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2008년 출범해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IPTV가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을 위협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케이블TV의 매출을 넘어선 IPTV는 이제 가입자 점유율도 역전할 기세다. IPTV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이동통신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IPTV의 성장은 방송과 이동통신 서비스의 결합 등의 이점,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영업 역량 우위 등으로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IPTV업계는 고가 가입자 확대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 접목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9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IPTV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로, 케이블TV가 동축케이블‧광케이블 등을 기반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케이블TV가 특정 지역에서 사업권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것과 달리 IPTV는 전국 단위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큰 차이다.

정부는 2007년 말 IPTV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통과 후 2008년 8월 시행령이 공포했다. 당시 KT와 하나로텔레콤, LG테이콤 등이 첫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하나로텔레콤은 2008년 SK텔레콤에 인수된 후 SK브로드밴드로 사명을 바꿨고 2015년 이후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LG데이콤은 2010년 LG텔레콤(LG유플러스)이 흡수합병했다.

IPTV 도입 당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보급률이 이미 75% 수준이어서 IPTV 서비스가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자본과 마케팅역량을 보유한 이동통신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케이블TV를 위협하는 방송 플랫폼으로 지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와 방송,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품을 묶어 할인해주는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IPTV 진영의 매출과 가입자는 매년 큰 폭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전국 1만여곳 직영‧위탁 대리점을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IPTV 결합상품 판매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모바일 결합상품이 없는 케이블TV는 IPTV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6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IPTV 3사의 2016년 방송 매출액은 2조4277억원으로, 2조1692억원을 기록한 케이블TV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IPTV가 케이블TV업계의 매출을 역전한 것은 IPTV 출범 이후 처음이다.

두 플랫폼의 가입자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는 1392만7203명(시장점유율 45.76%), IPTV는 1331만3864명(시장점유율 43.71%)으로 2%포인트 수준으로 점유율 격차를 좁혔다.

IPTV 사업자별 매출 현황 (자료=각 사 취합)
IPTV 사업자별 가입자 현황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통사 대표 성장 사업으로 자리잡아

IPTV이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동통신사의 대표적인 효자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입자 포화, 정부의 통신비 규제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이동통신사의 IPTV 매출은 매년 10~30% 정도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KT의 지난해 미디어‧콘텐츠사업(IPTV 포함) 매출은 2016년 대비 16.3% 증가한 2조2384억원을 기록해 사업 부문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KT는 지난해 IPTV가 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면서 이익 측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지난해 IPTV 매출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1조21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2016년 IPTV 매출은 2015년 대비 33.3%나 늘어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IPTV 매출이 전년 대비 21.8% 늘어난 7456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지난해 무선 매출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 등 요금규제 영향에 따라 전년 대비 각각 1.0%, 2.5% 증가하는데 그쳤고, KT는 2.9% 감소했다.

SK브로드밴드 IPTV 셋톱 Btv에 SK텔레콤 인공지능(AI)를 적용한 'Btv 누구'

예견된 한계, AI‧IoT 등 첨단 기술로 극복

IPTV업계는 매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미래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은 시장이 3000만명 수준으로 한정돼 있는 내수시장이다. 매출, 가입자 성장에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AI, 초고화질(UHD) 등 신기술을 접목한 셋톱을 출시, 고가 가입자를 확대하고, 셋톱을 IoT 기술과 접목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연동하는 등 플랫폼 영역을 방송 외의 부분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IPTV에 AI를 결합한 셋톱 ‘Btv 누구’를 선보였다. AI 기반의 IPTV 서비스로 오디오 기반의 스마트 스피커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비스 자체를 고도화하겠다는 포석이다.

KT 또한 지난해 1월 출시한 AI IPTV 셋톱 기가지니의 후속모델을 꾸준히 출시하는 등 새로운 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2월 IPTV 서비스에 신사업으로 집중하고 있는 홈IoT 서비스를 접목한 ‘U+우리집AI’를 공개했다.

한국IPTV방송협회 관계자는 “IPTV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 추세지만 한계가 정해져있어 사업자별로 고민이 많다”라며 “가정 내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IPTV 셋톱을 AI, IoT, 방송 등의 생태계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IPTV업계는 IPTV 2008년 출범 후 10년을 진단하고, 미래 생존 전략 등을 고민하는 세미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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