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에 대해 양 사가 입을 열었다. CJ헬로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반면,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16년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한 차례 불허한 점을 들어, LG유플러스가 대형 케이블TV사의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다만 CJ헬로가 과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무산으로 홍역을 치뤘던 점을 고려하면 CJ헬로의 방어적 입장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LG유플러스가 업계 3위이기 때문에 통신방송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활용한다면 양사의 합병이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대형 로펌 김앤장이 CJ헬로 매각 자문을, 태평양이 LG유플러스 인수 자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에 이미 알려졌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18일 한국거래소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답변했다.

CJ헬로는 “당사의 최대주주는 현재 당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CJ헬로의 최대주주는 CJ오쇼핑으로, 17일 CJ오쇼핑은 CJ E&M과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으나, 케이블TV사 인수는 검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날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경영권 인수를 두고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거래소는 양 사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계 1위 CJ헬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케이블TV 인수를 공식 언급해왔기에 이번 인수설이 힘을 받았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016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를 인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케이블TV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도 “현재 케이블 TV인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국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단 번에 2위로 올라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KT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30.54(IPTV+위성방송)으로 가장 높고, SK브로드밴드가 13.49%로 2위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각각 10.67%, 12.88%다.

알뜰폰 부문에서도 선두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 수는 86만5354명으로 가장 높고,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23만7724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10위 사업자다. 양 사가 결합하면 2위 사업자인 SK텔링크(기입자 72만6619명)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유료방송과 알뜰폰 시장에서 영향력 증가를 바탕으로 이동통신시장에서도 반전을 노릴 수 있다. 케이블TV에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해 다년간 5(SK텔레콤):3(KT):2(LG유플러스)로 유지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

2017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점유율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6년 SKT-CJ헬로 인수 불허 사례 적용 시 LG유플러스도 사실상 불가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던 것을 불허한 당시와 현재의 규제 상황이 다르지 않아서다.

당시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가 합병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CJ헬로의 23개 방송구역 중 21개에서 1위 사업자가 돼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CJ헬로가 1위였던 권역 17곳에서 2위 업체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최대 58.8%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에 따라 케이블TV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IPTV와 달리 케이블TV업계는 권역 점유율마다 가격 정책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심사 당시 내린 판단은 LG유플러스에 적용해도 불허되는 건 마찬가지”라며 “그 당시와 현재의 공정위의 입장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양적 성장을 위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불허 당시와 현재의 정부 심사 기준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수 실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라며 “18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조회공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하면서 나온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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