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강림하면 언제 어디서든 구매하고, 은행·관공서 등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생활형 서비스를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세상은 이미 열려 있었다. 하지만 작은 액정을 가진 휴대폰으로 비싼 데이터 통신요금을 부담하면서까지 굳이 생활패턴을 바꾸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 쇼핑이 다시 탄력 받고 있다. 풀 브라우징이 가능한 넓은 터치스크린을 장착하고 빠른 페이지전환과 반응속도를 보여주는 강력한 하드웨어와 PC가 구현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휴대폰 안으로 옮겨 놓은 다양한 콘텐츠들을 직접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스마트폰의 큰 강점이다. 이미 인터넷 쇼핑업계는 모바일 쪽으로 눈을 돌리고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본지 1월25일자 3면 참조)

금융권도 스마트폰 보급화에 발맞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서는 기민함을 보이고 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아이폰용으로 제작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작년 말 아이폰용 뱅킹 애플리케이션 '하나 N 뱅크'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등록한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3000명이 넘는 사용자가 가입했으며, 현재까지 3만5000여명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았다. 이를 이용하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예금조회, 자금이체, 환율조회, 펀드상품관리, 거래내역 조회 등 은행업무와 각종 쿠폰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하나 N 머니’앱을 별도로 제공해 수입/지출 내역관리, 자산관리, 기간별 리포트 기능(수입/지출 변동내역, 자산/부채 변동내역, 현금/카드 지출내역 등)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하나 N 뱅크’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 서비스도 준비 중에 있어, 해당 은행의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총체적인 자산관리를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스마트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다. 서비스 내용은 앞서 선보인 하나은행의 그 것과 비슷하지만 예금조회/이체, 펀드, 부가서비스 등 해당 메뉴를 아이콘 형태로 만들어 보다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상기 은행들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하는 뱅킹서비스는 PC로 내려 받은 공인인증서를 아이폰에 복사해 설치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공인인증서를 아이폰에 설치해 사용하는 뱅킹서비스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 실제로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에서 제공하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는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튠즈 계정에 등록된 신용카드를 통한 애플 앱스토어의 수익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에 애플측이 은행 또는 결제서비스사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공인인증서를 통한 신용카드 전자인증 자체를 승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팔(PayPal)도 애플 앱을 통해서는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은행 업무를 보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면, 굳이 애플리케이션을 거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 웹서핑을 위한 다양한 브라우저가 있음에도 국내 대부분의 웹 환경이 MS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 종속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주로 이용되는 인터넷 상 결제솔루션은 가상계좌, 휴대폰결제, 신용카드 결제 등 3가지가 있는데, 가상계좌와 휴대폰결제는 사용자 인증과정이 별도로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PC기반이나 모바일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신용카드 결제 시 발생한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안심클릭’이나 ‘모바일ISP'방식을 채택해 IE 브라우저에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액티브엑스(ActiveX)를 지원하지 않는 타 브라우저에서는 해당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해당 카드 결제는 이용할 수 없다.

앱스토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문제다. 기업들은 우선 접근성이 용이한 경로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10만개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각종 모바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들이 우선 서비스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경우는 편리한 서비스를 먼저 누리는 혜택을 보는 반면, 타 OS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앱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노키아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한수(31)씨는 “고객들의 다양한 성향을 무시하고 아이폰만을 위한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은행사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국내 사용자가 적은 심비안 OS 스마트폰을 위한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개발하기가 어렵다면, 모든 스마트폰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 지원 애플리케이션이라도 제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하는 업체들로서는 현실적으로 각 플랫폼에 맞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애플리케이션은 OS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이폰용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용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스마트폰에 국한한 결제솔루션을 개발하는 것 보다는 웹표준 모바일 웹으로의 선회가 대안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순수 웹(Pure Web)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웹서비스의 강점은 OS에 상관없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OS를 탑재하지 않고 브라우저만 가진 전자책단말기 등에서도 인터넷 브라우징을 지원해 다변화되는 모바일 단말의 라인업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PC에 맞춰 제공했던 웹사이트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해 제공하는 모바일 웹은 스마트폰의 직관적인 UI를 그대로 담아낸 첫 화면을 구현, 스마트폰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곧바로 접속할 수 있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모바일 웹의 인터넷 주소(URL)는 ‘m.’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아이티투데이의 모바일 웹이라면(m.ittoday.co.kr)이 된다.

결제 솔루션 업체와 인터넷 쇼핑몰들도 탈 IE 움직임에 가세해, 웹표준 모바일 웹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이미 모바일 웹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과 공공부문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예스24’가 웹 표준 방식으로 웹사이트 자체를 개편했다. 또한 결제솔루션 업체 ‘페이게이트’는 순수 웹기반에서 개발한 신용카드 전자인증 방식인 ‘금액인증(AA)'를 개발하고 카드사를 금감원의 보안성심의를 진행 중이다.

페이게이트 CTO 이동산 기술이사는 “웹 표준을 준수하면 한 번의 사이트 구축으로 안드로이드, 윈도모바일, 심비안 등 멀티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다”며, “모바일 소비문화의 새로운 국면을 맞은 지금 웹표준 (Pure Web)을 준수하는 일은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