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세계최대 스트리밍음악 공급업체인 스웨덴 스포티파이가 스마트스피커를 만든다고 포브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사는 이르면 이달말 뉴욕증시에 직상장 방식으로 10억달러(약 1조75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이며 실제로는 무려 230억달러(약 24조7000억원)의 가치를 가진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스포티파이가 스마트스피커를 만들기로 한 배경에는 더 이상 물러나서도, 절대 무시해서도 안되는 피치 못할 속사정이 있다.

기존 스마트스피커 진출업체들이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고객과의 연결통로를 차단하고 있는데다 이미 음성인식 기반의 스마트스피커가 일종의 플랫폼으로 작용하면서 스트리밍 음악 고객의 이탈까지 좌우할 핵심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스트리밍 뮤직 업체 스포티파이가 결국 스마트스피커 시장에 진입한다.  경쟁사들이 자사의 스마트스피커를 이용한 고객 연계(각종 고객 데이터) 를 단절시키는 데 따른 부작용 우려가 큰 이유다. 게다가 고객들의 모든 전자기기 사용이 음성 스피커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각사,디지털투데이)

이날 소식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일부 보도는 지난 해 4월 스포티파이가 ‘최초의 물리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 및 제조업 전문가를 찾는 구인광고를 사이트에 게재한 바 있다고 전했다. 스포티파이가 이미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스피커 역할과 중요성을 감지하고 준비한 지가 꽤 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스피커 시장은 아마존 에코, 구글홈, 애플 홈팟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가세할 계획을 밝혔을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스마트스피커 업체들, 스포티파이-고객 연결 차단···생활속 스마트스피커 사용 증가세

스포티파이는 지난 수년간 애플뮤직이나 판도라 같은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4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최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가 됐다. 올초 나온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유료 가입자는 7100만명이나 돼 애플(3600만명)의 2배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더큰 문제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스마트스피커를 만들면서 스포티파이와 고객들 간 연결을 막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음성으로 작동되는 인공지능(AI)기반 스마트스피커로 음악듣기를 좋아하게 됐다. 또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한 스피커로 음악듣기를 좋아한다. 에디슨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약 3분의 2가 스마트스피커를 샀기에 더많은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스트리밍음악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스트리밍음악의 절반이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 단 2개의 스마트스피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선발업체들의 위세는 막강하다.

대니얼 에크 스포티파이 공동 창업자.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2배에 달하는 유료회원을 가지고 있지만 성장 위축, 스마트스피커 업체들의 공세에 따른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 타개책으로 스마트스피커를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고객이탈을 막고 서비스를 고급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의 입지는 더욱더 곤궁해질 수 밖에 없다. 만회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서처럼 사용자들의 직접 피드백을 통해 고객이 어떻게 서비스 받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스피커 없이는 그럴 수 없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는 “신나는 재즈로 틀어줘”라는 고객의 음성명령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실수를 처리하거나 이를 통해 배움으로써 자체 음성 알고리즘을 더 잘 작동하게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스마트스피커를 갖고 있는 아마존이나 구글이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에코나 구글홈을 이용해 이를 처리할 수 있다. 심지어 이메일을 보내 “만일 신나는 재즈를 좋아한다면 구글홈/알렉사를 통해 찾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알려 줄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의 스마트스피커 시장 참여 결정 배경에는 이처럼 스마트 스피커 없이는 더 이상 고객들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거나 정상화할 수 없고, 이것이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더욱더 경영을 힘들게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숨어있다.

자칫 기존 스포티파이 고객까지 떨어져 나갈라

심지어 스포티파이의 자랑인 잘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인해 스포티파이를 좋아하는 고객조차도 스마트스피커를 사용하면서 갑자기 스포티파이와 소원해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애플, 구글, 아마존같은 IT거인들은 이미 스마트스피커 고객들에게 자사 스마트스피커가 얼마나 다양하게 멋진 방식으로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 뮤직과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업체 가운데에서는 구글이 가장 개방적이다. 구글은 스포티파이의 무료, 또는 유료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스피커에서 기본 서비스를 재생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아마존은 유료 가입자들에게만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애플의 시리는 홈팟에서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 재생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애플은 홈팟 스피커 출시를 계기로 자사의 애플뮤직 사용자들을 다음 단계로 끌어 들이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년간 헌신적 스포티파이의 고객인 더버지의 닉 스탯 기자는 자신의 생애 첫 스마트스피털로 애플 홈팟을 구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 물론 이 기기가 자신이 사려는 스마트스피커 가운데 최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팟에서 스포티파이 곡을 재생하는 것은 애플의 에어플레이 기능에 의존해야 하며, 음악을 들을 때 애플의 음악중심 소셜네트워크(SNS)인 핑 및 자동재생 광고의 방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의 스마트스피커 홈팟의 구조. 애플뮤직 고객은 스포티파이 고객의 절반인 3600만명이다. 애플은 스마트스피커 홈팟 출시를 계기로 애플뮤직 고객 이탈 방지는 물론 스포티파이 고객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사진=애플)

현재 스포티파이 유료 가입자들이 스포티파이를 아이튠즈로 대체되지 않도록 막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음악 재생목록을 전송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상황이 스포티파이에게 아주 불리하고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구글과 아마존이 당장 음악 차단하면 스포티파이 직상장도 물거품

스포티파이와 작업하고 있다며 익명을 요구한 음성기술 분야의 한 기업가는 “고객과의 소통이 결국에는 ‘있으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스포티파이와 많은 회사들이 점점더 거대 음성명령 플랫폼에 의존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신나는 재즈를 틀어줘”와 같은 쿼리(질의어)가 완전히 처리되고 있지는 않다.

이 소식통은 “어느 기업이라도 그들의 최대 경쟁자가 자신들의 사용자 쿼리와 의도를 소유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는 실재하는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구글이나 아마존이 내일이라도 당장 스포티파이를 차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반문한다. 가상이긴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이달말 또는 다음달 초에 직상장 방식으로 일반에게 주식을 공개(IPO)할 것으로 알려진 스포티파이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스포티파이가 뉴욕증시 상장을 발표했다. 이르면 이달말 이뤄질 예상 주식 가치는 230억달러(약 24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지만 애플과 구글이 자사 스마트스피커에서 스포티파이 서비스를 중단하면 순식간에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어느새 스트리밍 음악서비스 산업을 지배하는 플랫폼이 된 스마트스피커는 스포티파이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사진=NYSE)

결국 스웨덴 음성스트리밍 회사 스포티파이가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적자행진이라는 진퇴양난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자체적인 음성 인식방식 스마트 스피커를 만드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스피커는 아주 훌륭하게 작동해야 한다.

이런 배경하에서 이뤄지는 스포티파이의 스마트스피커 시장 도전은 더 이상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페이스북이 올연말 알로하(Aloha)와 피오나(Fiona)라는 이름의 자체 스마트스피커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006년 스톡홀름에서 다니엘 에크와 마르틴 로레논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월간 사용자수 1억6000만명을 기록하면서 애플 뮤직의 2배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시장점유율은 급속한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별도의 법률 관련 소식통은 “스포티파이는 70~80명의 변호사들이 디지털콘텐츠 협약에서부터 실리콘밸리의 IT거인과의 미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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