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5G망 조기 구축을 위한 이동통신사업자 간 필수설비 공유 활성화가 힘을 받고 있다. 타 사 대비 압도적인 필수설비를 보유한 KT도 적정 대가 산정이 마련을 조건으로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필수설비 공유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관련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손꼽히는 5G를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일정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5G 주파수 할당도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긴 올해 6월 진행하고, 5G 주파수에 적합한 할당대가 산정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5G 표준 관련 국제협력도 강화하고, 5G 조기 상용화 추진 TF를 구성, 장비와 단말, 서비스 기업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5G 조기 상용화 로드맵

과기정통부는 5G 조기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5G망 조기 구축, 공동활용을 꼽았다. 이동통신사들의 5G망 구축 부담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중복투자, 효율적인 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심권역과 같이 트래픽이 집중되는 곳은 3사가 모두 설비투자를 하고,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망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방식이다.

특히 관로나 전주가 없어서 망 구축이 어렵거나 신규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은 필수설비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영민 장관은 지난 1월 이동통신 3사 CEO과 만나 “5G망 조기 구축을 위해 중복투자 방지, 효율적 망 구축은 투자여력 확보, 통신비 절감으로 연결된다”라며 “이에 5G망 공동구축, 공동활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당부했다.

필수설비란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전주와 관로, 광케이블 등의 설비를 말한다. 2015년도 기준, 전체 필수 설비 중 KT의 보유 설비는 전주 93.8%, 관로 72.5%, 광케이블 53.9%로, 타 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5G는 초고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4G 대비 전송거리가 짧아 조밀한 통신 기지국 설치가 필수다. 그러나 기지국은 교환 설비를 연결하기 위해선 유선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 경우 신규 관로 확보를 위한 굴착이 수반돼 막대한 투자비가 들고, 건물주나 지방자치단체의 굴착 반대에 부딪혀 설비 증설이 지연되거나 불가한 경우도 발생한다. 필수설비를 이동통신사간 공유토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필수설비 개념도, 이동통신사별 보유 현황 (사진=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이통사 “5G 조기 상용화 차질 없어야” 한 목소리

이동통신사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5G 조기 상용화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5G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필수설비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지난 5일 2017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정부는 5G 조기 구축이라는 국정 과제 추진 위해 4차산업혁명 핵심 인프라인 5G 인프라를 사업자들이 조기에 효율적으로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그 후속 조치로 제도 개선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제도가 개선되면 필수설비 활용 통해 사업자가 5G 네트워크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구축해 우리나라 5G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 또한 “5G 관련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회사 관점이 ‘효율적으로 망 투자 하겠다’는 것이므로 인프라 공유 활용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필수설비를 다량 보유한 KT는 그동안 신규 투자 위축 등을 이유로 필수설비 공유에 반대해왔으나 최근 5G 조기 상용화를 위한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대해 정부, 경쟁사 등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필수설비 활용 시 대가 산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유 재무실장은 “KT는 5G 망 조기구축 등 효율적 투자 방향에 공감하고 ICT 강국 유지, 4차산업혁명 리딩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5G 혁신 경쟁으로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효율적 투자로 5G 편익이 확산돼야 하며, 인프라를 지속 고도화하는 등 유무선 밸런스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KT는 효율적 5G 조기 구축을 위해 정부와 타사 등과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사업자 모두가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서 국가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이 지난 1월 5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왼쪽부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만나 5G망 공동구축, 공동활용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필수설비 제도 개선 중...6월 고시 개정

과기정통부는 오는 6월까지 필수설비 공유에 관한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필수설비 관련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설비 등의 제공조건 및 대가산정 기준’, ‘전기통신설비 공동구축을 위한 협의회 구성·운영 및 전담기관 지정 등에 관한 고시’ 등이다. 현재 이 규정은 필수설비를 이동통신 서비스 용도로 활용할 수 없고, 대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등의 제약사항이 많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정책 개선을 위해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다.

김판열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 사무관은 “5G 필수설비 공유는 무선과 유선을 넘나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도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연구반은 기한을 두지 않고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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