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네이티브 쿼드코어 ’바로셀로나’를 지난달 출시했다. 800여명의 고객과 파트너사 직원들이 감가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AMD가 네이티브 쿼드코어 ‘바로셀로나’를 지난 달 출시했다. 지난 1년간 인텔에게 뺏겼던 시장 수요를 다시금 뺏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그런만큼 AMD코리아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AMD의 전력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것 인지를 두고 갑론을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바르셀로나의 출시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경우 AMD는 최고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경쟁사 제품에 비해서 성능이 조금 더 잘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기대 심리가 너무 높아서인지 기대치에 비하면 실망이다”
“다이가 너무 크다. 이는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분명 성능은 좋은데, 경쟁사가 11월이면 시장에 3Ghz 대역의 MP 쿼드코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따라서 바르셀로나는 삼일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
“한 대의 서버로 두 대의 서버 역할을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동일조건에서 같은 클럭·규모·스케일·로드 등 모든 면에서 옵테론 쿼드코어는 좋은 성능을 보였다”

지난달 12일 AMD코리아의 바르셀로나 출시 행사에 참가했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반응이 가지각색이다.
AMD코리아(대표 박용진)는 지난달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65나노 공정의 쿼드코어 옵테론(코드명 바르셀로나)을 본격 출시했다. AMD코리아는 65나노 공정의 1.7GHz부터 2.0Ghz 대역대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AMD코리아 측은 기존 듀얼코어 프로세서 대비 정수 및 부동 소수점 연산에서 50% 이상의 성능을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바로셀로나는 AMD의 듀얼코어가 시장에 출시되기 이전부터 개발에 들어갔으며 애초 출시예정일에 비해 6개월 이상 늦게 출시됐다. 예정출시보다 6개월이상 늦춰진 만큼 AMD는 위험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듀얼코어로만 인텔과 승부를 해야 했기에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던 것. 때문에 AMD는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가격을 낮췄고 이로 인해 수 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또 구조조정도 불가피했다. 

그렇기에 AMD는 쿼드코어 출시를 최대한 빨리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AMD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제품 출시일을 늦추면서까지 제품에 완벽을 기했다. 그만큼 AMD가 성능과 디자인, 에너지 효율성 등에 만전을 기해 인텔과의 경쟁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바르셀로나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국HP, 한국IBM, 델코리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유니와이드, 이슬림코리아 등 국내 주요 서버 공급업체들은 모두 자사의 서버 라인업에 바르셀로나를 포함했다. 9월부터 시작해 내년 초까지 2소켓 방식 AMD 쿼드코어 서버 제품들이 출시된다. 

특히 델코리아는 기존 AMD 라인업이 3종이었으나 앞으로 7가지로 제품라인을 늘리기로 했다. 한국IBM도 6종의 AMD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고객사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신제품 출시 행사에는 약 800여명의 고객과 파트너사 직원들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성능은 좋지만 기대엔 못미친다

또 이날 섹션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약 3주간 사용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도 가졌는데 신제품 성능에 만족해 했다. 다음은 바르셀로나가 발표되기 약 3주전 AMD 쿼드코어 시제품을 자사 시스템에 도입해 사용했다. 다음이 자체 테스트한 결과 전력은 동일한 반면 성능은 듀얼대비 170~180% 가량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오스와 기타 옵티마이징이 100% 적용된 상황이 아닌 시제품을 설치했음에도 이 정도의 성능치를 보인 것은 놀랍다는 결론이다. 여기에 기존 두 대의 서버를 한 대로만 운영이 가능하고 각 코어의 독립적인 코어 기술을 사용하면 예측 수준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 다음 측의 예상이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주요 서버업체 관계자들은 바르셀로나의 성능에 대해 “성능이 좋긴 하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기대하던 만큼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업계가 기대심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AMD가 뜸을 들였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AMD측은 연초 “매우 다양한 워크로드에서 바르셀로나가 클로버타운보다 성능이 40% 정도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에는 “현재 나와 있는 가장 성능이 좋은 x86 칩이 될 것이며, 클로버타운을 완벽하게 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MD코리아가 밝힌 테스트 결과는 부동소수점 연산 능력과 메모리 대역폭만 자랑했다. 이는 옵테론 프로세서가 항상 내세우는 장점이다. 40% 이상 앞서는 테스트도 단 세 가지에 불과하다. 또 당초 예상보다도 낮은 수치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다이크기도 문제다. 다이는 코어가 집적되는 반도체 실리콘 단위. 델코리아 관계자는 “다이크기가 너무 크다”며, “다이가 커지면 반도체 생산 공정 비용효율성이 낮아져 원가가 상승하고 불량률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쿼드코어 후발주자로써 가격을 낮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산단가 문제로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재정악화와 내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AMD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춰 마진을 적게 볼 수도 없다. 인텔이 가격으로 밀고 나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된다.

삼일천하가 될 것인가

여기에 경쟁사인 인텔이 오는 11월 MP(멀티 프로세서) 쿼드코어 제온 7300 시리즈(코드명 타이거톤)을 출시한다. 의도적이던 아니던 인텔은 바르셀로나가 출시되기 바로 1주일전 타이거톤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썬의 유원식 사장이 발표회장에서 인텔과 썬의 협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썬은 그동안 AMD의 옵테론 제품만을 시장에 공급해 오다가 지난 1월 인텔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인텔의 제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3GHz 대역의 제온 프로세서가 출시되면 바르셀로나의 강점이 다시 묻힐 수도 있다”며, “AMD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삼일천하로 마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바르셀로나의 성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고객들이 반드시 성능만으로 서버를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 가격적 요인, 마케팅 능력, 붐업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로 서버를 선택한다는 것. 여기에 서버 업체에서는 고객이 AMD를 선택하던 인텔을 선택하던 상관이 없다. 

마케팅에서도 AMD는 인텔을 따라가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텔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과 서버 공급업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AMD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마저도 인텔에 빼앗기는 등 마케팅 능력 부재를 보여 왔다. 

특히 AMD의 고객들이 인텔로 돌아섰다는 점은 가장 빨리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AMD의 제품을 찾는 고객은 한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서버 공급 업체들은 AMD 기반의 서버 판매 비중이 5%를 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후지쯔의 경우, AMD 제품의 점유율은 1%대로 고객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이상 AMD 기반의 서버를 선적해 오지 않는 실정이다.

닷컴·제조·고성능컴퓨팅 분야 공략

이에 대해 AMD코리아 측은 자신있다는 모습이다. 성능이 경쟁사에 비해 뛰어나고 이런 점이 시장에 알려지면 고객들이 다시 AMD 제품을 찾을게 분명하다는 것. 특히 썬의 KISTI 건을 비롯해 기존의 고객들(닷컴, 제조, HPC 등)이 성능을 이유로 AMD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용진 AMD코리아 사장은 “와트당 성능, 가상화, 투자보호 등을 완벽히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출현으로 이제 x86 서버 시장은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제품 라인업이 모두 갖춰지고 나면 30%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ttoday.co.kr

[IT TODAY 2007년 10월호 게재]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