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통신비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에도 고가요금제 가입자 증가 등으로 무선 매출 하락을 만회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향후 보편요금제 도입 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전망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매출 하락, 5G 등 신기술 투자 위축 등을 이유로 통신비 인하에 반대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신비 인하로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면 전체 가계통신비는 그대로 유지돼 다시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017년 예상 매출은 17조4627억원, 영업이익은 1조5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7%, 2.92% 증가했다. KT 또한 지난해 매출 23조1581억원, 영업이은 1조486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2%, 3.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3사 매출, 영업이익 (자료=디지털투데이 취합)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매출 12조2794억원, 영업이익 826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대비 각각 7.2%, 10.7% 늘어난 수치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에프엔가이드 기준) 매출 12조412억원, 영업이익 8234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이 중 이동전화 등을 포함한 무선 매출은 5조57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올랐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 취약계층 요금 추가 감면 등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요금할인율 인상 후 8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3분기 8만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 유치 비중이 2.7% 이내였으나 4분기에 10% 가까이 증가했다”라며 “선택약정할인에 따른 매출 감소 부담은 많은 부분 희석했다”고 설명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 등 통신요금 규제는 모든 이동통신사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과 KT의 무선 매출도 LG유플러스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 무선 매출 현황 (사진=LG유플러스)

이통사, ‘호실적→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까 우려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통신비 규제로 매출이 급감해 5G 등 미래 기술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20%→25%) 도입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행정소송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정도로 거세게 반대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함께 부담하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선택약정 요금할인은 100% 이동통신사의 재원으로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을 우리가 왜 감당해야 하냐”고 크게 반발했다. 매출 하락을 우려해서다.

현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논의 중인 보편요금제도 같은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면서 통신비 규제 반대 논리는 ‘엄살’로 치부될 가능성이 커졌다. 매출, 영업이익 성장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신비 인하가 고가요금제 가입을 부추겨 전체 가계통신비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으로 8만원대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늘어났다. 향후 3만원대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2만원대로 낮춘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모든 요금제 가격이 1만원 가량 낮아지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던 통신소비자가 5만원대로 통신요금이 내려가도, 혜택이 강화된 6만원대 요금제를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 수준의 절대 규모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셈이고, 이동통신사들은 계속해서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하가 고가요금제 가입을 부추기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매출 하락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가계통신비 수준이 유지돼 재차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통신비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에도 고가요금제 가입자 증가 등으로 무선 매출 하락을 만회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