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올해 은행권을 강타한 핫 키워드는 단연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은행과 달리 점포가 없고, 365일 24시간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을 말한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 복잡한 절차 없이도 계좌이체를 할 수 있고 대출은 실행까지 10분 이내면 가능하다. 금융 소비자들은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사라진 인터넷은행에 열광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기존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확대에 나서는 등 이른바 ‘메기효과(새 경쟁자의 등장이 다른 경쟁자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은 금융과 IT 기술 융합의 좋은 선례를 남겨, 향후 금융의 비대면, 모바일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영업 첫 날부터 관심 폭증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케이뱅크는 올해 4월 3일 정식 오픈했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자 24년 만에 새롭게 문을 연 제 1금융권 은행으로 주목받았다. 비점포‧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절약한 비용을 고객에게 혁신적인 금융상품으로 돌려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며 발생한 판관비는 점포당 평균 26억6400억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는 것은 이같은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감은 영업 첫 날의 결과가 말해주었다. 케이뱅크는 문을 연 지 하루 만에 4만명의 고객이 몰렸고, 수신계좌는 1만5000건 이상이 개설돼 기존 시중은행의 월 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를 합친 것을 능가했다.

고객은 꾸준히 늘어 당초 연내 목표로 잡았던 여신 4000억원, 수신 5000억원을 출범 두 달 만에 돌파했다. 이후 영업 개시 반 년 만에 체크카드 47만좌, 수신 8400억원, 여신 6600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뱅크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월 이용자 수가 42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후광에 힘입어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케이뱅크는 영업 시작 첫 날 30만500건의 계좌가 개설됐고, 예적금 740억원, 대출액 500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뱅크의 11월 말 기준 누적 고객 수는 465만명, 수신은 4조5200억원, 여신은 4조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체크카드 신청건수는 343만장이다.

양 사는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대출액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대출 한도를 낮춰야 했다. 케이뱅크는 오픈 3개월만인 지난 7월부터 ‘직장인K 신용 대출’ 판매를 중단했고,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2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개인 등급별 대출 한도를 낮췄다. 건전성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에 양 사는 당초 내년으로 예정했던 유상증자 시기를 앞당겨야 했다. 카카오뱅크는 후발주자임에도 오픈 ~개월만인 지난 9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케이뱅크는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연내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긍정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퇴근 시간 이후 이용자 많아...편의성 높아 금융 소비자에게 ‘각광’

인터넷전문은행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특성 때문이다. 기존 은행은 오후 4시면 영업을 종료해 직장인들은 소중한 점심시간을 쪼개서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만 했다. 은행 업무에 따라서 두 번 이상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금융 소비자의 이같은 불편을 해소해 준 곳이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기존 시중은행이 문을 닫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케이뱅크 앱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이용자의 비율이 70%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시간 이용자 비중이 60%에 이른다.

두 번째 요인은 차별화된 서비스와 앱 편의성 등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스마트폰 지문인식 만으로 계좌 이체가 가능하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에 저장된 친구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인터넷뱅킹을 하려면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모바일뱅킹도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이 필요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환경(UX) 등은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금융 업무를 보는데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초반 인기몰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금융+IT’를 강화하는 추세로 전략을 선회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뱅크’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접근성과 편의성 등을 서비스의 핵심으로 꼽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7월부터 디지털 그룹을 신설하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디지털 그룹은 모바일 플랫폼 구축을 위한 디지털 채널본부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은행 또한 올해 4월부터 디지털 전략과 신기술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 금융그룹’을 설립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에 대비하고 있다.

혁신 속도 직결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오리무중’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업계의 혁신 생태계를 이끌면서 정부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 당시 추진했던 은산분기 규제 완화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일반 기업이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한 것으로, 최대 10%의 지분만 소유하되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 한정한다. 이는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비대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특성상 자금 여력이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는 동시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계획했으나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 일부 학계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5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일반 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율을 최소 34%에서 최대 50%까지 늘린 것이 골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혁신 속도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은산분리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대기업 자본이 은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좌지우지 할 우려가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일반 은행과 달리 특별히 규졔 혜택을 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회 여당 내부에서도 입장이 다르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선 후보 시절 은산분리 규제를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후 논의에 있어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할 것이란 주장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지나친 걱정일 뿐이다”라며 “현재 시중은행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디지털뱅킹 플랫폼이 금융산업에 계속 진출할 경우 수익성이 반으로 줄어든다. 고객을 지키려는 기존 은행업과 핀테크 기업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융개혁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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