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도대체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은 왜 갑자기 애플 아이폰X 노치디자인 따라하기에 나선 걸까?

지난 1일 끝난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18)는 5G기술 경연장이자 전시회이기도 했지만 아이폰X 짝퉁 디자인이 대규모로 소개된 행사로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애플 아이폰 디자인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이처럼 대규모로 버젓이 베껴 내놓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폰X내부에 있는 3D 얼굴인식 시스템인 페이스ID 기능까지 베끼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외형상 디자인을 넘어 기능까지 아이폰X와 똑같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만 에이수스가 지난달 27일 MWC에서 발표한 야심작 젠폰5는 애플의 아이폰X(왼쪽)처럼 노치디자인을 채택했다. (사진=더버지)
울레폰 T2 프로같은 제품도 애플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베꼈다. (사진=더버지)

사실 MWC2018같은 유명 국제전시회에서 모바일 기술의 진전대신 짝퉁 디자인을 선보인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업체들은 언론으로부터 잇따라 질타를 받았다.

이번 행사에 나온 노아(Noa)나 울레폰(Ulefone)같은 회사는 아이폰X처럼 보이게 하는 데 바빠 SW를 노치디자인의 새로운 스크린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꽤 알려진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이 아이폰X 노치디자인을 베낀 모델을 MWC행사장에서 보이게, 또는 비밀스럽게 소개했다.

안드로이드폰 업체들 과감한 아이폰X 노치 디자인까진 베꼈지만...

애플이 과감히 디스플레이 맨 윗부분의 베젤의 좌우를 최대한 깎아낸 이른바 노치(Notch) 디자인을 도입한 이유는 아이폰X의 몸체 대비 화면비율(Screen to Body ratio,화면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아이폰X 전면부 위쪽의 노치에는 수화기와 페이스ID용 트루뎁스 카메라가 배치됐다. 하지만 이 M자형 디자인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모양이 이상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변화의 기류가 올해 MWC에서 감지됐다. 그것도 아주 크게.

올해 대만 에이수스가 MWC2018행사에서 선보인 젠폰5 단말기 윗부분은 노치 디자인이다. 반면 맨 아랫 부분은 커다란 턱모양으로 디자인돼 있다. 따라서 이 단말기 디스플레이 맨위에 있는 노치는 아이폰X의 모든 기능을 흉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X의 외양 디자인 일부를 따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이폰X의 노치디자인을 사용한 젠폰5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에이수스)

이런 노치디자인 베끼기 시도는 브랜드 지명도 낮은 울레폰, 두기, 노아 같은 회사에게는 나름대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왜 LG전자와 화웨이까지?

하지만 LG전자나 화웨이같은 회사에게는 이런 변명이 통하지 않아 보인다.

LG전자가 MWC2018 행사장 한구석에서 비밀리에 소개한 6월중 출시될 전망인 차세대 스마트폰 G7도 노치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LG전자는 MWC행사장에서 멋진 주력폰을 내놓지 못했다. 적어도 3개월이나 늦었다. 하지만 이것이 LG전자로 하여금 아이폰X의 노치디자인을 베끼게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물론 아이폰X와 어떻게 다른지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는 하다. 유출된 흐릿한 화면만으로는 LG전자 G7의 기능까지 알긴 어렵다.

LG전자가 바르셀로나 MWC 행사장에서 일부관계자에게만 공개한 차기주력폰 G7에도 노치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사진=Y넷닷컴)
에반 블래스가 유출한 이달말 발표될 화웨이 P20 주력폰에도 노치 디자인이 적용됐다. (사진=에반 블래스)
샤오미가 오는 6월 내놓을 미7역시 애플 아이폰X에 적용된 노치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뷰트)
중국 IT사이트가 유출한 원플러스의 디자인 역시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IT홈)

중국 화웨이 역시 예년보다 늦은 이달말 별도 행사를 통해 주력폰 P20을 소개할 예정이다. 훙미롭게도 화웨이의 P20역시 에이수스 젠폰5처럼 아이폰X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베낀 것처럼 보인다. P20 뒷면의 카메라는 아이폰X와 똑같은 위치와 방향으로 설계됐다. 전면 윗부분에는 작은 노치가, 아랫 부분에는 상당한 넓이의 베젤이 있다. 물론 화웨이 P20이 아이폰X과 다른 종류의 노치를 사용했을 여지도 있다.

중국의 애플 아이폰 짝퉁의 대가인 샤오미도 오는 6월 노치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 미7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중국 안드로이드폰 업체 원플러스도 원플러스6를 가지고 이 흐름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노치디자인은 스마트폰의 대세?

이들 스마트폰업체들이 이처럼 애플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베껴 적용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무엇보다도 모바일시대를 맞아 사용자들에게 화면을 최대한 키워 보여주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미니멀리즘 철학의 종가인 애플이 노치디자인을 통해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을 구현하자 경쟁사들이 이를 따라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M자 디자인’ ‘탈모디자인’같은 말을 들으면서까지 주력폰 아이폰X에 노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이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X베끼기 특허침해 가능성 없을까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의 상당수가 애플 아이폰X 노치디자인 베끼기를 하고 있지만 조만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특허소송전이다. 애플은 올해 1월 노치 디자인에 대한 미국특허를 확보했다. 삼성전자같은 경우는 노치 디자인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12일 발표한 아이폰X에 사용된 노치디자인에 대해 올해 1월 2일 미특허청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사진=미특허청/페이턴틀리 애플)
애플은 올해 1월 2일 미특허청으로부터 아이폰X에 적용된 노치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사진=미특허청/페이턴틀리애플)
삼성전자가 지난해 특허출원한 노치 디자인은 애플 아이폰X에 사용된 노치디자인의 변형으로 보인다. (사진=미특허청)

한편 애플은 지난 2011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 디자인을 베꼈다며 특허소송전을 시작해 아직까지 삼성전자를 괴롭히고 있다. 이 소송전은 장기전으로 치달았지만 만일 애플이 만만한 한두 개 업체만을 본보기로 제소할 경우 대응력이 약한 스마트폰 업체는 엄청난 곤경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피해갈 변형 디자인이나마 갖고 있는 업체라면 별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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