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아마존과 구글 간 스마트홈 패권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아마존이 구글 스마트홈사업부 네스트의 어떤 신제품도 더 이상 팔지 않기로 했다. 네스트가 만든 실내 온도조절기(써모스탯)나 보안용 기기 네스트 시큐어 같은 제품들을 더 이상 아마존 사이트에서 구경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네스트도 모든 제품을 팔지 않는다면 물건을 빼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일 수많은 네스트의 스마트홈 기기들을 팔아온 아마존이 재고물량이 소진되는 대로 더 이상 네스트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왼쪽)가 구글 네스트의 스마트홈 기기들을 아마존사이트에서 판매중단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과 구글의 스마트홈을 둘러싼 패권전쟁 본격화의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제외(사진=트위터, 위키피디아)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배경엔 스마트홈 헤게머니 쟁탈전이 숨어 있다.

스마트스피커,클라우드,콘텐츠이어 스마트홈 허브 패권 전쟁

아마존의 이번 조치는 스마트폰홈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알렉사와 구글어시스턴트는 이미 사람들의 삶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기들을 음성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회사의 스마트홈 허브 경쟁은 기존 컴퓨터나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둘러싼 전쟁과도 다르지 않다.

알렉사와 구글어시스턴트는 두 회사가 한창 뜨겁게 경쟁 중인 스마트스피커는 물론 스마트홈용 각종 기기 제어의 중심축이다. 음성으로 가정 내 전등점멸, 차고문 개폐, 실내 온도, 방범 보안기, 연기 감지기는 물론 스트리밍 음악과 비디오까지 제어하게 해 준다.

이를 둘러싼 전쟁은 이미 올해초부터 두 회사가 상대방의 단말기에서 자사가 서비스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없게 하면서 불거진 바 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단말기를 두개나 사야하는 소비자들에게 넘어가게 됐다.)

더욱이 아마존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자사가 기선을 제압한 알렉사 기반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구글이 놀라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다른 분야에서도 구글의 견제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퍼블릭클라우드 시장에서 부동의 1위지만 구글은 MS, IBM과 함께 치열한 고객확보 전을 벌이며 따라붙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하드웨어와 앱을 넘어서 디지털 광고비즈니스에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구글의 핵심비즈니스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

 “네스트 판매 중단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지시에 따른 것”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 아마존의 소매 유통팀이 지난해 말 화상회의를 통해 네스트 직원에게 더 이상 네스트의 신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제품에는 네스트의 최신 주력제품인 네스트 러닝 써모스탯(Nest Learning Thermostat)(실내온도조절기)과 보안장치인 네스트시큐어가 다른 제품과 함께 포함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마존은 화상전화회의에서 네스트 측에 “네스트 제품 판매금지 조치는 최고위층에서 내려온 것이며 아마존 사이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네스트의 제품 품질과는 아무런 상관없다”고 말했다.

네스트는 지난 2013년 발표한 가정용 연기 및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내놓았다.(사진=위키피디아)

그는 화상회의에 참가했던 네스트 직원으로부터 “이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이 다름 아닌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내려 온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회의를 마쳤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아마존 최고위층의 결정에 따라 네스트는 아마존을 통해서는 더 이상 자사의 어떤 제품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재고가 다 팔리는 대로 한정된 네스트 기기들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네스트는 화상회의 이전에도 이미 아마존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네스트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네스트가 오래된 제품(재고)을 아마존사이트에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유는 네스트가 온전한 제품군을 공급하거나 아예 공급치 않는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아마존은 네스트이외에 다른 회사의 스마트홈 제품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라이트하우스란 회사가 만든 AI로 작동되는 커넥티드 카메라 ‘라이트하우스’는 여전히 아마존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 도어락으로 유명한 어거스트란 회사에서 만든 제품도 수많은 다른 스마트폰기기 업체 제품들과 함께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 구글에 대항한 스마트홈 야심 드러내다

아마존의 조치는 지난해 말 알렉사 AI 음성비서와 이 기반의 스마트스피커 아마존 에코가 성공한 데 이어 본격화된 스마트홈 산업 패권확보에 대한 야심을 대변한다.

아마존은 그동안 스마트폰 파이어폰 실패는 물론 파이어 태블릿에서도 제한적 성공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아마존은 새로이 인공지능 음성 비서 알렉사를 내세워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전쟁에 돌입했다.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 에코는 아마존 하드웨어 부활의 계기가 되고 있다. 

이렇게 힘을 키운 아마존의 스마트홈 시장에 대한 야심은 이미 지난달 링(Ring)을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링은 카메라를 장착한 도어벨과 다른 커넥티드홈 보안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아마존의 링 인수금액은 10억달러(약 1조830억원)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지난달 스마트홈용 비디오 도어벨 업체 링을 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네스트의 스마트홈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위키피디아)

링 인수는 아마존으로 하여금 스마트홈 제품군을 알렉사와 통합시키는 데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서게 만들어 주었다. 구글의 스마트홈 기기 업체 네스트에 대적할 아주 강력한 무기를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알렉사와 에코 스마트 스피커 덕분에 지난 수년간 음성인식 컴퓨팅 산업(특히 스마트스피커)에서 일단 구글의 기선을 제압한 모양새이긴 하다.

하지만 아마존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구글은 급속히 치고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구글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플랫폼을 바탕으로 스마트스피커를 비롯한 스마트홈 분야에서 아마존의 야심을 견제할 최대 경쟁자다. 특히 스마트 스피커 구글홈은 이 시장의 패권자 아마존 에코의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은 약 3분의 2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달랐다. 올초 나온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이 기간 중 35.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전년동기의 8.7%를 크게 뛰어넘는 엄청난 성장을 했다. 반면 같은 기간중 아마존은 88%였던 점유율이 51.8%로 크게 줄었다.

전세계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후발 구글은 구글홈을 내세워 선발 아마존 에코를 급추격중이다. (표=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보이스봇닷에이아이)

와중에 아마존이 링을 인수하게 된 것은 알렉사의 AI기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면서 하드웨어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주게 될 원군을 얻게 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미 링이 네스트의 최대 경쟁자 가운데 하나로 올라와 있었다는 점이다. 링은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경쟁자인 구글 네스트를 추격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무한한 자금을 아마존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경쟁자인 구글의 스마트홈 사업부 네스트는 커넥티드 카메라, 써모스탯, 연기감지기, 보안시스템 등을 만들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네스트를 32억달러(약 3조4600억원)에 인수했다. 네스트는 이후 구글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만들면서 알파벳의 자회사 네스트로 있다가 지난 2월 구글에 재편입됐다.

아마존과 구글의 전쟁, 스마트홈 전반으로 

아마존은 네스트의 제품판매 중단 외에도 구글홈스피커나 픽셀 스마트폰 같은 구글의 다른 제품도 팔지 않는다. 이는 구글에 대한 보복적 성격도 띤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구글은 아마존 고객들의 유튜브 네이티브 앱에서 아마존 파이어TV와 에코쇼를 볼 수 없도록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에 대해 아마존제품이 구글의 서비스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 대변인은 “우리는 아마존과 각기 상대방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구글의 크롬캐스트나 구글홈 같은 제품을 팔지 않는다. 구글캐스트 사용자들이 프라임비디오를 볼 수도 없게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네스트의 최신 제품 판매도 중단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기선을 제압한 인공지능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 에코(왼쪽)와 구글홈 스피커 간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아마존,위키피디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아마존은 조만간 구글의 크롬캐스트 스트리밍 기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것이 두 회사 간 긴장을 완화시키고 유튜브에서 파이어TV와 에코쇼 서비스를 다시 제공토록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아마존과 구글의 경쟁은 몇몇 거인이 지배하는 IT업계에서 특별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앞서 애플과도 불편한 관계를 가진 바 있다. 애플이 애플TV를 모든 써드파티 개발자에게 공개한 후 두 회사 간에 있었던 관계가 해소될 때까지 2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아마존은 지난해 애플TV를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어 자사의 비디오 스트리밍 앱을 애플TV앱스토어에 추가했다.

아마존의 네스트 제품 판매금지는 독점 아닐까?

아마존의 경쟁사 구글 사업부 네스트의 제품군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은 일부사람들에게 불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게 반독점법에 저촉되지는 않을까?

클리블랜드 주립대 법대의 크리스 세이거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독점 금지법에서는 불법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이 기기와 연결된 각 가정에서는 독점권을 행사하지 않기에 경쟁에 반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아마도 불법이 아니다. 그것은 추하긴 하지만...미국법에 따르면 독점 기업조차도 누구와 거래할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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