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M&A)설이 불거지면서 양 사는 이를 부인하는 공식입장을 냈지만, 시장의 관심이 여전하다. 향후 지분 인수, 매각 등에 대한 여지를 남겨서다. 유료방송업계에서 인수합병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만큼 정부의 규제 방침이 이전과 달라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지목하진 않았으나, 케이블TV사를 인수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을 사실이라고 17일 공시했다. 특히 공시 말미에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도는 1개월 이내 재공시 하겠다”는 업계의 기대감을 키웠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케이블TV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 대표적인 업체다.

CJ헬로는 자사의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이 “현재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계획이 없다’보다 ‘현재’라는 단어가 더 조명 받으면서 언제든 재추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 CJ헬로가 2016년 SK텔레콤과의 합병 목전까지 갔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인수합병 설이 나오면서 통신-방송 융합이 주목 받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등과 연계된 합산규제 일몰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유료방송업계, 인수합병 요구 여전히 높아

SK텔레콤과 CJ헬로의 선례에도 불구하고 이번 LG유플러스발 이슈가 보여주는 것은 유료방송업계가 여전히 인수합병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의 입지는 IPTV의 등장 이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 공개한 ‘2016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IPTV 3사의 방송 매출액은 2조4277억원으로, 케이블TV(2조1692억원)를 처음으로 역전했다. IPTV가 방송 매출로 케이블TV사를 넘어선 것은 IPTV가 2008년 탄생한 이후 처음이다.

CJ헬로와 딜라이브 등이 매물로 오르내리는 것은 방송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케이블TV업계의 출구전략인 셈이다.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등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는 등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 또한 유무선 통신서비스에 유료방송까지 결합해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앞서 나가길 원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지도 있어 향후에도 케이블TV사와 인수합병 소식은 꾸준히 제기될 전망이다.

IPTV 3사 매출 추이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 규제, 일부 완화 움직임...유료방송 업계 '빅딜' 성사 가능성↑

통신업계와 유료방송업계의 인수합병 소식이 SK텔레콤-CJ헬로 사례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부상하면서, 인수합병 성공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의 방침에 관심이 몰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에 인수합병 심사 시, 유료방송시장을 어떻게 획정해 경쟁 제한성을 심사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SK텔레콤과 CJ헬로는 유료방송시장 전체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권역별로 시장을 획정해 경쟁 제한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정위는 결국 후자를 택했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에선 방송 권역별로 시장을 획정하면 SK텔레콤이-CJ헬로 사례가 아니더라도 인수합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케이블TV에 지역별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어, 케이블TV사들은 전국 78개 방송권역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유료방송업계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도 나온다. 2017년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간 추진할 핵심 과제로 4차산업혁명 대비, 선제 대응을 꼽았다. 통신‧방송 융합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를 승인했다. 2년간 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유료방송시장 경쟁상황 변화를 고려한 전향적 결정이라고 업계는 판단했다.

정부, 합산규제 일몰 바람직...시장 점유율 1위 KT에도 긍정적 신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현재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로 구분된 사업허가권을 일원화해 동일 규제 원칙을 실현하는 내용의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기조의 배경에는 유료방송업계의 대형 인수합병 무산 등이 깔려있다.

올해 6월 일몰을 앞두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가 그대로 일몰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산규제란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상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현재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이러한 규제 탓에 발목이 묶여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정부의 낡은 규제로 날개를 펴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기도 하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선 산업적 측면에서도 합산규제는 일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규제는 사업자들이 콘텐츠 수급, 방송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방송산업 발전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하는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까지 운영한 합산규제 연구반에서도 다수의 의견은 합산규제 일몰 후 후속조치 마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정위 조치에 따르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료방송시장에서 인수합병 자체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라며 “정권도 바뀌었고,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 등에서 정부 정책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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