황에서 맞은 빅딜이 손해볼 것 없는 인수전이란 점에서 내심 기대감으로 지켜봤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품구매자 입장에선 어땠을까.

브로드컴-퀄컴의 합병은 엄청난 협상력을 가진 부품공급 거인이 되면서 독점에 따른 가격 횡포를 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삼성,애플 같은 거대한 부품사용 업체들에게조차 고민을 안겨줄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이같은 가격인상의 카드를 함부로 휘두르지 쉽지 않은 게 사실이긴 하다.

분명한 것은 애플에게는 특허분쟁 소송해결이 커다란 이득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구글의 경우 모바일용 안드로이드 OS 기기 제조업체 대부분이 퀄컴칩을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모바일 안드로이드와 그 파생 상품은 스마트폰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기용 칩을 생산자 퀄컴이 안드로이드 최대 경쟁자인 애플과 친한 브로드컴진영으로 넘어간다면 좋을 리 없다.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삼성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퀄컴과 5G칩 생산에 협력키로 한 삼성으로선 브로드컴으로 넘어간 퀄컴의 모기업이 될 친 애플측 브로드컴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서 매끄럽기만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세계 모바일 안드로이드OS는 75%에 이른다. 퀄컴은 대다수 안드로이드OS기기 공급사에 판매된다. 이 칩 공급사가 애플과 친한 회사에 넘어간다고 하면 안드로이드OS관련업체에게 좋을 리 없다. MS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세계 모바일기기용 OS 시장 점유율지난해 2월부터 올2월까지 세계 모바일기기용 OS 시장 점유율 (자료=스탯카운터)

MS의 경우 퀄컴칩을 사용해 최초의 윈도10PC를 발표했다. 기존 인텔 PC보다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태블릿 및 하이브리드PC용 칩을 계속해서 퀄컴으로부터 공급받으며 애플 아이패드와 경쟁을 모색해 나갈 수 있는 입장이었다. 브로드컴과 퀄컴이 합병하게 되면 인력을 축소할 것이고 칩사업부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댈 수도 있게 된다. 반드시 내키지만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 구글,MS 같은 회사는 브로드컴과 합병한 퀄컴보다는 독립회사 퀄컴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애플의 최대 라이벌이자 칩(삼성칩과 퀄컴칩)및 제품(스마트폰)으로 애플과 경쟁중인 삼성전자의 입장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이 미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12일(현지시각) 진행중이던 싱가포르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미 반도체 회사 퀄컴의 인수계획 중단 명령을 내렸다. 4개월여 간의 각본없는 세계반도체 역사상 최대 인수전인 일순간 허공으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사진=나무위키)

하지만 지난 4개월여 동안 전세계 반도체업계와 IT거인들을 긴장시켰던 브로드컴과 퀄컴의 합병을 둘러싼 각본없는 드라마와 함께 전개되던 향후 시나리오는 12일(현지시각)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서 한방으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5세대통신을 둘러싼 세계 모바일업계의 경쟁이 통신반도체 업체들의 경쟁과 함께 다시 뜨거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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