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9일 개막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 민간 표준화 기구인 3GPP에서 NSA(논스탠드얼론, 비단독모드) 1차 표준이 승인됐고, 올해 안에 통신 장비가 상용화되기 때문에 이통3사는 올해 말까지 5G 네트워크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내년 3월로 5G 상용화 시점을 정한 것이 그때 5G 단말(스마트폰)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칩셋 제조업체 1위인 퀄컴은 내년 상반기 안에 5G 칩셋을 상용화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 관계자는 “퀄컴 등 칩셋 제조업체들의 경우 AP 개발 일정이 예정보다 빨라지는 추세”라며 “정부가 내년 3월로 5G 상용화시기를 정한 것은, AP 상용화 일정이 예정보다 앞당겨질 것을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계 최초로 5G를 서비스 하기 위해서는 5G 스마트폰을 얼마나 빨리 출시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얼마나 긴밀히 협력하는 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내 이동통신3사 역시 중복투자를 피하고 소비자 편익을 위해 전주나 관로 등 필수 설비를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5G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이통사간, 제조사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또한 5G 네트워크 안정적 운용을 위해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등 통신 장비 업체들과도 협조가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

KT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KT 5G 기술을 이용해 아이스하키 챌린지 체험 장면. (사진=KT)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 시작하는 KT, 협력 통해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 

KT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5G 테스트와 달리 5G 시범 서비스는 5G 주파수 대역, 단말(태블릿 또는 스마트폰),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해야만 한다.

이미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강릉, 정선 지역에 5G 주파수 대역인 28㎓가 임시 할당됐다. 단말기는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 형태로 5G 서비스가 진행된다. 아직 5G 스마트폰이 나오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KT는 평창올림픽에서 자체 규격인 평창 규격 (5G 시그, 5G Special interest Group)을 만들어 5G 시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한다.

지난 해 12월, 민간 표준화 기구인 3GPP(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에서 NSA의 글로벌 표준이 승인됐다. 하지만 KT는 평창 올림픽에서 3GPP 글로벌 표준 규격을 통해 5G를 서비스하지는 않는다. 3GPP에서 NSA 표준이 완료됐어도 이에 따른 AP(칩셋) 및 단말, 통신 장비 개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AP나 단말 개발에는 약 2~3개월, 통신 장비 개발에는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 관계자는 “평창 5G 규격은 글로벌 표준이 아니지만 3GPP가 승인한 표준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KT, 삼성, 에릭슨, 노키아, 퀄컴, 인텔 등 글로벌 ICT 업체들로 구성된 5G 규격협의체에서 표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KT가 3GPP의 글로벌 표준 승인 이후, 2개월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인 평창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삼성전자나 인텔, 에릭슨 등 여러 업체들과 이미 협력해 평창 규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5G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끼리 협력해 5G 규격을 만들었기 때문에 평창규격은 글로벌 표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즉, KT가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협력이다.

이미지=퀄컴

과기정통부도 나서서 이통사간 협력 주문, 중복 투자 줄여 5G 이용 소비자 편익 늘린다   

에릭슨이나 삼성전자, 화웨이 등 통신장비 업체들의 5G 장비 상용화는 올해 안에 가능하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5G 네트워크를 준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 받고, 이후 통신 장비를 들여온 다음 소프트웨어 등 최적화 작업을 해야만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오는 6월, 5G 주파수 대역인 3.5㎓와 28㎓에 대한 경매를 시작한다.

초고주파 대역인 28㎓의 경우 3G나 LTE에 사용됐던 저주파 대역(6㎓ 이하)과 달리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3G나 LTE에 비해 액세스망(무선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만 한다.

액세스망은 교환 설비를 연결하기 위해 유선망(코어망, 기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 설비가 필요하다. 필수 설비는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전주와 관로, 광케이블 등을 말한다. 필수 설비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신규 관로 확보를 위한 굴착이 수반돼 막대한 투자비가 든다.

건물주나 지방자치단체의 굴착 반대에 부딪혀 설비 증설이 지연되거나 불가한 경우도 발생한다. 유선망 후발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필수설비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유선망 선두 주자인 KT를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KT가 100%의 유선 필수 설비를 갖췄다면 LG유플러스는 90%, SK텔레콤은 80%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SK텔레콤 입장에서는 5G 준비를 위해 유선 설비 확충을 통해 코어망을 더 설치해야 하는데 작업 과정이나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모든 이동통신사가 설비를 각자 구축하는 경우 불필요한 중복‧과잉 투자가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통신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KT에게 필수 설비 공유를 제안했다. 처음에 KT는 필수 설비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사업자의 설비 투자 의지를 위축시킨다는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자와 5G 표준화‧상용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월, 이동통신3사 CEO과 만나 “5G망 조기 구축을 위해 중복투자 방지, 효율적 망 구축은 투자여력 확보, 통신비 절감으로 연결된다”며 “이에 5G망 공동구축, 공동활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당부했다. 즉, 5G 초기 상용화를 목표로 이통3사가 5G 필수 설비를 공유해 중복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최근 KT는 5G 조기 상용화를 위한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대해 정부, 경쟁사 등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경근 KT 재무실장은 지난 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KT는 5G 망 조기구축 등 효율적 투자 방향에 공감하고 5G 혁신 경쟁으로 투자를 촉진하면서도 효율적 투자로 5G 편익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유선 필수 설비에 대한 고시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가선정방법은 관련 고시에 들어가지만 대가 수준(가격)은 고시에 담기지 않는다.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5G 필수설비 공유는 무선과 유선을 넘나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도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연구반은 기한을 두지 않고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세계 최초 상용화에 뛰어들다, 5G 상용화 경쟁 치열...5G가 왜 중요할까  

최근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이나 2위 이통사인 AT&T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겠다며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에 조기 주파수 경매를 제안했다. 미국 버라이즌은 최근 열린 CES2018을 통해 내년 1월까지 5G 네트워크를 보유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AT&T의 경우 올해 안에 5G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G 상용화가 이뤄지려면 네트워크만 갖춰졌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5G 단말기가 시장에 출시돼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과기정통부가 정한 것 처럼 5G 상용화는 빨라야 내년 3월에 이뤄질 것이 유력하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5G 시장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다. KT도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에 나서면서 ‘5G=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전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딘 브레너 (Dean Brenner) 퀄컴 수석 부사장은 “2035년까지 5G는 세계적으로 약 12조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상 생활의 구석구석에 5G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따라서 모두가 5G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선 견고한 정책을 통해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달,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이동통신작업반(WP5D) 29차 회의에 우리의 5G 후보기술을 ITU에 세계 최초로 제안하고 국제표준 주도권 확보를 시작했다. ITU는 오는 2020년 10월 5G 국제 표준을 최종 승인한다.

김광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주파수 적기공급, 효율적 5G망 구축을 위한 제도개선 외에 5G 국제표준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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