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휴대폰 유통업계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재부상할 조짐에 우려하고 있다.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동통신사들이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는 논리로 다른 대안을 검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판매점‧대리점이 모여 만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협회)는 최근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해서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90% 이상은 이동통신사의 대리점 등을 통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한 번에 구매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각각의 영역에서 경쟁하면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요금을 동시에 내릴 수 있다는 이론적 효과가 바탕에 깔려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기대효과 (사진=박홍근 의원실)

이는 선택약정 요금할인 인상, 보편요금제 도입 등 강제로 요금을 낮추는데 따른 부작용과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지난해부터 집중 조명받기 시작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각각 발의하기도 했다.

협회는 그동안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 시 휴대폰 유통점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가 분리되면 그만큼 유통점에 내려가는 판매장려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장려금은 유통점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신비 인하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대다수의 참여자들이 단말기 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고, 현재 8%에 불과한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다른 안건인 보편요금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통신요금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현 정부의 통신비 절감 방안의 핵심 정책이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3만원대 요금제를 1만원에서 1만5000원 가량 내리는 것이 골자다. 이동통신사는 보편요금제는 알뜰폰업계가 구현할 수 있고, 다른 통신비 인하 수단도 얼마든지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8차 회의 현장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회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요구도 휴대폰 유통점에게 큰 위협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효과 등을 검토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한다. 이 경우 선택약정 요금할인 등 기존 통신비 절감 방안이 사라질 수 있다고 과기정통부는 주장해왔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시 기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로 근거 규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선택약정할인 혜택이 없어질 것이라는 과기정통부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여러 대책들이 가계통신비 인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여부만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다시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편요금제를 찬성하는 정부와 시민단체 편에 설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도입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는 만큼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