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가상통화) 규제를 둘러싼 정치권, 업계의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상화폐를 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육성해야 한다고 기조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의 이해도 없이 강력한 규제의 칼날만 들이미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두고 정부의 관련 산업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부처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 및 발언을 산업 이해도의 척도로 삼고 있다.  

지난 18일 진행된 가상화폐 관련 토론회에서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가상화폐가 미래에 화폐, 금이 되지 않는다면 시세는 제로(0)로 돌아갈텐데 그때 피해는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결국 우리는 가상화폐만 가지게 되고 원화는 해외로 나가게 된다. 결국 진짜 돈은 다 나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진=OCN)

이를 들은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왜 지금까지 정부 정책 등 모든 일이 꼬여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면서 “법무부에 최저임금만 받고 과외해 드리고 싶다”는 날선 일침을 가했다.

심재철 단장은 이날 법무부의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를 대신해 토론회에 참석한 만큼 해당 부처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았을리 없다고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심 단장의 발언은 법무부와의 기조와 비슷하다.

그동안 법무부는 가상화폐를 두고 ‘돌덩어리’, ‘가상증표’, ‘6천만원이면 개발 가능’이라는 표현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와 역할은 완전히 제쳐두고 오롯이 투기에만 시선집중을 하고 있는 정부 부처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날선 지적이 오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세대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제 발로 차내는 우를 범할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기술을 융합하고 신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가상화폐 업계 “가상화폐 규제, 블록체인 육성? 모순”

특히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지적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5일 국무조정실의 “가상화폐 투기, 불법에는 강력대응하나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한다”는 발언이다. 이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분리 여부가 가능한지 대중들과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상화폐-블록체인의 분리가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전세계적으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기존의 은행 시스템과 달리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불특정 다수의 노드와 거래 검증인들이 자신들의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행위로 인해 인프라적인 토대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형 블록체인은 분산성이 보장된다. 공개형 블록체인은 거래검증 작업 참여자들을 경쟁하게 하고,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가상화폐로 제공한다. 즉 전체 네트워크의 소유권이 특정 기업, 기관에 종속되지 않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참여자들은 해당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는 고유의 가상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분리는 사실상 어려우며 분리된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인 의미를 잃게 된다.

김진화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 불법화, 부정적 시각은 공개형 블록체인 개발, 구축, 활용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며 기술발전을 저해한다”면서 “인터넷 시대에 이를 비유하자면 구글, 네이버, 아마존 같은 서비스는 만들지 못하고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 전자 결재시스템 등만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하는 국내의 움직임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가상화폐 합법화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지난 9월 재무부와 금융서비스국(FSA) 주도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 중이며 캐나다는 연방 증권 감독 기관인 '캐나다 증권 관리자(CSA)' 주도로 가상화폐 거래 및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가상화폐 오퍼링'를 지난 8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18일 시카고선물거래소(CME) 등에서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하며 가상화폐를 투자 자산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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