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동통신 3사가 휴대폰 유통 시장에서 불법보조금 경쟁을 벌여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했다. 핵심은 이동통신 3사가 유통점에 내려보내는 과도한 판매장려금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방통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 506억원을 부과하기로 심의‧의결했다. 과도하게 높은 판매장려금과 불법 지원금 지급 등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대가다.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라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불법보조금의 핵심은 판매장려금이다. 판매장려금이란 이동통신 3사가 고객 유치 및 유지에 대해 일선 유통점에 주는 금전적 대가다. 이는 유통점의 인건비, 판촉비 등 대리점, 유통점 운영에 대한 제반 비용으로 사용되는데, 장려금이 과도하게 올라갈 경우 휴대폰 불법보조금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가 유통점에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의 적정 수준을 30만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명시한 적정 수준이 아닌 방통위 내부 가이드라인이다. 그 이상을 제공하면 불법지원금을 주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판단한다. 실제로 방통위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시장 조사한 결과, 판매장려금이 최대 68만원까지 제공된 사례를 포착했다.

이동통신 3사가 휴대폰 유통 시장에서 불법보조금 경쟁을 벌여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했다. 핵심은 이동통신 3사가 유통점에 내려보내는 과도한 판매장려금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판매장려금은 사업자간 자율 결정...법적 제재 어려워”

이에 전체회의에서 불법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시장 과열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통신 3사가 불법 영업 경쟁을 벌이고,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고리 자체를 끊어보자는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관련 산업을 이끌어가야 할 이동통신사가 통신품질, 서비스 경쟁보다 마케팅, 영업 경쟁에만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모든 사업에서 영업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품질과 서비스 경쟁보다 지원금, 장려금 경쟁은 사양산업에서 나오는 전형적 현상이다”라며 “통신사의 미래는 창창하다. 방통위에서 이들이 통신 품질, 가격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매번 수백억씩 과징금으로 제재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라며 “(판매장려금 규모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게 아니라 시행령, 고시 등으로 법제화해 수백억씩 물리는 과징금 부담을 줄여 투자를 유인하고 시장 위축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 사무처는 판매장려금이 불법보조금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안은 찾지 못한 상태다. 판매장려금 수준은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사업자간 판매장려금 지급규모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 용이하지만 영업의 자율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는 이동통신 3사간 의견도 모두 갈리는 사안이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판매장려금 제재 없이 분리공시제도 실효성 떨어져

판매장려금 규제 이슈는 방통위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분리공시제도와도 연결된다. 분리공시는 현재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받는 단말기 지원금을 이동통신사의 몫과 제조사의 몫으로 나눠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분리공시 도입 목적은 ‘스마트폰 유통구조 투명화→단말기 출고가 인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유통구조 투명화는 단순히 공시지원금을 분리공시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휴대폰 유통점에 내려가는 판매장려금 수준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명길 국민의당 전 의원이 분리공시제도 도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삼성전자를 제외한 이동통신 3사, LG전자 등이 모두 “유통점에 편법적으로 제공되는 판매장려금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통위가 판매장려금에 대한 입장을 기존대로 고수한다면 스마트폰 유통구조 투명화 목표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사무처는 뒤늦게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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