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가 오픈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아이폰 개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애플은 애플 스토어를 준비하면서 고객들이 이곳에서 아이폰 구매와 동시에 개통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나 LG베스트샵과 달리 애플스토어에서 개통이 불가능한 이유는 국내 이동통신 3사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대리점 코드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리점 업무 처리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신분증 스캐너를 통한 개인 인증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 개통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4일 애플스토어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애플 스토어에서는 아이폰의 구매만 가능하고 개통은 하지 못한다. 기기변경 이용자의 경우는 애플 스토어에서 유심 변경 서비스를 해주지만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 등은 불가능하다. 이를 원하는 고객은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매한 이후 이통사 대리점 등을 방문해야 한다.

국내 애플 스토어 관계자는 “애플 스토어에서 개통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오는 고객들이 많다”며 “애플 스토어가 개장하기 전, 프리스비 등 애플 공식 판매 매장에서도 개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내부

애플은 국내 애플 스토어를 준비하면서 이곳에서 개통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매우 편리한데다가 애플 역시 이통사가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나 관리 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와 협상에 들어갔지만 애플이 자신들의 주장만 강요하면서 애플 스토어 개장 후 한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 협상이 완료되지 못하고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은 판매점 코드가 아닌 대리점 코드를 원하고 있는데, 대리점의 경우 판매점과 달리 명의 변경이나 주소 변경 등 스마트폰 개통 이외의 업무 처리 서비스 해야 하지만 애플은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몇백원에 불과한 업무처리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대신 가입자 통신 요금의 6~7%에 이르는 관리 수수료를 받겠다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여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모든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경우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이용자 인증을 해야 한다”며 “이와 달리 애플은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패드를 통해 개인 인증을 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자사 제품이 아닌 다른 업체의 신분증 스캐너를 애플스토어에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만 예외로 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애플은 리베이트와 관리수수료를 받기 원하면서 개통 이외의 다른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통3사는 2016년 12월부터 전국 2만5000여개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에 가입자 정보 확인을 위해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다. 스마트폰·태블릿 앱으로 가입자 정보 확인을 허용하는 것은 방문 판매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만 신분증 스캐너를 적용하지 않고, 아이패드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형평성에 위반된다”며 “애플에만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유통점이 같은 요구를 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애플은 자신들의 입장을 방통위에 직접 얘기하고 있지 않고, 이통사를 통해서만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지속되면 애플 스토어에서 스마트폰 개통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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