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현장. 방송통신위원장과 상임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과 실‧국장, 이동통신 3사 대표 등 통신‧방송 분야의 민‧관 전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평소에 볼 수 없는 장면이기에 취재진도 대거 몰렸다.

거물급 인사 중에서도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었다.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케이블TV인수와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 하겠다”고 전하면서부터다.

이는 전날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계 1위 기업인 CJ헬로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돈 것에 대한 조회공시였다. CJ헬로라는 기업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케이블TV 인수 의향을 공식 밝힌 것이다. 아쉽게도 권영수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의 다음 타깃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었다. SK텔레콤은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했다가 2016년 7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 불허 판정을 받은 바 있다.

25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 중앙)과 유료방송업계 간담회 현장.

함께 있던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먼저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박정호 사장은 그제야 취재진에게 입을 뗐다. 그는 “LG유플러스가 하든 우리가 하든 (유료방송 M&A를)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산업이 더 잘되기 위해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케이블TV M&A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 마디였다.

SK텔레콤과 CJ헬로의 M&A 무산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아서 같은 이슈가 재점화된 것은 그만큼 유료방송시장의 변화 요구가 크다는 의미다. 유료방송시장에서 M&A는 가입자 포화, 조직의 체질 개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IPTV를 보유한 이동통신사는 케이블TV의 자산을 활용하면 방송과 통신을 결합을 강화한 신규 서비스로 성장을 꾀할 수 있다. IPTV의 등장 이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케이블TV업계는 자금력이 높은 이동통신사와 경쟁하기보다 합병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여기에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OTT와 같은 인터넷 기반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도 유료방송사간 인수합병을 부추기고 있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 25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유료방송업계가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 거대 콘텐츠 업체들이 국내에 오면 굉장히 많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전에 하루 빨리 업계의 건전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생존에 대한 절박함도 묻어나온다.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인수 불허 기준대로라면 권역별 시장 지배력 초과로 어떤 사업자가 M&A를 시도해도 합병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과 방송 영역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시장 환경에서 통신‧방송 융합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하라는 것은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2016년과 비교하면 정권이 바뀌었고, 각 정부부처도 모두 새 주인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 대비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시장은 충분히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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