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길주 기자] 우리는 종종 사람의 이름을 통해 그의 이미지를 짐작하거나 기억하곤 한다. 누구나 한번씩은 이름이 너무 특이하거나 성격과 잘 어울리는 까닭에 쉽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도 이렇게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하는 기업의 이름은 얼마나 중요할까? 세계에서 가장 긴 강에서 이름을 따온 ‘아마존’, 사과 농장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담은 ‘애플’ 못지 않게 독특한 사명을 가진 국내 보안 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이름 속 숨은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창립 철학을 담은 '이글루시큐리티'

혹한의 날씨 속에서 살아남고자 자연의 산물인 얼음과 눈을 이용해 만든 이글루. 이러한 이글루를 기업 이름으로 붙인 보안 기업이 있다. 통합보안관리 솔루션 SPiDER TM과 보안관제 서비스로 잘 알려진 이글루시큐리티 얘기다. 어떻게 이글루가 기업명에 쓰였을까? 이글루시큐리티의 이득춘 대표는 1999년 추운 겨울, 회사를 설립하며 사명을 고민하다 영하 40℃에 달하는 차가운 날씨에도 따뜻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얼음 집인 ‘이글루’를 문득 떠올렸다.

이글루는 외부의 바람이 거세도 온도가 낮아질수록 더욱 따뜻하게 유지된다. 차가운 날씨에 얼음에 물을 뿌리면, 얼음이 어는 동안 열이 방출되어 주위의 온도는 오히려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극한 환경 조건에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지혜가 담긴 이글루와 같이, 임직원들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집약해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이글루와 보안(시큐리티)가 결합된 ‘이글루시큐리티’로 사명을 확정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임직원 공모를 통해 사내 도서관에도 기업명을 반영한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 ‘빙고(氷庫, Bingo)’는 ‘얼음(氷) 집 이글루로 이루어진 서고(庫)’ 이자 문제의 정답을 맞추거나 어려운 일을 해결했을 때 쓰는 표현인 ‘Bingo’를 의미한다. 임직원의 지식과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헤쳐내고 어떠한 보안위협 속에서도 정보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이와 같은 다짐을 토대로 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는데 매진할 계획이다.

이글루시큐리티 사내도서관 ‘빙고(氷庫, Bingo)’

인재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니언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기업명에 담은 기업도 있다. ‘천재를 뜻하는 영어 단어 ‘지니어스(Genius)’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지니언스’가 대표적이다. ‘지니언스’는 올해 3월 사명을 ‘지니네트웍스’에서 해외에서 사용해 온 글로벌 비즈니스 브랜드인 ‘지니언스’로 변경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직원들을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고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며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셈이다.

파수닷컴, 라온시큐어, 지란지교시큐리티, 하우리, 소만사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느낌을 가진 보안 기업들도 있다. ‘파수닷컴’은 ‘경계하며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 ‘파수꾼’에서 따온 ‘파수’와 인터넷 도메인 주소인 ‘닷컴’이 결합된 이름이다. 보안 기업의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되자는 바램을 담았다. 파수닷컴은 설립 초기부터 미국 보안 시장 진출에 주력하였으며, 최근 미 법인의 CEO를 새로 영입하는 등 가시적인 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옛말 혹은 한자성어에 보안을 의미하는 영단어를 결합시킨 보안 기업들도 있다. 생체 인식 강자 ‘라온시큐어’는 즐거움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인 ‘라온’에 안전함을 의미하는 ‘시큐어’를 결합해 회사명을 지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유안진 작가의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사용된 한자성어 ‘지란지교’를 반영해, 오래 사귄 친구와 같은 신뢰 속에서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한, 하우리(하늘 아래 우리가 있다)와 소만사(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와 같이, 창립 의지를 줄임말로 표현한 사명도 눈에 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