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스타트업 업계에서 "빙판길을 걷는 듯 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올해는 투자유치가 힘든 한해였다. 실제로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 외에는 예전 만큼 투자유치 소식이 들려오질 않았다. 

이처럼 얼어붙은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기운을 불어넣어 준 곳이 있다. 바로 벤처 맏형인 네이버, 카카오다. 기술, 콘텐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기술 스타트업 투자 지원 프로젝트 팀 D2SF(D2 스타트업팩토리)를 통해, 카카오는 투자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케이큐브벤처를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콘텐츠, 플랫폼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특히 자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을 염두해두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당장 시너지가 나는 것보다는 네이버 서비스와 결합할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마찬가지다. 임지훈 대표는 “장기적으로 AI 관점에서 투자하면 좋은 영역에서 투자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카카오는 투자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케이큐브벤처스를 두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비교했을 때 케이큐브벤처스가 더욱 장기적인 시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가 올해 투자, 인수한 주요 기술, 콘텐츠 스타트업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투자한 콘텐츠 스타트업, 각 사의 서비스와 충분히 연계 가능

네이버는 배달, 물류 서비스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 가운데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 가장 많은 금액(350억원)을 투자했다. 다음으로는 IT기반의 물류 서비스 부릉을 제공중인 메쉬코리아에 24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가 아마존처럼 유통 역량 강화에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유통 공룡 아마존이 최근 AI 스피커를 개발, 여기에 배송 서비스를 더하는 것을 보면 설명이 된다. 실제로 네이버는 이달 중으로 자사의 AI 스피커에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추가한다. 향후 여기에 네이버 쇼핑 서비스를 더했을 때 메쉬코리아의 부릉도 연결할 수 있다. 

카카오는 O2O 스타트업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비전과 어울리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예약 접수 앱, 가사도우미 O2O서비스, 셔츠 정기배송, 퀵서비스 등 생활과 밀접한 O2O 서비스에 투자한 것.

카카오도 자사의 O2O 서비스를 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에 탑재할 방침이다. 향후 카카오는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 카카오톡 주문하기, 카카오택시 등을 AI 스피커에 추가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투자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강화해 향후 AI 서비스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한 기술 스타트업,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기술 보유

네이버가 투자한 주요 기술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현재 자사가 개발중인 기술과 맞물리는 곳이 많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자율주행기술 라이다 개발 스타트업인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에 다른 기업들과 함께 728억원을 공동투자했다. 자율주행차에서 눈역할을 하는 라이다는 레이저를 활용해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따라서 네이버가 연구중인 자율주행차 인지분야 기술 강화에 충분한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지난 2월 투자한 사운드하운드는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엔진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AI 스피커 개발에 있어 꼭 필요한 원천기술이다. 네이버는 지난 8월부터 AI 스피커 웨이브, 프렌즈를 출시해왔으며 내년 상반기에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피커 페이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따라서 사운드하운드가 보유한 기술력은 네이버의 AI 하드웨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인수한 스타트업들도 눈에 띈다. 지난 7월 인수한 딥러닝 기반 챗봇 개발사 컴퍼니 AI와 지난 3월 인수한 3D맵핑 개발사 에피폴라도 네이버가 개발중인 기술과 겹친다.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에게 실시간 고객응대가 가능한 AI 메신저 챗봇을 무료로 제공중이다. 3D 맵핑의 경우 지난 3월 네이버는 자율주행 3D지도제작 로봇 M1을 공개한 바 있다.

카카오도 미래 먹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활발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비교했을 때 더욱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카카오의 투자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브레인은 럭스로보에 40억원을 공동투자했다. 럭스로보는 마이크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모듈형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다. 카카오는 이곳과 향후 AI, 하드웨어, 로보틱스, IoT 분야 등 다양한 기술적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에는 머신러닝 기반 맞춤형 엔진개발을 하는 딥벨리데이션에 다른 기업들과 공동 투자했다. 현재 카카오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딥러닝, 자연어기술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중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충분한 협업을 예상할 수 있다. 이밖에 트럭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오디오 인공지능 플랫폼, IoT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네이버 카카오, 스타트업에 관심갖는 이유는?

네이버, 카카오가 스타트업과 손을 잡으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들은 많다. 우선 투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IT대기업이 자본력이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 

또 각 사에도 이득이 된다. 산업 영역 확장, AI 인재 및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투자한 콘텐츠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O2O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다. 지금까지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가 O2O 서비스를 시도할 때마다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은 것을 미뤄봤을 때, 기존의 플레이어와 협업하는 방향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 두 회사가 투자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AI, IoT 등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AI가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인재영입,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텐센트에서 발간한 AI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AI 연구자 및 실무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학계 인재는 10만명, 산업계 인재는 약 20만명으로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 수요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IT대기업들이 기존의 플레이어에게 투자하면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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