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삼성전자가 이르면 갤럭시S9부터 이통사향 스마트폰(약정형/무약정형)과 함께 자급제용 스마트폰(언락폰)을 출시한다. 자급제형 스마트폰의 경우 약정형 스마트폰보다 10% 더 비싼 무약정형 스마트폰과 달리 가격 차이가 없으며, 출시 시기 역시 약정형 스마트폰과 동일할 전망이다. 자급제용 스마트폰 판매가 활성화돼 자급제률이 올라가면 사실상 단말기 부분 자급제가 실시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자급제 스마트폰이 많이 팔릴수록 삼성전자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자급제 방식이 보편화 될 경우 국내 이동통신3사가 통신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통신 요금 경쟁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의 성장세가 눈에 띄기 때문에 요금 출혈 경쟁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지난 15일, 통신비 사회적 논의 기구인 정책 협의회는 기자 브리핑을 통해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등 자급제용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정책협의회의 대변인을 맡은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날 “삼성전자가 자급제용 스마트폰 출시에 적극 노력하겠다. (이통사향 약정형 스마트폰과) 가격 차이도 없게 하고, 출시 시기도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자급제용 폰이 시장에서 잘 작동하고 자리 잡으면 다른 제조사(LG전자)도 충분히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현재 중저가폰 일부 모델만 자급제용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다”며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포함해 자급제폰 출시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급제용 스마트폰 판매 늘어나면, 사실상 단말기 부분 자급제 시대

국내 시장의 경우 단말기 자급제 비중이 8% 밖에 안된다. 우리나라가 단말기 자급제 비중이 낮은 이유는 자급제폰이 출시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가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에서 판매되는 무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이 약정형 스마트폰보다 10% 더 비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약정형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원금이 제공되지 않는 무약정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 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대신 약정형 스마트폰의 경우 단말기 구입과 동시에 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의 경우 결합판매(단말기 구입+통신 서비스 가입)방식이 고착화됐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 자급제용 폰을 출시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자급제폰이 이통사향 약정형 스마트폰과 가격이 같고 출시 시기 역시 동일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선택해도 손해 보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자급제용 스마트폰은 지원금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선택약정 25% 할인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선택약정할인이 25%로 상향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90% 이상의 고객은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할인을 택하고 있다.

통신비 정책협의회 4차 회의 후, 브리핑 현장

자급제용 스마트폰, 이용자 선택권 넓어진다

자급제용 스마트폰은 이통사향 스마트폰(약정형/무약정형) 스마트폰에 비해 확실한 장점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출시하는 이통사향 스마트폰이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각 이통사의 전용 스마트폰을 말한다. 물론 SK텔레콤향 갤럭시노트8라도 KT 유심으로 바꿀 경우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SK텔레콤향 갤럭시노트8의 경우 SK텔레콤의 주파수에 맞게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돼 있기 때문에 KT나 LG유플러스의 고객의 경우 사용은 가능하지만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갤럭시S9부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급제용 스마트폰의 경우 이통3사 공통 모델로 시장에 나온다. 이에 따라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살 경우 어느 통신사에 가입해도 네트워크 측면에서 불편함이 전혀 없다. 또한 각 이통사향 스마트폰의 경우 이통사와 관련된 광고성 앱이 선탑재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급제용 스마트폰의 경우 선탑재앱들이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구매자들은 이통사향 스마트폰보다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출시할 경우 시장논리에 따라 LG전자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자급제 활성화되면 통신 요금 경쟁 이뤄질까 

자급제용 스마트폰이 여러 장점으로 인해 이용자의 인기를 끌 경우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가 분리되면 자급제률이 높아지게 된다. 자급제률이 높아질수록 제조사를 직접 판매하는 삼성전자가 국내 이통시장에 차지하는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삼성전자는 각 지역에 위치한 디지털프라자와 온라인몰에서 무약정형 스마트폰과 약정형 스마트폰을 판매해 왔다”며 “이 채널을 통해 만약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시험적으로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을 경우 자급제용 스마트폰을 판매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현재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자급제용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 경우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고 예상했다.

자급제 방식이 보편화되면 국내 이통사들은 결합판매 (단말기 구입+통신 서비스 가입) 고객과 통신서비스만 가입하려는 고객 모두를 받게 된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버라이즌과 AT&T등 미국 이통사가 자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고객(결합판매)에게 80달러~85달러의 통신 요금을 받을 경우, 제조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이용자(자급제 방식)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해 50~55달러의 통신 요금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 이동통신3사가 자급제 방식으로 구매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요금 할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이통사들은 결합판매로 구매한 고객에게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자급제로 구입한 고객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니 통신 요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원금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동일한 형식이지만, 우리나라는 선택약정할인 25% 제도가 있어 결합판매나 자급제 고객 모두 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자급제 고객 만을 대상으로 요금 할인을 해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의 경우 최근 눈에 띄게 성장했다”며 “지원금 상한제가 지난 10월, 일몰됐지만 지원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LG유플러스의 성장세 때문이다. 따라서 부분 자급제가 도입돼도 이통3사의 요금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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