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정부가 과열된 국내 가상화폐 투기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가상화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해석을 하고 있으며, 은행업계에서는 “투자 위축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라는 상반된 해석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 시행’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시행 등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주요 방안이 담겼다.

금융위가 발표한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 주요 내용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및 신규 계좌 허용...거래소 “환영”

우선 이달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에 따라 기존의 가상계좌 서비스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로 전환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은행과 동일한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입출금을 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에서 출금은 할 수 있으나 추가 입금은 할 수 없다. 외국인, 미성년자는 가상화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가상화폐 실명제 (자료=금융위원회)

거래소는 23일 발표 직전까지 정부의 거래소 폐지에 대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발표로 인해 폐쇄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업계는 거래소 폐쇄에 대해 사실상 빗겨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논조가 중국처럼 당장 모든 거래소를 폐쇄하고 막겠다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거래소를 정당하게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거래소의 관계자는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부처별로 달라 혼선이 있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일정 부분도 있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시행...어깨 무거워지는 은행 

가상화폐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도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은행들은 거래소의 거래자금 관리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투자자가 가상화폐 거래를 1일 1천만원 이상 또는 7일간 2천만원 이상의 자금을 입출금하는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은행은 이를 모니터링하고 FIU에 보고하는 전담하는 인력을 둬야 한다. 또 자사의 이사회, 경영진은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책임을 지게된다. 자금세탁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인해 사실상 은행의 부담만 더욱 커지는 셈이다.

게다가 은행들의 이득은 줄어든다.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의 '일거래액, 거래횟수 초과 시 당국 보고 시스템'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고액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은행이 가져가는 수수료도 줄어든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거래소의 수수료로 얻는 수익보다 대출 등 건수가 큰 은행거래가 수입에 도움이 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최근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여기다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인해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 인식도 좋지 않아 기업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은행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서비스를 진행하기에 걸림돌이 많다.

이처럼 은행의 책임이 커지고 가이드라인이 까다로워진 까닭에 이미 실명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으나 거래소와 계약을 맺지 않은 은행들은 관련 서비스를 당분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스템을 구축한 은행은 신한, 농협, 기업, 국민, 하나, 광주 등 총 6개 은행이지만 사실상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곳은 기업, 신한, 농협은행으로 3곳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계약은행

은행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이 과열된 가상화폐 투기 현상을 자연스럽게 진정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이번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가상화폐 투기 과열 현상을 막으려는 것”이라면서 “인력 충원, 전산강화 등 은행들도 부담을 가지게 되어서 당장 새롭게 거래소와 계약을 맺는 은행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온 거래소들을 퇴출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자료제출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은행이 계좌서비스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이 큰 가상화폐 거래소를 사실상 퇴출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가상화폐 제도화 및 활성화 아니다” 선긋기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의 기대감과 달리 당국은 거래소 폐쇄의 입장을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니며 가상화폐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가상화페 거래소의 규제, 육성이 아닌 관련 거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밝혔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이번 금융부문 대책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탈세, 자금세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화하거나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활성화하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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