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TV 시청자가 개인 취향에 따라 채널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방송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tvN, Mnet 등 일부 인기 있는 채널의 ‘승자독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상파가 MBC 출신의 신경민 의원을 통해 유료방송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포석을 둔 것이라고 분석한다.

14일 유료방송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7일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상파와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이 시청자에게 선호하는 채널을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도록 ‘기계적 운영체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시청자는 수 백 개 채널 속에서 원하는 채널만 추려서 볼 수 있고, 낮은 번호대 채널 사이마다 끼어있는 홈쇼핑 채널도 의도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40번대 이하의 낮은 채널 대역에는 홈쇼핑 채널이 최대 17개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절반 가량이 홈쇼핑 채널인 셈이다. 낮은 번호대의 홈쇼핑 채널 과다 편성은 일반 채널의 번호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고, 시청자의 시청권도 침해될 소지가 있다. 신경민 의원 법안은 이를 시청자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신경민 의원 측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과도한 채널경쟁 속에 시청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을 우선적으로 설정하거나, 차단하는 기계적 운영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아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시청자가 선호하는 채널에 별도의 순번을 우선적으로 부여하거나 차단하는 기계적 운영체계를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해 시청자의 권익보호에 기여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발의되자 방송업계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시청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채널을 추릴 수 있는 기능은 이미 유료방송 플랫폼에 탑재돼 있는 상황에서 굳이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은 시청자들이 홈쇼핑 채널을 배제하면 그만큼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발전방안에 따르면 케이블TV와 IPTV의 방송매출 중에서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케이블TV 34%, IPTV 12.6%)다. 수신료 매출(약 5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더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홈쇼핑송출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쉬운 돈벌이 수단인데, 이 부분이 감소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적지 않은 피해가 될 수 있다.

유료방송사 매출 현황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PP업계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과기정통부에 등록된 PP만 200여 곳이다. 이 중에 콘텐츠가 뛰어난 일부 사업자만 시청자들에게 선택받게 된다면 시청률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광고‧협찬 매출 감소로 이어져 PP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일반PP의 주요 수익원은 광고‧협찬 매출로, 전체 매출의 54%(201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PP 매출 구성 현황 (사진=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업계 일각에서는 신경민 의원 법안에 지상파의 유료방송업계 견제 의도가 반영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현재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은 지상파에 가입자당 재송신료 200원~430원을 내고 있다. 그러나 양 은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적정 재송신료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사의 홈쇼핑매출수수료는 자사 콘텐츠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 홈쇼핑사로부터 얼마를 받는지 등의 원가 등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시청자들이 모를 수도 있지만, 이미 즐겨찾는 채널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라며 “지상파가 MBC 출신의 신경민 의원을 통해 유료방송업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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