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통신비 인하 사회적 논의 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한 의견이 이통사와 시민단체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보편 요금제가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가 내놓은 보편요금제보다 데이터 혜택 등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통3사는 보편 요금제 도입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통신비 정책협의회 위원장인 강병민 교수가 다음 회의(26일)까지 이통사에게 보편 요금제에 대한 대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했고, 이통사는 그때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3만원대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적어, 데이터 요금이 고가 요금제 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통사가 이에 대한 개편안을 대안으로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정책협의회에 참여한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보편 요금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보다 현재 3만원대 초반의 저가 요금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3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를 300MB밖에 제공하지 않는데,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고가요금제와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며 “보편 요금제 도입과 별개로, 저가 요금제에 대한 개편이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통신비 정책협의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협의회 위원장인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이통사가 보편 요금제에 대해 여러 이유를 들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다음 회의 때 다른 대안을 가져오도록 요청했다”며 “대안을 주문한 이유는 서로 간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3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2890원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6.5GB를 제공하는 5만6100원의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이 2만3210원 차이난다. 하지만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6GB 이상이다. 1MB당 3만원대 요금제는 109.6원, 5만원대 요금제는 8.42원으로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KT나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2만원대 보편 요금제 도입을 통해 저가요금제의 가격을 인하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보편 요금제는 2만원대의 금액으로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1.3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한다. 시민단체 등은 보편 요금제의 데이터를 2GB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통3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는 6만원대 요금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매우 저렴하다”며 “이통사는 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3만원대 요금제 등 저가 요금제를 비싸게 책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협의회 위원은 “이통사는 위원장의 대안 마련 요구에 다음 회의 때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했다”며 “이통사 역시 저가 요금제가 비싸게 책정됐다는 것에 일부 동의를 했고, 법제화를 통한 보편 요금제 도입을 반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의 경우 정부의 힘만으로 밀어 부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비 정책 협의회의 경우 각 관계자의 의견을 정리해 국회에 별도로 제출한다. 즉, 정책 협의회에서의 논의 상황이 국회 입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보편 요금제 도입시, 이통3사의 전체 영업이익 감소가 약 연 1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다음 회의 때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대안에 대한 질문은 아직 이르다”며 “다만 이통사는 보편 요금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꾸준히 표출해왔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취지에 일부 공감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 요금제의 대안 보다는 원안인 보편 요금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가 역설적으로 비싸다는 것은 시장 실패이고, 요금이 처음부터 저렴했다면 보편 요금제 추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안이 나온다면 일단 검토해보겠지만, 현재는 보편 요금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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