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국내 가상화폐 시장 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경고가 지난해 9월 처음 나온 이후 새해 7번째 투기 규제 경고가 발표됐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시장은 되레 상승하며 정부의 규제 경고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동일한 내용의 규제안을 반복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가상화폐 투기 규제 경고가 금융 제도권에 포함시키기 위한 전 단계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은 8일 가상통화(가상화폐) 취급업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측은 이번 현장점검은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실태와 실명확인시스템 운영현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가상화폐가 위험성이 높고, 자금세탁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표된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안 내용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앞서 지난 9월 29일 금융위원회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공개(ICO) 행위에 대해 전면 금지 방침을 공개하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제안 발표를 시작했다.

이후 11월 28일에는 이낙연 총리의 가상화폐 투기 조짐 발언과 함께 규제안 마련 조치 발언이 나왔고, 다음날인 29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유사수신행위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업체로 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4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거래에 관한 공청회'를 통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가상통화는 화폐나 금융상품의 기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만큼 법정화폐 등 화폐로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 불가 입장을 거듭 공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13일에는 국무조정실장 주제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해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제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사진=CCN)

12월 28일에는 13일 발표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대책 등도 더해졌다.

지금까지 발표된 7번째 정부의 강력한 국내 가상화폐 규제안 중 실질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경찰청과 검찰의 주도하에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다단계 조사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9월 발표된 규제안 중 핵심인 ICO 금지의 경우 정부에서는 전면 금지를 선언했지만 애초에 ICO를 위한 재단 설립 및 활동은 국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9월 발표된 ICO 전면 금지 조치 선언 이후 가이드라인이나 법적 제도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만큼 실제로는 제한도 불가능하다.

이후 발표된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의 유사수신업체 규정 계획 역시 매번 국내 가상화폐 규제안 발표때마다 등장했지만,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을 해야만 가능할뿐만 아니라 국내 법조계에서는 가상화폐나 가상화폐 거래소가 유사수신행위 적용 가능성 조차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안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본인 실명확인시스템 운영과 자금세탁방지 조치 등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협의회인 '한국블록체인협회' 주도의 자율규제안을 통해서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가상화폐 규제안의 경우 내용상 크게 바뀐게 없는 동일한 규제 방안을 반복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같은 소리를 반복함에 따라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학습효과를 통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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