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기업인들을 만나는데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말자”

지난 5일 이동통신 3사 CEO와 간담회를 가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생각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진흥하는 정부부처의 수장으로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손발을 맞추는 방법으로 스킨십을 택했다.

이번 간담회 주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였다. 사업주체인 이동통신 3사의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이다. 글로벌 5G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 3사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차질 없이 준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핵심 국정과제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만남의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필수 설비 개방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던 KT의 입장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통신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필수 설비란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전주와 관로, 광케이블 등의 설비를 말한다. 전체 필수 설비 중 KT는 전주 93.8%, 관로 72.5%, 광케이블 53.9% 등 타 사 대비 압도적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5G는 LTE 대비 망 구축 부담이 커, 필수 설비를 5G 유선망으로 공유해 중복‧과잉 투자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와 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황창규 KT 회장은 간담회에서 “협조하겠다”며 과기정통부가 필수 설비 공유 관련 적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주길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필수 설비 공유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가 유무선 밸런스를 파괴한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이다.

이외에도 망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적은 농어촌 지역은 3사가 5G망을 공동 구축하자는 데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관심사는 이동통신사 측의 요구가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다. 3사는 모두 콘텐츠 기업의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G 시대에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네트워크 부담은 더 커지는 상황에서 그들도 함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 장관은 이용자 부담을 최소화하자고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을 두고 이동통신사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3사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인상하는 대신 주파수 경매대가 인하나 전파사용료 감면 등을 요구했으나 유 장관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정부는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 장관은 향후에도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는 해당 기업인과 얼굴을 맞대고 직접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라는 의미다. 올해는 5G 주파수 경매, 필수 설비 고시 개정 등 굵직한 5G 관련 이슈가 많은 해다. 유 장관이 서로 뜻이 통한다는게 무엇인지 보여줄 때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