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페트로가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획기적인 사건이다. 대단한 잠재력으로 (국가금융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매우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로서 확신하건대 (베네수엘라 경제를) 지금처럼 끌고 가는 것보다 확실히 낫다고 본다.”- 사회적 무역망인 e토로(eToro)의 수석시장분석가 '마티 그린스펀'

“베네수엘라 정부가 조작할 여지가 너무 많다....(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를 대체할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페트로 구매자가 가상화폐 페트로 보유량에 상당하는 석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어떻게 주장할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또는 이 가상화폐 보유자가 현금화하고자 할 때 지불받을 수 있는 유가증권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에코아날리티카의 이코노미스트 '장 폴 라이덴즈'

베네수엘라가 세계최초로 국가가 주도해 만든 가상화폐 페트로. 1페트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1배럴에 해당하며 60달러에 판매됐다.(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의 경제제재, 살인적 인플레 등으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20일(현지시각) 풍부한 석유자원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발행식을 가졌다. 하지만 최대 60억달러(6.6조원)규모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된 이 가상화폐 발행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시각과 비관적 시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 종합매체인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최초로 국가가 개입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사례에 대한 허와 실을 짚었다.

마치 스타트업 행사 같았던 베네수엘라 정부 가상화폐 발행식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20일(현지시각) 아침부터 코인당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Orinoco) 석유벨트에 있는 특정지역 원유 1배럴 가치에 맞먹는 가상화폐 ‘페트로(petro)’를 사전 판매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3월로 예정된 ICO(가상화폐공개)에서 페트로로 교환할 수 있는 60달러 가치의 토큰을 구입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열린 페트로 발행 행사에서 자국이 전세계 금융의 선두주자로, 경제위기와 같은 큰 문제에 대한 훌륭한 솔루션을 내놓았다고 자평했다. 이날 행사는 언론과 투자자들이 초청된 가운데 대통령궁에서 열렸고 TV로 생중계됐다.

그는 마치 파티처럼 배경음악이 나오고 각종 텍스트가 움직이는 스타트업 스타일로 세팅된 방에서, 프로젝트 행사 첫날 7억3500만 달러(한화 약 7910억원)를 모금했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게임은 성공적으로 이륙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2600%의 살인적 인플레를 극복할까?

하지만 모든것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말과 기대처럼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은 이 화폐가 번창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국가 빚이 재심사중인 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2600%)을 겪게 만든 마두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게다가 한때 번창했던 석유회사 페트로리오스 드 베네수엘라S.A.(PDVSA)가 수십년 내 최저 수준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일부 비평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가상화폐를 조작할 여지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커다란 기술적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제재와 살인적인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20일 가상화폐 페트로 발행 행사를 가졌다. 3월에 페트로 상장이 이뤄진다.(사진=위키피디아)

“베네수엘라정부가 지원하는 석유를 바탕으로 해 매력적”

반면 국가 주도의 가상화폐 페트로 발행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구매자들이 실물(석유)을 통해 성공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행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페트로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발행된 가상화폐들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정성을 경험했다는 것은 악재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가치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300%이상 상승했지만 이후엔 하락세를 보이면서 현재 50%이상 폭락했다.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행된 최초의 가상화폐인 페트로는 보다 안정적인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게 실험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러시아 정부 역시 미국의 경제 제재에 직면하면서 최근 ‘가상루블(cryptorouble)’ 발행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 베네수엘라의 성공여부에 모호한 입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석가들은 이 실험이 성공할 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이더리움재단의 개발자인 알렉스 방 드 상드는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그들은 가상화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페트로를 통해 돈을 모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동안 별 의미도 없는 끔찍한 아이디어가 많은 돈을 끌어모으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재무컨설팅 회사 에코아날리티카의 이코노미스트 장 폴 라이덴즈는 이 프로젝트가 와해된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를 대체할 충분한 신뢰성을 불러일으키거나, 임박한 베네수엘라와 PDVSA의 부채를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페트로는 여러 면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조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갖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페트로 구매자가 가상화폐 보유량에 상당하는 석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어떻게 주장할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또는 이 가상화폐 보유자가 현금화하고자 할 때 지불받을 수 있는 유가증권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 정부는 러시아와 아랍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화폐로서 성공할 수 있을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정부 제재 기조 지속, 베네수엘라 의회 "석유자산을 가상화폐로 팔아먹지 말라"

실제로 많은 문제들이 등장해 페트로의 신뢰성을 갉아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국회는 이 프로젝트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석유자산은 법적으로 판매될 수 없으며 발행된 가상화폐는 부채의 한 형태여서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수년간 의회를 무시해 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페트로를 구매하는 것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신용 연장’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미국정부의 제재에 반하는 데다 미국 시민들을 ‘법적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무역망인 e토로의 수석시장분석가인 마티 그린스펀은 “페트로가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이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잘 작동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가진 매우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로서 확신하건대 (베네수엘라 경제를) 지금처럼 끌고 가는 것보다 확실히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바닥을 친 자국화폐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생필품으로 통화를 지원함으로써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고 유익하게 여긴다면 가상화폐 공동체가 순식간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월에 있을 ICO 기간 동안 베네수엘라 정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페트로당 60달러의 가격으로 총 824만 페트로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 계획을 설명하는 공식문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궁극적으로 세금을 포함한 각종 공과금 납부에 가상화폐 페트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상화폐 소유자들의 투표에 따르는 가상화폐감독원의 승인이 없는 한 1억페트로 이상을 발생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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